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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찬수 - 박 대통령, 탈당해야 산다

irene777 2016. 7. 28. 17:18



<아침 햇발>


박 대통령, 탈당해야 산다


- 한겨레신문  2016년 7월 21일 -





▲ 박찬수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둑이 터져 버렸다.”


최경환 의원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파문에 휩싸인 걸 두고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권력 누수가 본격화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경환으로 상징되는 ‘친박’을 통해 당을 장악했고 우병우를 지렛대로 검찰이란 칼을 휘둘렀다. 두 사람은 당청의 핵심 기둥이었다. 이제 둑을 지탱하던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찌해야 할까.


활로를 찾으려면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박 대통령의 과도한 정치 집착에서 비롯했다. 물론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정치와 담을 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걸 고려해도 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치적이고, 국회와 집권당을 장악하는 데 몰두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친박 핵심들이 그렇게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한 이유도 여기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지역구를 바꾸거나 경선을 포기하라는 친박 실세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윤상현 의원이 나이 많은 김성회 전 의원에게 ‘까불지 말라’고 말하는데, 이보다 심한 욕설에 가까운 협박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 실세의 전화가 모두 박 대통령 지시라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고 알려진 사람일수록 대통령 뜻에 자신의 이해를 보태는 식으로 권력을 휘두른다. 그러나 이런 구조가 가능했던 건 대통령이 여당을 ‘충성 세력’으로 채우는 데 온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인 건 맞다. 대통령의 제1 관심이 국정운영의 성공인지, 집권당과 권력기관의 완벽한 장악인지 헷갈릴 정도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은 자의든 타의든 임기 말에 당을 떠났다. 탈당이 정당정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정치와 거리를 두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가시적인 신호로 탈당만큼 효과적인 건 없다. 유일하게 탈당하지 않은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대선 1년 전인 2011년 12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바꾸고 김덕룡·이동관 등 특보 5명을 해촉하는 거로 ‘탈정치’의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당은 이미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했기에, 이것만으로 대통령의 정치개입 논란은 쑥 들어갔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해도, 설령 ‘친박 해체’를 선언한다 해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 대통령이 ‘친박’의 존재를 부인했는데도 친박 실세들이 활개를 친 게 현실인 탓이다. 오직 박 대통령이 당을 떠나야만 사람들은 비로소 ‘대통령이 친박 패권의 집착을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임기는 아직 1년7개월이나 남았다. 벌써 당적을 버리면 누가 대통령을 도와주겠느냐는 걱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라. 현 위기는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없어서, 또는 대통령의 힘이 떨어졌기에 닥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과도하게 여당을 틀어쥐고 검찰을 동원하려 무리하다 보니까 수렁에 빠진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끈을 놓아 버리는 게 현명하다.


관건은 박 대통령의 의지다. 그의 통치 스타일은 1970년대의 아버지를 답습하고 있다. 권력기관을 확실하게 틀어쥐지 못해 아버지가 몰락했다고 믿는 딸은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집권당과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2016년의 대한민국에선 여당과 검찰을 물샐틈없이 장악하는 게 자신을 스스로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 한겨레신문  박찬수 논설위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33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