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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호중 - 세월호특조위 조사활동 종료, 그럴 순 없습니다!

irene777 2016. 7. 1. 20:15



[시론]


세월호특조위 조사활동 종료, 그럴 순 없습니다!


- 경향신문  2016년 6월 30일 -





▲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6월30일로 세월호특조위의 활동 종료를 통보했다. 7월1일부터 3개월간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만 가능하고, 진실규명 조사는 더 이상 못한다. 2년 전 이맘때가 기억난다. 많은 국민들이 유가족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외쳤다. 무려 650만명에 이르는 국민서명이 있었다. 특조위는 그렇게 국민들이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여당 측 인사들은 ‘세금도둑’이란 비난을 쏟아냈다. 또 지난 4월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통령은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압력에 못 이겨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고 특조위를 출범시켰지만, 참사의 진실을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진실을 덮는 데서 오는 정권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특조위 활동을 ‘쓸데없는 곳에 돈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이제는 아예 조사활동을 강제로 종료시키겠다고 한다.


특조위 조직구성을 위한 시행령이 2015년 5월에 제정됐고, 예산은 같은 해 8월4일에서야 제공됐다. 실제 조사활동은 그때 시작된 것이니, 아직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특별법은 1년6개월의 조사활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그 기간도 진실규명엔 턱없이 부족한데, 정부는 법규정의 애매한 구석을 들춰내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2015년 1월1일에 시작됐고 이제 1년6개월이 지났으니 문닫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진상규명 조사에 얼마나 협조했을까. 작년 11월 특조위가 참사 당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의결했을 때, 특조위의 여당 측 위원들은 청와대 조사에 항의하면서 사퇴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특조위의 자료제출 요청에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았다. 작년에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수사재판기록을 검찰에서 받는 데에도 몇 개월이 걸렸다. 지난 6월27일 특조위는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에 들어갈 철근 278t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을 조사 결과 밝혀냈다.


해수부는 이미 2015년 4월 배·보상 신청을 접수하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특조위에 자료를 주지 않아 조사관들이 수개월간 발품을 팔아 밝혀낸 것이다. 매사가 이러하니 진실규명 조사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9·11테러에 관한 조사위원회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관한 조사위 등은 정부의 자료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특조위는 그렇지 못했다.


정부의 특조위 강제종료에 호응해 일부 언론은 특조위가 그동안 뭘 했느냐며 비난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가 진실규명 조사에 얼마나 비협조적이었는지, 정부가 특조위를 얼마나 집요하게 방해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은 누가 불의한 자인지를 드러내준다. 진실은 곧 정의이고 역사이다. 그래서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이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상태에서 참사의 진실규명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국민이 유가족과 한마음이 돼 만든 특조위이기에, 특조위가 문닫는 날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역사 앞에 선언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또 참사 희생자들의 영전에 살아있는 자, 우리의 양심을 바칠 수 있는 날이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은 우리 사회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안전한 삶의 조건이 기업의 돈벌이 수단에 의해 농락당하고 정부의 예산낭비 타령으로 후퇴해서는 안된다. 불의로부터 성찰하지 않는 자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이보다 더한 불행은 없을 것이다. 필자는 세월호특조위 비상임위원이다. 국민 여러분께 간절히 호소드린다. 지난 역사에서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의 서사(敍事)를 썼듯이, 이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존엄하고 행복한 삶의 가치를 담아, 세월호 참사에 관해 국민의 서사를 써야 한다. 특조위의 임무를 지금 이 순간 끝낼 수 없는 이유다. 세월호특조위 조사활동 종료, 도저히 그럴 순 없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30210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