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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뚤어진 효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낳다

irene777 2015. 10. 19. 21:35



비뚤어진 효심,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낳다

저들의 국정교과서, 이미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어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5년 10월 13일 -






‘5.16과 유신은 매도 당해 왔다’며 이를 바로 잡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고 말했던 박정희의 딸. 그가 대통령이 되는 날, 이런 걱정을 해봤다. 아버지처럼 권력을 휘둘러 국정교과서를 만들지 않을까? 그래도 설마 했다. ‘효도’를 하기 위해 교과서까지 뜯어고치지는 않겠지. 그러지는 못할 거야.



꼬리표 떼고 싶었던 박정희, 그의 국정교과서


그러나 그녀의 ‘효심’은 예상보다 독했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날을 ‘거사 디데이’로 잡은 것이다. 출국 후 발표하면 ‘부재중’을 노렸다는 비난에 부닥칠까 봐 그런 모양이다. 발표 직후 쏟아질 강한 반발은 언론에 도배될 ‘오바마와의 기념사진’으로 얼추 가려질 거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박정희는 두 가지 ‘꼬리표’를 떼고 싶어 했다. 첫 번째 꼬리표인 ‘정통성 결여’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찍힌 낙인이었고, 두 번째 꼬리표는 ‘독재자’라는 비난이었다. 이 둘은 영구집권을 꿈꾸던 박정희에게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교과서 국정화는 일련의 '꼬리표 제거 공작' 중 하나였다. 결국, 박정희는 자신의 입맛에 딱 맞게 기술된 ‘정권홍보용 교과서’를 만들었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국정교과서는 폐지됐다. 그 대신 다른 움직임이 표면화된다. 노무현 정권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뉴라이트가 역사교과서를 이슈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를 ‘의미 있는 근대화 과정’으로 둔갑시키고,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5.16과 유신독재의 결과물로 미화한 대안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출간(2008년)까지 했다.





친일독재교과서 등장, ‘국정시절’의 향수


당시 박근혜 의원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 기념회에 직접 참석해 진심어린 축사도 했다. 뉴라이트 운동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본 우익과 언론은 쌍수를 들고 환호했다. 당시 요미우리 신문은 대안교과서를 “균형 잡힌 역사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의 학자들이) 일본을 찬미하고 있다”고 반색했다.


요미우리가 말한 ‘균형’이란 뭘까? 국정화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균형’이란 말을 6번이나 썼다. 일본이 말하는 ‘균형’은 일제 식민지배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황 장관이 강조한 ‘균형’은 친일과 독재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인정을 뜻한다. 일본 우익과 한국 정부가 그리는 궤적이 매우 비슷하다.


대안교과서 발행으로 워밍업을 마친 뉴라이트 진영은 전열을 강화하고 재공습에 나선다. 2011년 ‘대안교과서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현대사학회’가 결성됐다. 그리고는 검정교과서 집필에 들어간다. 2013년 12월 교육부가 이들이 집필한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했다. 오류투성이인 친일-독재교과서가 ‘교육부 검인정교과서’가 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정부여당이 전폭 지원한 교학사교과서 채택률 0%대


정부와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대통령도 거들었다. ‘교학사교과서’가 검인정을 준비하던 2013년 6월, 박 대통령은 “교육 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인정 통과를 우회적으로 지시한 셈이다.


새누리당과 극우단체는 ‘친일독재교과서 판촉사원’을 자처했다. 일선 학교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교육 양심’과 ‘국민의 상식’은 친일독재교과서를 철저히 배격했다. ‘채택률 0%대’라는 지극히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여당과 극우세력은 분기탱천했다.


“어떻게 채택률이 1%도 안 되나… 비통하게 보고 있다.”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


“좌파 테러에 의해 채택되지 않는 나라는 자유대한민국으로 볼 수 없다.” (김무성 의원)


“애국세력이 나서 교학사 교과서 사주기 운동 펼쳐야 한다.” (보수논객 조갑제)





분기탱천한 정부여당, 국정화 발톱 드러내


박 대통령은 교학사교과서 반대 여론이 들끓을 때에도 “역사교과서의 이념편향은 안 된다(2014년 1월 신년기자회견)”며 몽니를 부렸다. 하지만 정부-여당-뉴라이트-수구단체 등이 총동원돼 진행됐던 ‘친일독재교과서’ 채택운동은 완전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러자 드디어 교과서 국정화라는 숨겼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일제 식민지배 당시에는 친일파가 돼 호의호식하다가,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독재권력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렸던 이들이거나 그들의 후손들이다. ‘친일독재’라는 꼬리표를 붙여준 게 역사교과서라고 단정하고, 교과서 기술만 바꾸면 꼬리표는 사라지게 될 거라고 보는 모양이다.




새누리당에는 친일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친일재산환수법’ 제정이 논란이 됐던 16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70%가 이 안에 반대한 바 있다. 17대 국회에 이 법안이 다시 상정되자 한나라당은 총력을 기울여 저지하려 했다. 한나라당 의원 100%가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저들의 국정교과서, 이미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어


저들이 만들고자 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대체 어떤 것일까? 교육부장관과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에 확실한 단서가 나온다. ‘국정화 전환’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전문가(역사가만이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분)를 초빙해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친일독재교과서(교학사교과서) 집필진도 그랬다. 이 교과서를 집필한 ‘한국현대사학회’의 구성을 보면 한국사 전공자는 20%도 안 된다.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분야가 절반 이상이다. 한국근현대사를 역사적 관점이 아닌 정치, 경제, 안보의 시각에서 보겠다는 얘기다. 박정희를 미화하기 위해서다. 교학사교과서를 그대로 카피하려 들지 않을까? 다면 저들의 국정교과서는 이미 완성돼 있는 거나 다름없다.


모두가 국정교과서는 이미 관속에 들어갔으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이 그 관 뚜껑을 열어젖히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대로라면 2017년에는 국정교과서가 부활해 세상에 나오게 된다. 박정희 탄생 100주기가 되는 해다. ‘국정역사교과서’는 딸의 아버지에게 헌상하는 ‘100주기 선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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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aujourdhui&uid=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