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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삼, 공반과반(功半過半)의 정치 역정

irene777 2015. 11. 29. 04:19



김영삼, 공반과반(功半過半)의 정치 역정

하지만 그는 ‘세 전직’ 중 하나


진실의길  김갑수 칼럼


- 2015년 11월 23일 -




흔히 ‘영욕이 교차한 삶’이라는 말을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영예와 치욕을 함께 가진 인물을 평가할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영예는 그가 이룬 공로 덕분에, 치욕은 그가 남긴 과실 탓에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욕이 교차한 삶이란 공로와 과실이 대등하게 있는 삶을 말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과 과가 엇비슷한 삶, 즉 공반과반(功半過半)의 삶을 살았다.


김영삼의 민주화투쟁은 최대의 ‘공’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이 나라의 민주화에 지울 수 없는 족적을 남겼다. 그는 박정희의 파쇼정치에 치열하게 저항하여 사상 유례가 없이 악독했던 유신의 종말을 앞당기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김영삼의 3당합당은 최대의 ‘과’였다. 그는 분명히 영예로운 민선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가 영예로운 민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민주화투쟁 덕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3당합당이라는 야합이 없었더라면 성취될 수 없었다고 본다.


그는 3당합당으로 군부독재와 야합함으로써 빛나는 민주화투쟁의 공로를 스스로 훼손했다. 또한 그는 3당합당으로 영남패권과 야합함으로써 국민지도자에서 지역지도자로의 전락을 감수해야 했다.


김영삼은 3당합당을 할 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그는 집권당의 대선 후보직을 쟁취하여 집권에 성공했다. 우리는 그가 비록 3당합당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감하게 하나회를 해체하고 전두환·노태우를 법정에 세웠을 때, 한때 거두었던 성원을 다시 보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떠한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이라는 김영삼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은 얼마나 벅찬 것이었던가? 그는 놀랍게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김일성의 급서로 인해 회담이 와해됐을 때 그는 낙담 대신 짜증부터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애도 대신 군대비상령을 내렸고 조문 대신 대북경계령을 강화함으로써 그의 정상회담 추진이 한낱 공명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심을 유발했다.


특히 IMF 구제금융사태는 민선대통령이라는 김영삼의 명예를 고통스럽게 균열시켰다. 그런데 사실 IMF 사태는 김영삼만의 과실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문제다. 모순은 박정희 때부터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것이었다. 여기에 강대국들의 음모와 책동이 한국경제를 습격한 사건이 바로 IMF 사태였다.


따라서 김영삼에게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이 심각한 위기를 마지막까지 잘 몰랐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는 한국인에게 희극적 인물로 격하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희극적 인물답게 후임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앙탈’ 비슷한 시기질투심을 내비쳤다. 그는 툭하면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북이 좋으면 북으로 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빛나는 민주화투쟁과 영예로운 민선대통령 김영삼이 아니라 일개 ‘어버이’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김영삼의 3당합당, 대북정책 파탄, IMF 사태 등에서 반드시 배워야 했던 교훈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제 아무리 정의를 표방한다고 하더라도 ‘무지한 정의’는 실패한다는 교훈이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말은 십중팔구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위대했던 마오쩌둥은 자기 삶에 대하여 공칠과삼의 평가를 얻고 싶어 했다. 이것은 ‘과삼’을 인정할 테니 ‘공칠’을 먼저 평가해 달라는 뜻 아니면, 공칠이 있으니 과삼을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나는 마오쩌둥이 원했던 공칠과삼을 기꺼이 인정한다. 그리고 마오쩌둥에 대한 기준을 김영삼에게 적용했을 때 김영삼의 삶은 공반과반쯤이라고 평가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김영삼의 서거를 애도한다. 그는 우리에게 어엿한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세 명의 전직 대통령밖에는 없다. 나는 세상에서 ‘전직’이라고 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과 현직 박근혜를 우리의 대통령으로 인정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볼 때 나에게 전직 대통령은 셋밖에 남지 않는다. 2009년 서거한 노무현과 김대중 그리고 오늘 서거한 김영삼이다. 그리고 노무현은 공사과육, 김대중은 공육과사, 김영삼은 공반과반이라는 것이 나의 평가다. 그의 어록 중에 두 개가 가장 유명하다. 하나는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근혜는 칠푼이’라는 것이다. 그의 어록 역시 공반과반이다. 전직 대통령 김영삼의 서거를 다시 애도한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booking&uid=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