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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누리당 사태로 보는 10년 주기 정권교체론

irene777 2016. 5. 28. 18:10



새누리당 사태로 보는 10년 주기 정권교체론

상대가 무너져도 이길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별무소용


진실의길  임두만 칼럼


- 2016년 5월 22일 -




새누리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조선일보 양상훈, 문화일보 허민, 중앙일보 전영기 등이 이 사태의 주범으로 친박계/청와대를 거칠게 비판했다. 이들은 일단 글의 제목부터 매우 전투적이고 거친 용어의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양상훈은 “저 病的 오기가 총선 이어 대선도 엎을 것”, 문화일보 허민은 “친박의 狂氣와 정진석의 길”, 중앙일보 전영기는 “갈라파고스 새누리당(갈라파고스는 얼마전까지도 토착민이 없었던 지구의 몇 안 되는 섬)“ 등의 제목을 달았다. 따라서 제목으로도 글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내용도 대단하다. 조선일보 양상훈은 “대통령이 맘에 들지 않는 의원들을 다 잘라내려는 오만” “오기와 아집” “친박 권력의 자폐(自閉)적 속성” 등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다가 결론부분에 이르면 “죽었는데도 돌아다니는 게 좀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어서 "사망 원인이 자폐증인 권력이 좀비까지 돼 세상과 동떨어진 행동을 계속하면 새누리당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불행해진다"고 썼다. 또 "좀비는 맹목적으로 돌격한다. 국민과 국정(國政)보다는 반격을 꿈꾼다. 복수 대상은 안팎의 적(敵)이다. 안팎의 적을 다 모으면 그게 국민이란 건 좀비 눈엔 보이지 않는다”고 피니쉬불로우를 날린다.


문화일보 허민도 마찬가지다. “친박 집단의 행패” “친박의 행패는 나치스의 광기” “광인(狂人)들의 집합체”까지 나가더니 “우리끼리만을 고집하는 순혈주의는 근친교배를 낳고 열성 염색체를 퍼트린다. 친박 집단에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변변한 차기 리더 하나 떠올릴 수 없게 된 것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파시스트의 광기 때문일 것”이라며 “다음 대선까지 꼭 19개월 남았다. 지금 상황이라면 여당과 친박이 걸을 길은 뻔하다. 제 무덤 파는 게 보인다”며 새누리당의 대선 패패를 예견했다.


이 두 개의 글에 비하면 그나마 중앙일보 전영기의 글은 점잖다. 하지만 그 또한 “잘라냈다” “배신자의 응징” 등을 쓴다. 그러면서 친박의 행태를 친노에 비유, ‘계파 패권주의의 폐해’를 말한 뒤 “이렇게 되면 대선 유력주자에 관한 한 새누리당은 완전히 빈집이 되는 셈”이라고 단언한다. 이어서 “도무지 사람이 없다. 외눈박이 종만 설치는 흉가 같다. 갈라파고스 섬처럼 교류와 진화가 중단된 곳. 그게 박 대통령이 원하는 당인가 보다”고 결론을 내렸다.


갈라파고스… 적도부근의 19개 섬으로 이뤄진 제도, 얼마 전까지도 토착민이 살지 않았던 곳 지금은 관광지로 개발 됨...전영기는 친박이나 친노가 가는 길이 갈라파고스와 같다고 썼다.


이는 2006년 지방선거 참패 후 벌어진 열린우리당 분당과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을 후보로 만들 때까지를 연상시킨다. 당시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는 고건 전 총리였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고 전 총리의 기용을 실패한 인사”라며 친노계에 비토신호를 보냈고, 고 전 총리는 끝내 낙마했다. 손학규의 야권 이적을 통한 대안세력 형성도 “보따리장사”란 노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끝났으며, 김근태에 대해서는 “실력이 아니라 대통령인 나와 대결을 통해 인기를 얻으려 한다”고 저격했다. 정동영은 각고의 노력으로 대선후보까지 되었으나 친노계의 ‘기호0번운동’까지 나올 정도였다.


전영기가 박근혜와 친박계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갈라파고스’를 언급하고, 이어서 친박계가 친노 패권주의를 답습한다고 한 것은 바로 현재의 새누리당이 김무성 유승민 오세훈 등 많은 이들이 대선주자로 거론되지만 박근혜와 친박의 비토로 ‘갈라파고스’같은 빈집이 되어간다고 비유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처럼 더 강하고 아프게 박근혜와 친박계를 질타할까? 위험신호다. 10년주기 정권교체설에다 현재 나타나는 징조들에 대한 위험신호를 이들이 감지하고 있음이다. 즉 이대로라면 보수 진영은 필시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잃고 패퇴할 것이라는 위험신호를 이들이 감지하고 있음이다.




▲ 차기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안철수 문재인(좌로부터)



1. 1987년 노태우의 집권에 이어 1992년 정권을 재창출한 김영삼의 민자당 정권은 김영삼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의한 하늘 높은 인기, 그리고 정주영의 국민당을 와해시키고 만들어 낸 원내 169석의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권력이 오만해지면서 당시 ‘친김계’인 상도동계는 ‘민자당 동지’였던 김종필을 민자당에서 몰아냈다. 그러나 이 오만은 1995년 지방선거의 참패를 불렀다.


정신을 차린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특기인 몰아치기에 다시 나섰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를 징치한 김영삼은 자신이 몰아내다시피 했던 이회창을 다시 끌어들여 1995년 12월 5일에 민주자유당을 해산하고 신한국당을 창당하였다. 하지만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앞서 165석이던 의석을 과반 150석에도 한참 못 미치는 139석으로 줄이는 결과를 냈다.


