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의 새論새評]
오만의 뿌리
- 매일신문 2016년 5월 11일 -
▲ 전원책 변호사
박근혜정부 끝나면 새누리 반드시 망해
보수주의 戰士를 찾을 수 없는 오합지졸
총선 참패에도 입신영달 외엔 관심 없어
나라를 나라답게 못 만든 유약한 자들뿐
새누리당은 정말 망할 것인가? 총선 한 달이 지나면서 정치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과거 노무현정부와 운명을 함께했던 열린우리당처럼 박근혜정부가 끝나면 새누리당도 수명을 다할 것인가? 두 정당은 묘하게 닮았다. 순수 우리말로 지은 당명은 솔직히 낯설었다. 당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 뜻도 모호했다. 게다가 명색이 집권여당인 공당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다가 대중의 신망을 잃은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열린우리당은 노무현정부를 위해 탄생했고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진짜 공통점은 두 당이 오만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386 과두(寡頭)들이나 새누리당의 실세인 ‘진박’ 과두들에겐 저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확신에 차서 대답한다. 새누리당은 반드시 망한다고. 박근혜정부가 끝나면 당명도 바뀔 것이고 붉은 색깔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들이 오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쩌면 새누리당도 해체될지 모를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 당에 보수주의 전사(戰士)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는 건 알겠는데, 이리 제정신 못 차리는 오합지졸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니까 오래전에 이미 망조(亡兆)가 들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진짜 정치’를 모르는 건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의원 나리가 되었으니 그저 앞으로 4년간 ‘카메라 샤워’를 즐기며 금배지 달고 떵떵거릴 수 있다는 환희에 차 있는 소인배 무리였다. 이러니 대중이 우습게 보이고 자신들 뒤나 닦아주는 아랫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 겁 없는 오만방자한 무리가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한다고? 지난 한 달을 살펴보라. 집권여당으로서 사상 최대의 참패를 한 충격은 며칠 가지 않았다. 겉으로는 처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떤 반성도 없었고 긴장도 없었다. 이 나라 ‘보수’는 그들이 가시방석에 꿇어앉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제정신을 차려 지금부터라도 보수정당으로서 제 몫을 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안철수에게 건너간 집토끼가 돌아와 줄지 슬금슬금 대중의 눈치나 살폈다. 속으로는 어쩌면 야당 노릇이 더 재미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싹 다 바꿔야 한다는 립서비스도 이젠 쑥 들어간 채 기껏 새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당대회나 열자는 꾀를 낸다. 한마디로 가관(可觀)이다.
하긴 지금 같은 구성원으로 무얼 하겠는가? 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물으면 다들 번드르르한 말을 하지만 솔직히 그들에겐 자신의 입신영달 외엔 어떤 관심도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웰빙 정당’인 것이다. 당연히 자신들이 실현해야 할 이념이나 정책이 없으니, 말이 정당이지 스펙트럼이 넓어도 너무 넓었다. 그러니 무슨 열정이 있겠는가? 그래서 ‘좋은 게 좋다’는 자들이 다시 세(勢)를 얻고 있다. 한마디로 맹탕이다. 그들에겐 정당을 정당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용기도 없다. 국가에 대한 어떤 걱정도, 다음 세대에 대한 어떤 염려도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온실 속 화초도 이런 연약한 화초가 없고 책상물림도 이런 유약한 자들이 없다. 그들이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익숙해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협치’(協治)라는 낯선 조어가 등장했다. 야당의 원내대표들과 형 아우 하는 것이 자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넥타이 색깔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다. 새 원내대표는 자신의 스승이라는 JP를 찾아가 과거 DJP 야합을 칭송하면서 자랑스레 협치를 보고했다. 그래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야합을 본받아 JP 말마따나 야당을 ‘슬슬 비켜가 충돌하지 않도록 잘해서’ 국민들에게서 ‘맡길 만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 협치라는 것이 정녕 이 나라를 위한 길인가? 도대체 새누리당이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왜 졌는지, 왜 박근혜정부가 손가락질을 받게 됐는지 단 한 번이라도 고민해보았는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은 정말 갈 데까지 갔다. 무관중 경기를 당해야만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는 야구팀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는다.
덧붙이는 글 : <전원책>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제2회 백만원고료 한국문학 신인상.
전 경희대 법대 겸임교수. 전 자유경제원 원장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3427&yy=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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