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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혁철 - 대통령님, 사드 배치 군인 말만 듣지 마세요

irene777 2016. 7. 31. 16:43



[편집국에서]


대통령님, 사드 배치 군인 말만 듣지 마세요


- 한겨레신문  2016년 7월 24일 -





▲ 권혁철

한겨레신문  지역 에디터



박근혜 대통령님께,


모처럼 쉬시는 여름휴가 첫날 번거롭게 해드려 미안합니다. 제가 대통령님께 이 글을 쓰는 것은 지난 21일 대통령님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부디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해야 하는 대통령님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합니다. 저도 20명이 넘는 부서원들과 일을 할 때 비슷한 심정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부서장으로서 제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여러 사람 의견을 듣고 장단점을 두루 검토하느라 며칠을 고민합니다. 제가 내린 결정에 대해 뒤늦게 몇몇 부서원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이때는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말이 제 목울대까지 올라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을 한번도 한 적은 없습니다. 왜냐면 ‘대안을 제시하라’가 ‘듣기 싫으니 입을 다물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리더는 대안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대안을 내놓는 자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님이 대안을 물었으니 짧게라도 답변을 드립니다. 먼저 저는 사드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무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드는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을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고도 위에서 한번 더 요격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로 북한의 스커드(사거리 300~500㎞), 노동(1300㎞), 무수단(3000㎞ 이상),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드가 만병통치약이란 이야기입니다.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짜인 사드 1개 포대가 막을 수 있는 북한 미사일은 산술적으로 24발입니다. 북한은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 등 100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북한 전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유사시 사드로 북한 미사일 1000발 중 24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드를 사용할 정도라면 전면전 상황일 텐데 사드로 북한 미사일 공격을 제대로 못 막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군인들이 무기체계에 가장 정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군인들도 다뤄본 무기가 아니면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6년 전 국방부 출입할 때 이야기입니다. 2010년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참의장(4성 장군)을 지낸 육군 포병 장교 출신이었습니다.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격침시켰다는 발표 뒤 국방부 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김 장관이 갑자기 “그런데 어뢰가 어떻게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지? 육군 포병은 장약(화약)의 힘으로 포탄을 날리는데, 바닷속에서는 젖을 테니 장약을 쓸 수도 없고. 어뢰가 무슨 힘으로 물속에서 움직이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부분 현역 장군 또는 예비역 장군인 국방부 간부들은 아무도 답을 못했습니다. 다들 육군 출신이라 어뢰 같은 해군의 수중 무기체계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뢰는 전지의 힘으로 수중에서 움직입니다. 어뢰의 해수전지는 입수해 바닷물이 감지되면 그때부터 작동합니다.


사드 배치 같은 안보정책 결정 과정에서 군 쪽 설명에만 의존하지 마십시오. “군인은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할 때 나서는 사람들이다. 군인은 전장에 가는 마지막 사람(선택)이어야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2010년 12월 당시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장이던 존 맥도널드 미군 소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입니다. 이 말처럼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은 군인(사드)이 아니라 대통령(외교)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군인은 마지막 선택입니다.


남은 휴가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한겨레신문  권혁철 지역 에디터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366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