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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 한국, 사드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irene777 2016. 7. 21. 14:40



[기고]


한국, 사드에 매달릴 여유가 없다


- 경향신문  2016년 7월 14일 -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소식에 나는 무척이나 유감스러웠다. 많은 오해는 있었어도 어쨌든 한·미 군사동맹은 오래도록 북한의 위협에 맞서 공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도 타당한 논의도 없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배치 결정은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효용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아무래도 잠재적인 경제적 이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며, 종래에는 100여년 전 첫 세계대전의 비극을 불러온 바로 그 양상을 초래한 국제무기상들의 책략과 비슷해 보인다.


우선은 사드 자체가 미사일 방어능력이 의심스러운 구식 시스템임을 지적해야겠다. 사드가 효용이 있으려면 고고도로 날아드는 미사일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북한이 남한을 공격한다 쳐도 고고도로 미사일을 날려야 할 이유가 없다. 결국 북한이 수만명의 한국인을 살상하려 한다면 미사일이 아닌 직접 포격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서울은 북한이 갖춘 방사포의 사정거리 내에 있기 때문이다. 사드는 방사포와는 무관하다. 더구나 이미 비효율적인 미사일 시스템 전략이 산재한 마당에, 사드가 고고도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는 체계인 한 결국 이것은 미사일 공격체계를 강화하려는 중국을 자극할 공산이 높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위협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안은 유럽에 안정을 가져온 SALT와 같은 것뿐이다. 197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냉전의 양측은 상호 맞지 않는 여러 이해관계를 세 가지로 조정했다. 모스크바와 워싱턴 간 핵무기 협의, 유럽안전보장협력회의(CSCE)에서의 정치경제적 논의, 그리고 유럽에서의 군감축 및 상호 군감축 협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은 그러한 접근방식을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이번 결정이 그보다 더욱 평화에 무심한 것은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미사일이나 핵무기 따위가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해 미국과 공조해야 무기를 사용할 공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인항공기 기술은 가파르게 발전 중이며 이에 따라 범세계적 안전에 까닭 모를 위협이 되고 있다.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미래의 전쟁 수행 주체는 심지어 국가조차도 아니다. 게다가 우리는 무인항공기와 관련한 어떤 종류의 협약조차도 논의한 바 없다. 무인항공기는 동북아의 무기경쟁구도를 악화시킬 뿐이다.


무엇보다도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 즉 해수면 상승, 사막지역의 확대와 수천만에 이르는 사람들의 잠재적 혼란에 맞닥뜨릴 것이다. 향후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갈 곳은 아마도 화석연료를 줄이고 연료 소모가 적은 생산형태를 도입한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며 그에 따르는 정치적·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비롯한 국가들은 이 장기적인 방안을 위해 공조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공통의 아젠다 확립에 힘써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워싱턴 DC의 타성에 젖은 싱크탱크에서 나온 사드 배치 같은 이슈에 순응하며 잘못된 결정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 우리는 이런 일에 몰두할 만한 여유가 없으며 만일 이런 무기경쟁이 가속화할 때 한국은 가장 큰 희생자가 될 것이다. 동북아의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위협에 한국이 단호하게 나서서 해결책을 찾고자 의지를 보일 때, 그리고 이 문제에서 한국이 다른 국가들을 포용할 의지를 보일 때,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은 의외의 많은 지원세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금전적 이익 혹은 정치적 이익에만 매달려 작금의 행보를 계속할 때, 불필요한 비용은 현저하게 늘어만 갈 것이며 결과적으로 후손들에게 큰 부담만 지우게 될 것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42046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