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irene777 2015. 10. 20. 16:05



카카오톡과 텔레그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비지니스 모델은 계속…중요한 것은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무한한 공간


김홍열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보사회학)


- 진실의길  2015년 10월 14일 -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하고 카카오톡이 두 손 들었다. 검찰의 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지 불과 1년 만이다. 입장 변화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런 뒷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언론에 수 차례 보도된 것처럼 다음(daum.net)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다음과 카카오가 결합 후 다음카카오로 개명을 하고 최종적으로 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 이제는 국민 메신저가 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하여 다시 한 번 도약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네트워크의 기본 플랫폼이 PC 에서 모바일로 넘어갔고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를 국민 대다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기획만 잘하면 회사 카카오의 미래는 무척 밝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1년 전 카카오톡이 정부의 감청영장을 수용해 많은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옮긴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이 생겼다.


당시 다음카카오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감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특별한 해명 없이 다시 감청영장에 응하기로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고스란히 국가 권력의 수중에 들어가게 됐다. 다시 한번 사이버 망명이 유행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망명지는 텔레그램이 만든 가상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텔레그램으로 옮겨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검찰 영장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주고 받는 메시지가 모두 암호화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실제 내용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첫 번째 사항부터 살펴보자. 메신저가 만드는 것은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물리적 서버가 어디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서버가 국내에 있다고 해서 검찰 영장에 꼭 응할 의무는 없다. 지난 일 년간 카카오는 나름 선방해 왔다. 대법원 판례를 방어 무기로 삼든 또는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방패로 삼든 영장을 거부할 적절한 명분은 분명히 있었다. 문제는 법 이전의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기업은 합법과 비합법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권력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하게 되면 대부분 항복할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는 속성상 무한정 확장되지만 권력 역시 네트워크를 타고 흐른다. 어느 순간 특정 노드에서 권력이 작동하게 되면 네트워크의 확장성은 스톱하게 된다. 권력 역시 네트워크를 타고 작동되지만 이 때의 네트워크는 권력에 의해 순치된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결국 물리적 서버가 국내에 있으면 권력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버가 국내에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는 기업 활동의 물리적 영역이 국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와 연결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같이 글로벌 기업이 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국내 최고라 하더라도 결국 국가 권력 작동 방식 안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사항은 좀 더 보편적 관점에서 논의 가능하다. 메신저 텔레그램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이 모두 암호화돼서 저장된다. 서버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메시지 내용을 볼 수 없다. 니콜라이 두로프(Nikolai Durov)와  파블 두로프(Pavel Durov)는 처음부터 메신저 프라이버시를 전제로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그들은 텔레그램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 반면 카카오톡은 상황이 다르다. 투자자, 주주, 시장의 반응이 중요하고 순익을 낼 수 있는 매출 구조가 중요하다. 메신저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화 내용이 그대로 저장된다.


만약 카카오톡이 텔레그램처럼 메시지 내용을 암호화시켜 저장한다면 감청의 문제는 전혀 없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대화 내용을 암호화할 의사가 전혀 없다. 많은 비지니스 모델이 이 대화 내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의 내용을 분석하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빅데이터가 여기에서 출발한다.


텔레그램은 처음부터 비지니스를 포기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빅데이터 기반의 비지니스 모델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카카오은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4000 만 명의 메시지를 분석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계속 만들어 낸다. 이제 딜레마가 시작된다. 텔레그램처럼 암호화시켜 저장하면 감청영장 자체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암호화를 거부하는 순간 권력의 요구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 감청 요구에 한 번이라도 응하게 되면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카카오는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아니면 걱정을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내심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네트워크와 권력, 자본은 늘 갈등할 수밖에 없다. 권력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를 선호하고 자본은 네트워크와 친화성을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자본의 확대 재생산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친화성을 보인다. 권력은 네트워크의 확장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길 바라고 자본은 네트워크가 자기 편이길 바란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가끔 이런 하이어라키와 캐피탈리즘을 뚫고 가상공간을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순간에 네트워크의 속성이다. 권력과 자본 둘 다에 충실한 네트워크는 확장성에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권력과 자본 모두에 무심한 텔레그램 처럼은  아닐지라도  최소 둘 중의 하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네트워크와 자본이 시장에서 만나 권력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거나 네트워크와 권력이 연합해 자본의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본과 권력 둘 다에 친화적인 네트워크는 본질적으로 네트워크가 아니다. 


적어도 한동안은 카카오톡이 텔레그램을 계속 이길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톡은 국내 최고의 메신저다. 너무나 익숙해서 카카오톡이 없는 스마트폰은 생각하기 힘들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에 위기가 시작된다. 아이 러브 스쿨이나 싸이 월드의 사례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하나의 시사점은 얻을 수 있다. 만들어지고 나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SNS 중 이미 수명을 다해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것이 많다. 계속 만들어지고 계속 없어진다. 지금 비지니스 모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비지니스 모델은 계속 만들어진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가 만들어 내는 무한한 공간이다.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 dolce42@naver.com]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hy_kim&uid=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