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박 대통령 변화 가늠할 ‘4가지 행동’

irene777 2016. 6. 20. 19:04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79>


박 대통령 변화 가늠할 ‘4가지 행동’


- 한겨레신문  2016년 6월 10일 -





▲ 박근혜 대통령.  이정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을 맞아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한다고 합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새로운 국회가 구성됐으면 대통령이 국회에 가서 연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무슨 말을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3일 국회 연설의 내용은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하겠지만 그건 주로 야당을 향한 호소일 것입니다. 안보 위기와 경제 위기를 강조할 것입니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 추진을 천명할 것입니다. 노동관계법 처리를 당부할 것입니다. 과거와 꼭같은 말을 할 것입니다. 야당과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의 한계를 비판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숨을 쉴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근거가 있습니다. 말은 생각의 반영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국회,  특히 20대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 장면이 있었습니다.


4·13 총선 다음날인 14일 아침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해 딱 두 마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연국 대변인은 ‘대통령의 공식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발언이 아닌 대변인 브리핑”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정연국이라는 공직자는 분명히 대통령의 대변인입니다.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의 발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의례적인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는 선거 참패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는 초월적 존재의 논법입니다.


그뒤 4월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4·13 총선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국회가 양당체제로 되어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 그래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


정권심판이라는 분석도 있다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 이런 시각, 저런 시각 다양한 분석이 있고, 또 국정운영이 잘못됐다든지 이런 지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총선 결과를 보면 내각 총사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내각을 바꾸어서 국면을 전환해야 되지 않느냐 그렇게 질문을 한 것인가. 경제적으로 할 일도 많고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여유가 없다.”


4·13 선거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내각 교체도 거부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 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각) 첫 순방국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볼레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30일 그는 아프리카 우간다에 있었습니다.


“제20대 국회 임기 시작을 축하합니다. 경제위기·안보불안 등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인 만큼 국회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20대 국회가 ‘국민을 섬기고 나라 위해 일한 국회’로 기억되기 바랍니다.”


짤막한 메시지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풀어보면 “19대 국회는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았는데 지금 경제와 안보가 어려우니 20대 국회는 열심히 일하는 나와 정부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4·13 총선 이후 세 차례 발언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확실히 심술이 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이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것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민들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틀렸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주위에 나이 60을 넘겼는데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말과 행동을 고쳐 나가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 싫다면 행동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말이 곧 행동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분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치인은 정치행위에서 행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장 협상국면 여소야대 현실 수용 읽혀

13일 국회 연설내용이 국정변화 시금석 될듯


4·13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되돌아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5월15일 이병기 비서실장을 내보내고 이원종 비서실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시키고, 강석훈 전 의원을 경제수석에 앉혔습니다. 6월8일에는 현기환 정무수석을 교체하고 김재원 전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교육문화수석과 미래전략수석도 교체했습니다. 총선 이후 순차적으로 주변 참모들을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앞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와 주요 장관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는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인적 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지만 4·13 총선 이후 크게 변화한 정치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새로운 사람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6월8일 일괄타결된 20대 국회 원구성 이면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8선의 친박좌장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고 보도했지만 저는 서청원 의원의 결정이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청원 의원의 발언을 듣자마자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양보를 전격 선언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를 정확히 읽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로 상징성이 매우 큰 자리입니다.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존재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 국가 행사에서 대통령 바로 옆에 평생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정당을 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나란히 앉거나 서게 된다는 것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은 모질게 해도 마침내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환경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재원 정무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수석 세 사람을 교체하고 서청원 의원이 국회의장을 야당에 넘기겠다고 전격 선언한 날짜가 6월8일로 일치하는 것이 우연일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집권 세력의 판단과 결정, 행동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오랫동안 4·13 속앓이를 해 온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드디어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저의 착각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증언이 있습니다.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오래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관찰한 결과 내놓은 결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식은 구름 위의 절대자처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자신이 구름 위의 절대자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좀 안다고 자부하는 어떤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힘’이라고 저에게 귀띔해 준 일이 있습니다. 현실의 벽 앞에서 오기를 부릴 만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사 문제로 지지율이 흔들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던 일을 상기시켰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체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안하무인’의 태도를 취한 것은 온갖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측근비리 의혹이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사과가 아니라 유체이탈 화법의 변명을 했지만 아무튼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분석이 옳다면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할 차례입니다. 4·13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재임 도중 쫓겨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임기말까지 국정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 변화 위해서 4가지 꼭 해야할 일

유승민 복당·측근 3인방 배제 등 선결과제




▲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광역시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20대 총선 대구동구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도착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오마이뉴스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을 전제로 몇 가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첫째, 유승민 의원을 복당시켜야 합니다. 유승민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 싸우며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의 상징적 존재가 됐습니다. 합리성과 개혁성을 결여한 보수는 진정한 보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을 위해서도 새누리당은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복당시키지 않으면 정권을 야당에 넘겨주는 것으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둘째, 새누리당을 국정의 중심에 세워야 합니다. 당정협의체를 새누리당이 이끌도록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국무총리에 앉혀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선거를 치르는 정당입니다. 국민들이 처한 어려움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관료들보다 뛰어난 열정과 지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의 대표를 해봤으니 잘 알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셋째, 이른바 ‘측근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내보내야 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그동안 나온 언론의 기사만 찾아봐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제부터 사람을 기용할 때는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실력있는 사람’을 써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 “역대 대통령들이 왜 자꾸 ‘아는 사람’을 쓰는지 모르겠다. 그냥 각 분야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인재를 구해서 쓰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뒤에는 ‘아는 사람’만 쓰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무능한 사람들입니다.


넷째, 생활 태도(라이프 스타일)를 조금 고쳐야 합니다. 매일 아침 9시에 본관으로 출근하고 6시에 관저로 퇴근해야 합니다.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장차관들에게 대면보고를 받아야 합니다. 보고서 읽기를 중단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말에 관저에서 읽을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들이 금요일마다 야근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는 윤색이 필연입니다.


4·13 이후 개헌에 대한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30일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여야 정치인, 각계 원로, 학자 50여명이 모여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토의했습니다. 이들은 “20대 국회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선국면 전 1년 전이 골든타임이다”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같은 날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치경영연구소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권력구조 개헌의 조건’이라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어 대선 이후에 선거구제 재편과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6월13일 아침에는 국가전략포럼이 ‘수명을 다한 제왕적 단임 대통령제-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합니다. 인명진 목사가 주제 발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들이 낸 보도자료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5년 단임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한국적 정치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 효용성을 다한 87년 체제를 개헌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그러나 매번 차기 권력의 욕망과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 의해 좌절되곤 했다.”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루는 이유가 뭘까요? 대통령제에 대한 실망입니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실망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또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변화를 시작한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 이유주현 기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4767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