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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포럼> 평화의 오바마? 총칼의 오바마?

irene777 2016. 7. 30. 01:54



평화의 오바마? 총칼의 오바마?


- 뉴스타파 객원칼럼  2016년 7월 27일 -





▲ 김평호

성남미디어센터 운영위원장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드 문제로 한반도가,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긴장의 파도 속으로 밀려들어가며 흔들린다. 남한의 사드는 러시아/중국을 포위하고자 지금 오바마의 미국이 쌓는 거대한 전 세계 방어선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 방어선으로 인해 세계는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냉전적 국제갈등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미국이다.


그런데 고생은 남한 사람들이 한다. 정작 미국은 편안히 즐기는 듯하다. 남한 정부가 나서서 미국의 할 일을 맡아주니 얼마나 편하겠는가. 사드를 배치한다는 성주의 중·고등학생들이 물었다. 지금 남한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인가 대한미국 정부인가?


나도 이렇게 일을 만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묻는다. 당신은 평화의 대통령인가 아니면 총칼의 대통령인가? 미국의 대변자 노릇을 하기 바쁜 지금의 남한 정부는 이 부분에 관한 한 언급할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노벨 평화상?


오바마는 지난 2009년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그 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수상 이유는 지구 온난화 문제 대처, 유엔에 대한 지원, 그리고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이었다. 미국은 신청도 하지 않았다는데…


무슨 일을 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그러그러한 일을 할 것 같아 보여서 상을 줬다는 이야기이다. 코메디다. 그래서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왜 노벨상 위원회가 오바마에게 평화상을 주었는지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상이야 그렇다 쳐도 문제는 그가 그 이후 어떻게 처신했는가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 대처? 유엔에 대한 지원?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 그것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정말 무엇을 했을까?


그의 출발은 영광스러웠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는 미국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고 고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썼다. 그의 대통령 당선이 모두에게 행복한 새로운 세기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쓴 것은 프랑스의 르 몽드였다. 그때는 그랬었다. 미국을 괴롭히던 문제 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이었고, 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으니, 그로 인해 미국인들도, 나아가 세계도 조금은 행복해지리라 기대할 수도 있었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적어도 2009년 그 무렵에는…



힘의 제국 미국?


오바마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지난 5월 27일 뉴욕 타임스는 냉전 이후 역대 미국 정부 중, 오바마 행정부가 핵무기 감축에 가장 늑장을 부리는 정부라고 지적했다. 탐사 저널리스트인 J. 필저는 같은 날 진보매체인 카운터펀치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많은 핵무기, 핵탄두, 핵무기 운송체계를 만들었으며 핵탄두 관련 군사비 지출도 가장 높았다고 적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금 러시아와 중국을 둘러싸는 거대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 미국은 그러는 것일까? 미국은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러시아, 중국, 북한은 악이기 때문에? 왜 그들은 악인가? 미국은 악이 아닌가?


방어선은 물론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봉쇄의 방어선이 효험이 있으리라고 믿는다면 그는 바보다. 모순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방패가 세지면 창도 날카로워지게 마련이다. 무기경쟁이 모두에게 소모적이고 결국 허망한 이유이다. 로마가 멸망한 것은 방어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로마의 대 게르만 방어선은 철통 같았다. 그러나 로마의 황금기였다는 오현제 시대가 지난 후 불과 50여 년 만에 그 철통 같다던 방어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로마 내부의 문제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모른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왜 그러는 것일까?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대통령이 정작 핵무기를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이 만들고 배치하다니… 또 남한을 사드 소용돌이로 밀어 넣다니… 나는 그가 제국의 사나이라거나 군수산업의 마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오바마의 유산?


2008년 오바마의 첫 대선. 그가 내세운 구호는 ‘미국을 바꾸는 우리 (change we can believe in)’였다.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말 2016년. 그는 이후 어떤 평가를 받을까? 나의 예상은 특별히 잘한 것도, 특별히 못한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대통령’. ‘미국을 바꾸는 우리’라는 구호는 이미 오래전에 빛이 바래버렸고….


미국을 바꾸겠다며 기염을 토했던 그가 결국 그저 그런 지도자로 마무리되는 이유? 첫째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수구보수 기득권 집단/세력들 때문. 둘째는 오바마의 취약한 리더쉽 팀. 셋째는 오바마 본인의 한계. 첫째 얘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또라이(crazy)’ 수준의 미국 공화당은 오바마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둘째, 오바마 개인은 똑똑하지만 그의 집권팀은 절대적으로 취약했다. 결국 기존 민주당의 그저 그런 기득권 집단들–예를 들면 클린턴과 그 일행들–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당적만 민주당인 네오콘이 결국 그의 뒤를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되고 있다. 그리고 셋째, 본인 역시 원래 진보적인 이념과 정책적 비전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이성적 논의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에 대한 굳센 믿음 정도에 그치는, 본질적으로 부르조아 자유주의자일 뿐인….


오바마의 임기 말, 미국은 만신창이다. 오바마 개인은 논문도 쓰고 명성이 드높아지는지 모르지만,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는 날로 커져가고 있으며, 뿌리 깊은 흑백갈등은 흑인 시민 대 백인 경찰 간의 전투로 발전(?)했고, 돈이 좌우하는 정치는 편 가르기와 무식한 코미디로 점철되고 있다. 공공연하게 인종차별을 주창하는 극우 파시스트들이 준동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대선후보가 되고, 그의 당선이 충분히 가능한 엽기적인(?) 나라가 되었다. 미국이 만들어낸 중동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 와중에 태어난 사생아 ISIS는 전 세계를 무대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제국의 사드 때문에 위기의 재앙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오바마는 결국 평화의 대통령이 아니라 총칼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리아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 ISIS 공습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있다. 같은 날 다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가 오바마의 대 러시아 봉쇄작전을 겨냥하여 시리아의 미국-영국 비밀기지를 폭격했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미국은 평화를 배워야 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 제대로 역할 하도록 미국은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제국 미국의 방식으로 평화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사드를 밀어내는 것은 미국에 커다란 학습이 될 것이다.



<출처 : http://blog.newstapa.org/pykim55/3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