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본 소고 (小考) ② 야당편
총선총평 야당편, 현재론 안철수가 유리해 보여…
일단 현재의 시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국민의당이 다소 유리해보입니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6년 5월 10일 -
4.13총선이 끝난 지 어느 덧 한 달이 되어갑니다. 여당 편에 이어서 야당 편을 쓴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제야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야당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역기반과 대선후보 모두 취약하지만 의석이 넘쳐나는 더민주, 그리고 지역기반과 대선후보 모두 짱짱하지만 의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민의당 간의 야권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현재의 시점에만 초점을 맞추면 국민의당이 다소 유리해보입니다.
첫째, 어찌되었건 127석에서 123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든 더민주와 달리 국민의당은 21석에서 38석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것도 새누리당을 제2당으로 추락시키면서 ‘여소야대’라는 제3당에게 유리한 정치지형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둘째, 안철수-천정배 공동상임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으로 짜여진 지도부가 새누리당 및 더민주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라인업입니다. 특히, 새누리당과 더민주 모두 전당대회 이전까지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 원 구성 협상에서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 당대표가 선출되면 당청간 불협화음은 없겠지만 국민여론과 갈수록 멀어지게 되고, 비박 당대표가 선출되면 또다시 당청 간 불협화음이 고조될 것이므로 정치 불신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누가 당대표가 되건 당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더민주의 경우에도 친노가 잡든 비노가 잡든 지향점과 정치철학이 다른 세력 간 싸움이 불가피하므로 당이 중심을 잡아나가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민의 당의 경우 안철수와 천정배가 색깔이 뚜렷이 구별이 되지만 야권연대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천정배 공동대표가 나름 유연한 처신을 하고 있고,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름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큰 이견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금상첨화 격으로 김성식 위원장의 경우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만큼 합리적인 정책전문가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대중적인 이미지도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전망입니다. 짧게 보아서는 9월 정기국회 때까지이고 길어봤자 연말 예산정국까지입니다. 12월에 안철수와 천정배 모두 대선출마를 위해 사임할 가능성이 높고, 새누리당과 더민주 또한 12월 예산국회를 기점으로 당의 중심이 당 지도부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흐름 속에서는 과연 어느 정당이 유리할까요?
일단 새누리당이 가장 불리해 보입니다.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유승민 등이 사실상 대선후보 대열에서 탈락했고, '반기문 대세론'도 총선 대몰락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추락으로 힘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인제, 최경환, 이재오, 김태호, 임태희 등 킹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낙선, 불출마, 공천탈락, 참패책임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더민주는 그나마 새누리당보다는 형편이 조금 낫습니다. 비록 호남에서 참패를 당했고, 정당득표율에서 국민의당에게 밀리는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제1당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했고, 문재인-박원순-안희정 등 기존 대권주자 후보군에 김부겸, 김두관, 이재명 등이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습니다. 김부겸과 김두관은 각각 대구와 경기북부라는 험지에서 승리하는 개가를 올렸고, 이재명은 '제2의 분당대첩' 숨은 배후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해찬-김한길-박지원-정세균 등 잠재적 킹메이커들이 당 밖으로 쫓겨나가거나 사실상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해버렸다는 점입니다.
이들과 비교해볼 때 국민의당의 처지는 조금 더 괜찮아 보입니다. 우선 안철수라는 확실한 대선주자가 있고, 적어도 당분간은 그의 아성을 뛰어넘는 경쟁자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특히, 호남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친안철수계가 대거 당선되어 친위체제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김한길 또한 불출마로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야권통합의 구심점이 될만한 인물도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올해 12월 이후 대선정국을 전망해볼 때, 안철수라는 확실한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이미 결승점을 향해 뛰기 시작한 국민의당, 그리고 이제서야 출전선수 선발전을 갖고 스타트라인에 대표주자를 세우고자 하는 정당들간 힘의 균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정치권이 요동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틈새를 장외의 반기문과 손학규가 어떻게 파고들어올 것이냐도 대단히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반기문과 손학규 공히 여야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 지리멸렬하고 야당이 주도권을 잡는다면 반기문 입장에서 굳이 새누리당의 문을 두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문재인이 있기는 하지만, 충청표에 호남과 강원/제주를 묶고 그 여세를 몰아 수도권으로 북상시킨다면 문재인과도 충분히 해볼만한 구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문재인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당내갈등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일이 많지만, 반기문은 바깥에서 추이를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야당의 구원투수로 투입될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에서 손학규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안철수+문재인+제3후보로 야권이 흥행몰이를 하는 상황에서 그냥 넋놓고 반기문만 바라보고 있다가 반기문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야권으로 넘어갈 경우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됩니다. 그러니 반기문에 대한 대안 및 보험 차원에서 손학규 영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노무현이 외무장관 시켜주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만든 반기문,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내쫓은 손학규. 이 두 사람의 여야를 넘나드는 인연 혹은 악연이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맺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던 말이 실감납니다.
물론, 변수는 있습니다. 호남이 안철수와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 과연 내년 대선까지도 유효한 것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문재인과 김종인에 대한 호남의 거부감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만일 더민주가 문재인과 김종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대권주자로 내세울 경우 호남 여론이 또다시 요동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의 경우에도 유승민의 복당이 7월 이전에 이루어지고 전당대회에서 유승민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이변이 연출된다면 부정적 기류로 돌아선 TK와 PK 여론도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탈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내부 결속력과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자체적으로 대선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낸다면 반기문과 손학규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유력 대권주자가 없는 ‘불임정당’이 되어버릴 경우 반기문과 손학규는 여야를 넘나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한은 대략 올 연말까지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정보를 듣고 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제안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대선정국이 우리 가까이에 와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정국판단으로 대선준비 캠프에 뛰어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적어도 6월 원구성과 9월 정기국회까지는 상황을 봐야 그나마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조금 더 관망해볼 생각입니다. 물론, 당사자들은 속이 타들어가겠지만…이래서 정치평론가가 편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문제가 걸려있고,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숙원이 걸려있지만, 저는 마치 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보듯이 선발 라인업을 분석하고,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정치평론가들이 가장 바빠지는 계절입니다. 기왕이면 마음껏 누리겠습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999&table=byple_news>
* 관련 포스팅 : ☞ <칼럼> 4.13 총선을 본 소고 (小考) ① 여당편
☞ <칼럼> 4.13 총선을 본 소고 (小考) ② 야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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