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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박연대’ 출범할까?

irene777 2016. 3. 23. 21:01



‘비박연대’ 출범할까?

‘유승민 사태’는 유승민 하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진실의길  정운현 칼럼


- 2016년 3월 23일 -




4.13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진통을 앓고 있다. 예상 밖의 공천 결과를 두고 그 후유증이 온 나라를 들썩거릴 정도다. 자리는 하나인데 후보자가 여럿이니 공천 과정에서 논란이 이는 건 당연지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유독 소란스럽고 괴이하기조차 하다. 정치 도의는 온데간데없고 배척과 칼질만이 난무하고 있다. 전례 없던 일이다.


그 중에서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은 목불인견이다. 핵심은 친박(親朴) 세력의 ‘비박(非朴) 죽이기’. 어제까지도 한솥밥을 먹던 식구들이었으나 지금은 불구대천의 원수마냥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칼자루를 쥔 쪽은 친박이니 싸움에서 진 비박의 시체가 온 천지에 나뒹굴고 있다. 오죽하면 집권당 대표가 경선을 치르게 됐을까. 이를 꼭 나쁘다고만 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당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새누리당의 공천파동을 두고 “자해 공갈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 모습. 왼쪽 두번째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소위 ‘유승민 사태’는 그 중에서도 압권이랄 수 있겠다. 유 의원은 한 때 친박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후 친박에서 멀어진, 소위 ‘멀박’ 신세가 됐다. 공천심사 과정에서 친박계 공관위원들은 그에게 알아서 당에서 나가라고 공공연히 쏘아붙였다. 심지어 ‘정체성’ 운운하며 저주에 가까운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공천 막바지까지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해대고 있으니 사실상 유승민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유승민 사태’는 유승민 하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소위 유승민계로 불리는 의원들은 된서리를 맞고 모두 ‘폐족’ 신세가 됐다. 조해진 의원 등 7명이 컷오프에 걸려 모두 잘려나갔다. 특별한 하자가 있다기보다는 ‘유승민계’라는 것이 문제가 된 셈이다. 공천심사의 판단기준은 단 하나, ‘친박이냐 비박이냐’다. 조해진은 18일 탈당기자회견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표로서 확인시켜주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무소속 출마를 두고 비난보다는 동정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한다.


또 다른 친박 출신의 ‘배신자’ 진영 의원 역시 컷오프에 걸렸고, 그 역시 당을 떠났다. 17일 탈당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난날의 저의 선택이 오늘 저에게 이처럼 쓰라린 보복을 안겨주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기초연금 문제로 갈등을 벌이다 장관직을 던졌는데 이것이 화근이 된 셈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내리 3선을 한 그는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설사 그가 야당으로 간들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친박계 주도의 ‘공천학살’은 청와대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 배경을 두고 어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아직 임기가 2년가량 남아 있지만 박근혜 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재임 중 논란거리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의 의혹’ 하나만으로도 청문회감이 되고도 남는다. 청와대로서는 퇴임 이후가 걱정스러울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대 국회를 친박으로 채워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청와대 뜻대로 일이 순순히 풀릴지는 의문이다. 친박이 휘두른 칼에 목이 잘린 비박들이 순순히 물러날 리 없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득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새누리당 내에서부터 ‘새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컷오프로 밀려난 인사들 가운데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임태희·안상수 전 의원 등이 ‘비박연대’ 결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의 공천학살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이들이 모여 ‘친박연대’를 만들었다. 꼭 8년 만에 그 복사판을 보는 기분이다. ‘비박연대’, 과연 출범할 것인지 주목된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wh_jung&uid=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