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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이대로 좋은가?

irene777 2015. 8. 6. 16:19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 이대로 좋은가?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7월 22일 -




공부를 위해서 ○○○까지 해봤다’ ○○○ 안을 채워라,


‘3시간밖에 안 자기’ ‘새벽 4시까지 안 자기’ ‘친구와의 약속 깨기’ ‘지하철에서 공부하기’ ‘일어나자마자 공부하기’ ‘도서관 끝날 때까지 공부하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 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응답이다.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의 삶을 보면 숨이 막힌다. 이 설문 대상은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얘기가 아니라 강남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의 얘기다.


‘새벽 2시30분에 잠들어 아침 7시에 깨어나기. 오전 8시에 등교해서 오후 3시 하교. 3시간 더 영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식사. 밤 10시까지 수학학원.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 2시30분까지 영어·수학학원 숙제에 피아노, 한자, 중국어 공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어린이 연구원으로 선발된 초등학교 5~6학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나오는 얘기다. ‘청소년기에 필요한 수면 시간은 적어도 7~8시간이다. 동아대 의대 양창국 교수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의 숙면시간은 6.20시간, 2학년 5.62시간, 3학년 4.86시간 등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고등학교 2~3학년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은 5.4시간으로 미국의 같은 나이 학생들(7~8시간)보다 100분 이상 적었으며, 일본(6~7시간), 중국(7.5시간)보다도 훨씬 짧았다.’는 보고다.

 

그런데 최근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학생이 선행학습을 위해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없다는 ‘3당 4락’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면시간까지 빼앗는 막장 경쟁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 해야 할까?




 이미지 출처 : EBS



학교는 무얼 하는 곳인가? 학교가 교육을 하지 못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곳이 됐다는 것은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고교 평준화지역도 많지만 따지고 보면 특목고니 자사고니, 특성화고… 와 같이 이름은 다르지만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일류대 시험준비를 위한 학원화된 학교다. 결국 고교와 대학이 서열화돼 초 중학교 학생들까지 잠을 재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은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 사람으로 존중 받으며 고른 영양을 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시설에서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하고…즐겁고 유익한 놀이와 오락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받고,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 어린이는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하며, 해로운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현실은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는 어린이 학대와 아동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 부모들이 한결같이 원하는 가장 큰 소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랑하는 내 자녀가 좋은 직장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닐까? 그런데 왜 치맛바람이니 기러기 아빠와 같은 현실이 나타나고 선행학습이라는 막장 경쟁으로 내 몰고 있는가? “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며… 지금과 같이 경쟁교육을 계속하면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행복한 세상이 될까?




▲ 이미지 출처 : 굿 네이버스 좋은 마음 센터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해 초·중·고교의 학부모·학생 7만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 사교육비 결과’를 보면 월평균 가구소득 7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5,000원인 반면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6만 8,000원으로 6.1배나 차이가 난다. 월평균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인 6만 8,000원은 전체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인 23만 9,000원과도 17만 1,000원이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에 월평균 가구소득이 700만 원 이상의 사교육비인 41만 5000원도 전체평균과 17만 6,000원이라는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평균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경우에는 83.5%라는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소득 100만 원 미만의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31.3%에 그쳐 2.7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이런 현실을 두고 공정한 경쟁을 말할 수 있을까? 시합 전에 승부가 결정난 게임을 두고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은 잔인한 경쟁교육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출세를 위해 막장경쟁으로 내모는 학부모들이나 학원이 된 학교에서 시험문제풀이를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교육자나 경쟁교육이 수십 년간 계속되는 현실을 방치하는 교육부는 아동폭력의 가해자다. 수학능력고사를 준비하는 고교생도 아닌 초등학생이 ‘3시간밖에 안 자기’ ‘ ‘친구와의 약속 깨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와 같은 현상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어른들의 파렴치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을 건강까지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부모와 교육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무한경쟁으로 내 몰 것인지를…?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