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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순진 - 울산 지진과 원전

irene777 2016. 7. 16. 01:47



[녹색세상]


울산 지진과 원전


- 경향신문  2016년 7월 13일 -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5일, 울산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다. 울산 시민들은 지진을 경험하자마자 원전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원전은 안전할까?’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서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상도, 그중에서도 경주와 울산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두 곳엔 모두 가동 중인 원자로가 6기씩인 핵발전단지가 들어서 있다. 게다가 고리지역엔 신고리 3·4호기가 건설 중(3호기는 시운전 중)이며, 지난 6월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건설 승인 결정을 내렸다.


계획된 원자로들이 모두 지어진다면 고리원전에는 6㎢ 이내에 무려 1만1537㎿ 규모로 원자로 10기가 들어선다. 원자로 수에서나 시설용량에서나 세계 원자력발전 역사에 획을 긋는, 미증유의 사건이다. 신고리 3·4호기까지만 지어져도 고리원전은 캐나다의 브루스와 공동 순위이긴 하지만 8기로 가장 많은 수의 원자로 입지 지역이 되고 시설용량 면에서도 8737㎿로 일본의 가시와자키 가리와(7기·8212㎿)를 넘어 세계 단독 1위가 된다. 게다가 시설용량 10위권 가운데 30㎞ 이내 주변 인구가 341만명으로 가장 많기도 하다. 그런 지역이 지진위험지역이라니! 거기다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이 무려 60년이라 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자연재난은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기에 동일 부지 다수호기 입지 방식을 취하면, 그 많은 그 큰 규모의 원전설비가 한꺼번에 동일한 위험에 동시적으로 노출될 수 있어 그만큼 위험하다. 시설규모가 클수록 사고 발생 시 누출될 수 있는 방사성물질 양이 많아지는 데다 인구밀집지라면 위험노출인구와 피난인구가 그만큼 더 많기에 더 위험해진다.


정부를 비롯한 찬핵진영은 기존 원전의 내진설계는 6.5, 신규 원전은 7.0이라서 괜찮다고 말한다. 또 그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원자로형은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 말 참으로 닮았다. 체르노빌 사고 후 일본 정부가 “우리(일본)의 노형은 체르노빌의 노형과 다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했던 그 말과. 하지만 그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자연재해 발생 시 대처과정에서 모든 인간적 실수나 예기치 못한 다양한 변수를 제어할 수 없다면?


더군다나 최근 전력수요가 둔화된 사실에 비춰보면 원전이든 석탄화력발전소(11기 건설 중, 9기 계획 중)든 대규모 추가 건설은 참으로 비합리적이다. 우리나라 전력수요는 1990년대에는 9.9%로 가파르게 늘었지만 2000년대는 6.1%, 2011년 이후에는 2.2%로 낮아졌으며 2014년에는 전년 대비 0.6%로 둔화됐다. 그런 데다 이명박 정부가 9·15 순환정전 이후 발전소 건설을 늘려, 전력예비율도 2011년 1월 5.5%였다가 작년에는 16.5%까지 늘어났다. 지금 가동 중인 발전소들로도 이렇게 남아도는데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발전소가 다 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1980년대 설비과잉으로 전력요금을 9차례나 인하해서 전력소비가 늘어나고 우리 사회가 전력 다소비 사회로 굳어져왔는데 그 전철을 되밟을 것인가?


지금은 더 이상 그런 1980년대식 해법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다. 기후변화나 사용후 핵연료 처분 문제 등 다양한 환경에너지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에너지 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늘어나고 전력요금이 싼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이 늘고 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이 발전하기는 어렵다. 더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원자력 안전신화의 허구성과 동일 부지 다수호기 입지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진 가능성까지 더해졌기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 승인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32055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