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외로움
60대 이상의 노인세대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온 주역들
진실의길 정운현 칼럼
- 2016년 1월 11일 -
아프리카 속담에 “죽어가는 노인은 불타고 있는 도서관과 같다”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헤쳐 온 노인은 한 시대의 기록이요, 역사인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새암이 없는 물이 없듯이 노인은 우리의 뿌리요, 근본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인은 받들어 모심의 대상이요, 존경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예외가 없진 않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자애롭고 너그럽다. 어릴 적 할머니 품의 따사로움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으리라. 노인은 살아온 지난날을 추억하며 산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날도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하나둘씩 품을 떠나도 원망하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노인은 이 땅의 오늘을 있게 해온 주역들이다.
그런데 현실은 과연 어떤가? 노인들이 자애롭고 너그러운가? 또 세상은 노인을 받들어 모시고 존경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요즘 대다수 노인들은 가정에서는 천덕꾸러기요, 세상으로부터 무시의 존재로 전락했다. 노인을 숭상하는 사회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리 내몰리고 저리 튕기고 있다. 각박한 인심 탓이다.
▲ 에밀 브로의 ‘시장에 앉은 노인’
고령화 사회가 빚어낸 부작용이 여럿이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는 노인범죄의 증가다. 60대 이상 노인이 저지르는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61세 이상 노인이 저지른 5대 강력범죄는 2010년 7천 9백여 건에서 2014년 9천 4백여 건으로 18.2%나 는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과 강도는 5년 전보다 다소 줄어든 반면, 성범죄와 절도, 폭력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령화 시대 노인들의 소외와 좌절감, 경제적 빈곤 등으로 꼽았다. 평균수명이 늘어 전체 인구비율에서 노인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이들이 겪는 사회적 무력감이 폭행, 절도 등 범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리적 어려움에 경제적 빈곤이 겹쳐 결국 범죄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60대 이상의 노인세대는 말 그대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온 주역들이다. 8.15 해방, 한국전쟁, 4.19혁명, 5.16 쿠데타, 80년 광주항쟁과 같은 정치파동은 물론이요, 가난과 고통, 이념과 지역 및 세대갈등 등 사회적 역경도 예외 없이 부대끼며 살아야 했던 세대들이다. 그러면서도 오늘날의 경제성장을 일군 주역들이기도 하다. 평생 죽도록 일만 하며 일개미처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들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다. 개인에 따라서는 편안한 노후생활을 즐기는 이도 없진 않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제는 필요 없는 존재, 사회기 부양해야 하는 짐짝으로 전락해버린 면도 없지 않다. 가족으로부터의 소외, 사회로부터의 차별, 게다가 인간적 멸시감까지 더해진 감이 없지 않다.
노인범죄의 배경에는 자신들이 버림받았다는데서 오는 인간적 외로움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외로움은 고독감, 우울증, 급기야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 없이 살 수 없고 사람 없이 즐거울 수 없다. ‘뒷방 신세’로 전락한 노인들에게는 오죽하겠는가. 노인을 외롭게 하지 말라. 머잖아 나도 그런 노인이 될지니.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icat=&table=wh_jung&uid=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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