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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승환 - ‘북핵 포기하면 사드 철회’ 선언해 보라

irene777 2016. 9. 6. 04:02



[시론]


‘북핵 포기하면 사드 철회’ 선언해 보라


- 경향신문  2016년 8월 17일 -





▲ 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제법)



2016년 7월8일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국내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겁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안정적인 사회통합에 균열이 가고 있는 형상이다. 국제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격렬한 반대로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는 더욱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연합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4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지난 8월3일 발사한 노동미사일을 포함해 2016년에만 모두 11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행했다.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은 지난 10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필자도 참가한, 세계국제법협회(ILA) 핵비확산 분과위원회에서도 뜨거운 주제로 부각됐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적인 대응조치라는 점에서 국제법상 정당한 자위권적 주권행사이다. 국제연합 헌장 제2조4항에 의하면 정치적 독립과 영토보전을 저해하는 무력사용의 위협조차도 금지된다.


한국 정부는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남한지역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해 왔는데, 이는 헌장 제51조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해당된다. 즉 한국의 사드 배치는 국제연합 헌장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합치되는 국제법상 정당한 주권행사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하고 핵미사일 확산을 정당화하고 동북아지역 국가들 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면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의 핵무기 및 미사일 확산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오판으로 동북아지역에서 핵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남북한이 될 것이며 한강의 기적으로 일어선 한국의 번영은 일시에 파괴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시의적절하고 현명한 것일까? 아니면 동북아지역의 심각한 안보위기를 초래할 판도라 상자를 연 것인가? 사드 위기를 해결할 묘법은 무엇인가? 독일 시인인 홀더린이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가 도래하면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드 문제의 해결책은 “사드 배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즉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순간 철회돼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를 용인할 수 없다면, 문제의 본질을 오해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안보리 결의 2270호(2016·3·2)를 충실히 이행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6자 회담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의 안보리 결의에 따른 비군사적 제재를 통해서도 해결되지 못한 난제이다. 따라서 사드 위기의 효과적인 해결책은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또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남한에 사드를 배치할 것이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면 곧바로 사드 배치를 철회할 것이다”라는 공식성명을 발표하는 것이다. 국가 대표에 의한 공식적인 선언은 일방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국제법상 대외적으로 국가를 법적으로 구속하는 효과를 가진다.


상기 공식성명에 미국이 반대한다면 사드 배치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를 구실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상기와 같은 성명 발표에 반대하는 것 또한 북핵 문제 해결을 구실로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한·미·일 지역동맹에 참가하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요한 우방으로 계속 남아야 한다. 이번 사드 위기를 손상된 미·중 균형외교를 회복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성숙된 외교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현명하게 발휘돼야 한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17204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