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을 두른 ‘남산’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정권교체는 영원히 물 건너갈 것
진실의길 강기석 칼럼
- 2016년 2월 23일 -
지금 박근혜 정권의 눈에는 테러방지법 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테러방지법이 없으면 테러를 막을 수 없다”는 대국민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 집권세력이 저런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이면 야당이 됐든 국회의장이 됐든 막을 도리가 없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킬려면 야당을 설득하기 전에 우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우선 테러에 대한 공포심을 널리 퍼트려야 한다. 때마침 김정은이 대남 테러를 위한 역량 결집을 지시했고 정찰총국이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국정원 발 보도가 나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김관진, 윤병세, 홍용표, 한민구 등에 대한 암살·납치 지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는 소식이 종편 등 수구언론을 통해 떠들썩하게 확산되고 있다. 북한이 지하철을 비롯한 국가기간시설 테러와 사이버 공격 등을 감행할 채비라고도 한다.
핵폭탄 실험마저도 깜깜하게 몰랐던 국정원이 그보다 훨씬 더 은밀하게 진행됐을 김정은의 테러 역량 결집 지시는 어떻게 알았을까. 여기서 우리는 국정원이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 마땅하다. 결국은 아무도 국정원의 정보가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토를 달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국정원은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으로 머물러야 한다. 그것도 국내 정보, 해외 정보, 북한 정보를 나누어야 하고 상호 크로스체킹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비밀기관 국정원이 직접 수사에 나서서도 안 된다. 인권침해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보의 오류가 있어도 끝까지 교정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여기에 특정 사안에 대한 국정원의 불순한 의도까지 개입될 경우, 그건 재앙이다.
그런데 지금 국정원은 이 모든 것을 한 몸에 다 갖고 있다. 각급 정부 부처에 나가 있는 조정관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사찰하고 통제까지 하고 있다. 정보 서비스 기관이 아니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테러방지를 빙자해 더 많은 권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테러위험’이라는 한 마디로 더 많은 사람의, 더 많은 정보를, 더 쉽게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테러위험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합법적으로 모든 정부 기관을 대테러 센터 밑에 두고 군 병력동원까지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게 된다.
국정원은 쿠데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박정희와 김종필이 만든 비밀경찰이며 유신정권을 가능케 한 정치공작 기관인 중앙정보부의 후신이다. 계속 이름을 바꾸면서도 이 기관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은 적은 민주정부 10년을 빼고 단 한 번도 없었다. 테러방지법은 이런 기관에 철갑을 두르고 큰칼 하나를 더 쥐어주는 ‘정보기관 강화법’이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정권교체는 영원히 물 건너갈 것이라는 민변 이재화 변호사의 섬뜩한 예언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gs_kang&uid=27>
'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타파 포럼> 광풍으로 변해 가는 ‘북풍’을 퇴치하자 (0) | 2016.02.24 |
---|---|
<칼럼> 교사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0) | 2016.02.23 |
<칼럼> 권석천 - 감시견과 개의 차이 (0) | 2016.02.23 |
<칼럼> 김준형 - ‘폐기’와 ‘회귀’의 박근혜 정부 3년 (0) | 2016.02.23 |
<칼럼> 박원호 - K군의 졸업에 부쳐 (0) | 2016.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