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이재영 - 미사일 방어체계 새로 구축해야

irene777 2016. 7. 22. 16:43



[기고]


미사일 방어체계 새로 구축해야


- 경향신문  2016년 7월 15일 -





▲ 이재영

전 경남대 교수 (군사안보)



지난 8일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에 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말까지 사드 1개 포대 배치가 완료되고,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통제를 받으면서 한·미연합작전에 운용되게 된다. 문제는 사드가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상황, 즉 찬성과 반대를 외칠 시기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이제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바로잡고,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사드 배치로 미사일 방어체계의 구축 순서가 엉망이 됐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Boost Phase), 중간단계(Mid-course Phase), 재진입단계(Re-entry), 하층단계(Terminal Phase)를 거쳐 목표물에 도달한다.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단계가 1차 요격지점이다. 따라서 고도 200㎞인 GBI나 150~500㎞인 SM-3가 우선 배치돼야 한다. 다음으로 재진입단계에서 40~150㎞인 사드와 50~60㎞인 Arrow-2급, 하층단계에서 30~40㎞의 PAC-3와 15~20㎞인 PAC-2이다. 그런데 정부는 중간단계를 제쳐놓고, 재진입단계에서나 필요한 사드를 선택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목표가 안보든 업적쌓기이든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단호하고, 미국과의 합의를 뒤집을 수 있는 근거와 시간적 여유가 없다. 야권 일각에서 국회 비준을 들먹이지만, 정부의 질주를 막을 수단이 전무하다.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사드 배치 이후에나 판결이 나올 것이다. 국회가 예산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드 부지 비용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하고, 9월2일 국회에 제출되는 2017년 예산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예비비 사용을 겨냥하고 있다면 국회도 무력화된다.


어쩔 수 없이 일정기간 시행착오 비용을 지불하는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기술 중 하나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가 성급하다는 의미이다. 이를 제쳐놓고서라도 다시 중간단계인 SM-3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 방어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상황이 됐다. 다음으로 사드 배치가 안정화될 때까지 중·러와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정당과 시민단체 등 국민의 갈등뿐만 아니라, 부지 선정에 따른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무엇보다 몇 년 후 미국이 사드 인수를 제안했을 때 구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제는 미사일 방어체계를 바로잡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사일 방어체계를 바로잡는 게 먼저다. 우리에게는 PAC-2와 PAC-3가 있기 때문에, SM-3와 Arrow-2 순서로 배치하면 된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능력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음으로 정책결정의 공개화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인정한 2014년 6월부터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2016년 2월 한·미 간 공식 협의를 인정했지만, 7월까지 검토도 되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비밀 정책결정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엄청난 외교 및 안보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번 시행착오의 1차적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다. 북한의 무기 수준에 대한 판단오류, 미국 의존에서 비롯된 미사일 방어체계의 구축 순서 무시, 안보 이데올로기를 이용하려는 행태 등이 결합됐다. 더민주당은 당내 논의기구를 설치하기로 했고, 문재인 전 대표는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했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철회를,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 비준과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있다. 야당과 야당 지도자에게 묻고 싶다. 정부가 2년 동안 사드 배치를 준비하는 동안 뭐 하고 있다가 뒷북을 치는가? 그대들의 행태는 표를 의식한 얄팍한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52146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