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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이택 - 우병우와 검찰 개혁의 적들

irene777 2016. 8. 23. 02:00



<아침 햇발>


우병우와 검찰 개혁의 적들


- 한겨레신문  2016년 84일 -





▲ 김이택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에게 친구들이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말린다고 한다. 그러나 윤 검사를 거듭 좌천시키고 있는 데서도 확인되듯이, 대한민국 검찰은 이미 2013년 10월21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한 국민들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나는 본다. 10년 전 대통령과 맞짱 뜨던 오만한 소장 검사들은 어디로 가고, 증언에 나선 고검장·검사장들은 정권 편에 서서 ‘절차’ 운운하며 후배 검사를 팔아먹는 비겁한 생계형 공무원으로 변해 있었다.


정권에 무릎 꿇고 인사권자 앞에 일렬종대로 줄섰던 검찰 조직이 결국 진경준 홍만표 우병우로 상징되는 부패·비리·교만의 민낯을 국민들 앞에 드러냈고, 이제는 개혁의 도마 위에 올라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집요하게 방해해온 개혁의 ‘적’들이 여전히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대의 ‘적’은 물론 검찰이다. 2005년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법원과의 갈등, 2011년 경찰과의 수사권 쟁탈전 등 비대한 검찰권에 손댈 때마다 조직적으로 반발해왔다.


요즘처럼 잇따른 추문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는 ‘셀프개혁’ 시늉도 하지만 핵심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2012년 “소장 검사들이 검찰시민위 설치 등을 주장하면 큰 개혁을 한 것처럼 보일 것”이라던 윤아무개 검사의 문자가 파문을 일으킨 것도 공수처 설치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영악한 ‘개혁 쇼’가 들통났기 때문이다. 최근 개혁추진단까지 꾸린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의 몰래 변론 자료를 끝내 변협에 내놓지 않는 것도 전관예우의 뿌리만은 손대지 않겠다는 뜻이니 이번 개혁도 보나 마나 ‘쇼’다.


국회 내의 검찰 출신 등 친검 세력도 개혁의 걸림돌이다. 친정과 사건으로 얽히거나, 검찰 가족으로서 누리는 유무형의 프리미엄 탓에 의리를 앞세운다. 상설특검이 결국 상근검사 없이 껍데기만 남은 제도 특검으로 왜곡된 것도 19대 국회의 검찰 출신 여당 의원들이 버틴 결과다.


대통령이 검찰을 정권 친위부대로 써먹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개혁은 요원하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이미 그 덕을 톡톡히 봤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법무부 검찰 수뇌부가 대놓고 수사를 방해했고 대법원까지 정권 편을 들었으니 박 대통령으로서야 정권 탄생의 정당성을 지켜준 은인들이 아닐 수 없다.


정보기관이 야당 대선 주자인 서울시장을 제압하겠다며 어버이연합 등을 활용해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꾸민 문서가 나왔는데도 “활자가 다르다”는 황당한 이유로 묻어버리고, 성남시장이 ‘북한 지령’을 이행하고 있다는 댓글을 퍼뜨려 법원조차 “충분히 유죄”라고 본 우익단체 간부까지 무혐의 처리해준 충성스런 조직도 검찰이다.


청와대의 우익단체 동원 의혹, 청와대 홍보수석의 한국방송 외압 녹취록과 “대통령이 잘랐다”는 전 보도국장의 증언 등 대통령의 퇴임 이후 안위까지 위협할 만한 사안들이 검찰에 수북이 쌓여 있다. 그러니 수백억 재산가이면서도 세금 몇푼 아끼려 가족회사와 차명 부동산을 꾸려 서민들 가슴에 불 지른 우병우 수석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도 박 대통령과 측근들이 검찰 개혁의 마지막 저항세력이 될 것이다.


개혁의 적들이 의존해온 게 여론의 망각이다. 내일 시작되는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금메달 환호 속에서도 검찰 개혁이 어찌 되는지는 꼭 챙겨볼 일이다.



- 한겨레신문  김이택 논설위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52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