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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지봉 - 제20대 국회에 바란다

irene777 2016. 6. 18. 23:03



[정동칼럼]


제20대 국회에 바란다


- 경향신문  2016년 6월 12일 -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지난 9일에 국회는 첫 본회의를 열어 정세균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하고 본격적인 제20대 국회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새 국회가 어떤 식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일명 ‘청문회 활성화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할지도 국민적 관심사들 중의 하나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제20대 국회는 이 법안을 다시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할 수 있고, 또 재의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선 정부는 거부권 행사 이유로 이 법안이 위헌임을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이 법안의 핵심은 청문회 개최 사유로 ‘상임위원회 소관 현안 조사’를 추가한 데 있다. 정부는 이로 인해 상임위원회가 상시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여 ‘상시 청문회’가 출현해 행정 마비가 초래되어 헌법상의 삼권분립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임위원회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개최를 위해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법안에도 규정되어 있다. 여당의 반대가 있으면 청문회를 열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법안이 ‘상시 청문회’를 초래한다든지 삼권분립원리에 위배된다는 식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고 기우이다. 오히려 ‘일하는 국회’와 ‘국민의 알권리’를 말하면서 청문회 활성화를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반(反)헌법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헌정사상 66번째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제19대 국회 임기만료 하루 전에 거부권이 행사된 이번 법안에 대해 19대 국회가 임기만료로 재의결을 할 수 없었다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한가에 모아진다.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 근거로 첫째, 20대 국회 재의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헌법 제51조 단서는 이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다. 헌법 제51조 본문은 “국회에서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회기 계속의 원칙’을 규정하면서, 단서에서는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입법기가 19대에서 20대로 바뀌는 경우에는 ‘입법기 불계속’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일부에서는 19대 국회만이 재의결을 할 수 있어서 이 법안은 19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헌법 제51조를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한 무리한 헌법해석이다. 헌법 제51조 본문과 단서는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법안’에 적용될 뿐이다. 청문회 활성화법안처럼 이미 19대 국회 본회의에서 한번 의결된 법안은 적용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국회의 법률안 의결과 재의결에 관한 헌법 제53조는 ‘국회 입법권’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헌법 내에서의 조문의 위치를 놓고 보더라도 헌법 제53조는 ‘제3장-국회’편에 규정되어 있지 ‘제4장-정부’의 ‘제1절, 대통령’편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국회 재의결에 관한 헌법 제53조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회의 입법권’의 입장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19대 국회의 청문회 활성화법 본회의 의결로 법안 의결의 효력은 이미 발생한 것이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국회 의결의 효과가 잠정적으로 제한당하는 것일 뿐 없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19대 국회든, 20대 국회든 재의결을 하면 원래 19대 국회에서의 의결 효과가 회복되는 것이므로 재의결은 ‘국회’에서 하면 되지 꼭 ‘19대 국회’에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삼권분립원리를 헌법상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제 국가들에는 두 개의 민주적 정당성이 존재한다. 국민의 직접선거로 구성되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권력’이 그것이다. 국회는 강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국민의 대표기관임을 늘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과 대등한 지위를 가지며 상호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어가라는 것이 헌법상의 삼권분립원리의 요구이다.


지난 총선에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이 무엇이었는지도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 내에서는 여와 야가 대화와 소통에 힘쓰고, 국회와 대통령은 ‘협치’를 하라는 것이 총선 민심이었다. 국회와 행정부와의 진정한 ‘협치’는 국회와 행정부가 대등한 지위를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점을 출발선에 선 20대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2204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