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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역대 모든 대통령에게는 공과(功過)가 있습니다

irene777 2015. 11. 28. 23:46



역대 모든 대통령에게는 공과(功過)가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11월 22일 -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한미군사동맹 체결로 자유민주주의 확립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부정 선거와 공안 통치로 정치적 후진성을 면치 못했고 인권수준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견인함으로써 경제 강국으로서의 기틀을 다졌지만 유신체제 선포로 인한 인권유린과 민주주의 말살로 독재정권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IMF 조기졸업과 남북관계 개선으로 경제와 외교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지만 외국자본에게 국부를 유출시켰고 원칙 없는 햇볕정책으로 북한 핵개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의 경우 역사적 평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아직은 공과를 언급할 단계는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전두환 정부와 노태우 정부의 경우 군부독재 정권의 연장선인 동시에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가는 과도기 정부였던 만큼 공과를 따지는 것이 적절치 않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過)만 부각될 뿐 공(功)에 대해서는 그동안 거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하나회 해체로 제2 제3의 군사쿠데타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고, 안기부 개혁과 청와대 안가 철거로 공안통치의 망령을 걷어냈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실시로 검은 돈을 매개로 한 정경유착과 권언유착의 뿌리를 뽑았습니다.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지방자치제 등 정치개혁의 큰 기둥을 세운 것도 문민정부였습니다. 이외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02 한일월드컵 유치, 군 평시작전통제권 회수 등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 만큼 일한 정부도 흔치 않죠.


제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요소 때문에 공은 묻히고 과만 부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IMF 경제위기라는 사상초유의 사회혼란이 워낙 국민들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며, 둘째, 합리적 성향의 보·혁 연합 정권이었기 때문에 골수 보수와 골수 진보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PK정권이라는 한계로 인해 보수의 심장 TK로부터 폄하되고 호남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고립무원의 처지가 된 측면도 있죠.


그러나 이제라도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간 유지되어 온 87년 체제를 이끌어낸 최대의 공로자는 누가 뭐라 해도 김영삼입니다. 1983년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23일간의 단식투쟁, 민추협 결성, 신민당 창당, 85년 2.12 총선 약진, 통일민주당 창당 등으로 이어져오는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발걸음은 그가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대담하고도 유연한 행보였죠. 3당 합당이라는 ‘옥의 티’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그는 지금까지도 ‘민주화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적 리더 부재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청와대의 독선과 독주에 어떠한 제동도 걸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은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찬 민의를 수렴하고 반영할 정치력과 실행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80년대의 빛나는 정치지도자 김영삼에 대한 그리움과 갈증이 더욱 커져만 갑니다. 지금 여당에 김영삼이 버티고 있다면… 아니 야당의 중심에 김영삼이 있다면… 어쩌면 한국 정치는 보다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프레임과 국면을 만들어갈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로 오늘 서거하셨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가 생전에 자신의 역사적 발자취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추진했던 ‘김영삼 민주센터’의 개관을 끝내 보지 못하고 타계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기왕이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아계시는 동안 김영삼 민주센터가 많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 개관하여 그가 다시 한 번 손으로 V포즈를 취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제라도 각계각층의 성원의 손길이 이어져서 조속히 개관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 자신도 민주주의와 대통령 직선제를 향한 그의 열정과 신념을 지켜보며 청소년과 청년 시기를 겪었기에, 그도 옳았고 그를 지지한 저 자신도 옳았다는 작은 징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기원하며, 김현철 교수를 비롯한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905&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