반면 야권은 김대중의 국민회의가 79석, 민자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차린 김종필의 자민련이 50석, 이기택 등의 민주당이 15석 무소속이 16석을 차지 여소야대 국회가 생성되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무려 219석이란 거대세력을 형성했던 민자당의 후신이 두 번의 선거를 치르며 6년 만에 과반에 11석이나 모자란 선거의 패배였다.


1년 후 김영삼 정권은 IMF 구제금융을 받게 만드는 경제실패 정권이 되었으며 신한국당은 대선에서 패배하고 야당이 되었다. 1987년 국민직선으로 집권한 집권세력이 10년 만에 야당이 된 것이다.



2. 이후 10년인 2006년...1997년 김대중 집권에 이어 2002년 정권 재창출로 태어난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던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앞서 2년 전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을 얻어 여당 단독과반이란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이 힘은 이들을 오만으로 불러 4대악법 척결이란 이념정치에 몰두하게 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으며 국론은 양분되었다.


그래도 대통령은 “옳은 것은 옳은 것”이란 신념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더구나 야당과의 협상정치가 아니라 대국민 홍보전에 더 치중, “국민과의 대화 인터넷 생중계”같은 이벤트정치를 선호했다. 그해 6월 지방선거는 그래서 대한민국 여당 사상 가장 처참한 참패의 결과를 낳았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전북도지사 1석(승률 0.0625%), 230개 기초단체장 중 19석(승률 0.0826%), 733개 광역의원 중 52석(승률 0.0709%) 획득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냈다.


더구나 수도권은 서울 25개 구청장, 인천 7개 구청장, 경기 27개 시장군수 중 단 1석만을 얻었다. 광역의윈도 서울 106개 의석 중 2석, 인천 33개 의석 중 1석, 경기 119개 의석 중 2석을 얻은 것이 집권 열린우리당의 선거 결과였다. 다시 말해 국민을 보지 않고 “내가 옳아”의 이념만 고수한 친노패권주의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야당지라는 언론들의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 주류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을까? 2006년 5.31 지방선거 참패 후 나온 이른바 진보언론의 논조를 잠깐 보자.


오마이 뉴스 : 열린우리당 미래는 있는가? -김욱-......“노무현 정부는 왜 실패하고 있는가? 지지세력 결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지지세력 결집에 실패했는가? 정권을 만들어낸 전통적 지지세력의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지지세력으로 전통적 지지세력을 교체하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 지지세력의 중심축인 호남이 수행해왔던 민주개혁의 역사적 정당성과 지위를 하루아침에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터무니없는 이데올로기는 개혁세력을 완전히 지배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다. 그리고 실제 언론인들은 열린우리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질타가 아니라 이런 선거 결과를 만든 국민들을 질타하고 있다.


“5·31 지방선거 결과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299명 거의 모두가 같은 정당에서 선출된 격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 지방자치의 본질적 위기다.” -6월1일 자 경향신문[위기의 지방정치] 권력의 독과점.


한겨레는 긴급좌담을 평성하고 이를 중계하는 식의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반감을 진단했으나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그룹, 그리고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두고 누구에게도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았으며 다만 “전통적 지지층의 분열 때문에 졌다”정도로 선거의 결과를 평가했다.



3. 이점이다. 결국은 이점이 다르다. 앞에 인용한 것처럼 보수진영의 언론들은 총선 패배의 근원지에 대한 신랄한 비난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진보 언론들은 노무현이란 성역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금기를 지킨다.


2006년의 참패… 여권은 빅뱅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와해되었으며 그 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나타났으나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참패한다. 1997년 대선은 나라가 부도 난  IMF구제금융 와중에 여권후보의 분열까지 나타났으나 39만 표 차이의 박빙승부였다. 그런데 2007년의 대선은 무려 500만 표라는 엄청남 차이의 참패였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다.


보수언론은 위험신호가 닥치면 동물적으로 반응한다. 일단 그 위험신호의 위치를 찾아 제거하는 것을 우선한다. ‘개혁대통령 김영삼’은 임기 말 식물대통령이었다. 보수언론 어디도 김영삼 우군은 없었다. 언론계에 난무했다는 YS장학생들은 모두 숨어버렸다. 지금 박근혜의 우군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이런 식으로 길어진다면 보수언론들은 박근혜를 아주 내놔버릴 수도 있다.


반면 진보언론은 '친노-문재인=성역'을 고수한다. 거기에 대항하려는 누구도 그냥 두지 않는다. 그가 안철수든 김부겸이든 박원순이든 정동영이든 박지원이든 천정배든 심지어 안희정이라도 '친노-문재인=성역'을 인정하지 않고 대든다면 이들 언론들에게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다. 사실상 지금은 새누리당 위기가 아니다. 야권진영이 더 위기다. 새누리당 진영은 회초리를 든 우군들이 회초리로 말을 듣지 않으면 몽둥이로라도 잘못을 깨우치게 하려는 몸부림인데, 진보진영은 성역을 건드리면 누구라도 ‘반동’으로 찍혀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10년 주기설 정권교체기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미리 죽는다.


권력이든 재산이든 받으려고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현재 박근혜와 친박계…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10년 주기설에 확실히 부합하는 정치로 권력을 팽개치고 있다. 이를 중앙일보 전영기는 ‘시나리오’라며 이렇게 쓴다.


“새누리당 대통령이 등장하면 박 대통령은 꼼짝없이 전직 대통령으로 활동반경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새누리당이 야당이 된다면 ‘박근혜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칠 수 있다. 이들이 지금 같은 응집력으로 야당을 하면 과거 ‘김대중 당’에 못지않을 것이다. 차기 정권에서 친박은 폐족이 아니라 정통 보수당으로 대접받게 된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되도록 조중동이 그냥 둘까? 그래서 지금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 위기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flower911&uid=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