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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드 강행’ 박근혜 대통령, ‘낙동강 오리알’ 된 폴란드를 아시는가?

irene777 2016. 9. 15. 07:06



‘사드 강행’ 박근혜 대통령

‘낙동강 오리알’ 된 폴란드를 아시는가?


사드는 미국의 핵심 MD일 뿐… 중국, 러시아와 원수지간 될 셈인가?


진실의길  김원식 칼럼


- 2016년 9월 1일 -




2009년 9월 17일(현지 시간), 이날은 공교롭게도 옛 소련이 폴란드를 침공한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내용은 ‘이미 합의했던 미사일방어(MD) 요격 미사일의 폴란드 배치를 철회한다’는 것이었다. 말이 전화 통화이지, 백악관이 공식 발표를 1시간 앞둔 시점에서의 일방적 통보였다.


한 시간 후 미 백악관은 “체코와 폴란드 등에 설치하려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구축을 전격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내세운 이유는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동유럽에 MD 구축을 시도했지만, 이란의 위협이 과대평가되어 이를 철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서 폴란드와 체코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했지만, 이미 폴란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난 다음이었다.


친미적인 정책을 견지하고 있던 폴란드는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중시하고 그대로 미국의 정책을 따랐는데, 한 마디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당장 알렉산드르 스치글로 전 폴란드 국방장관은 “미국이 역사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며 분개했다. 바웬사 전 대통령도 “미국은 언제나 자국의 이익만 신경 쓴다”며 “다른 나라는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취소’가 아니고 ‘변경’이라고 뒤늦게 해명하고 나섰지만, 폴란드의 체면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고 난 다음이었다.


하지만 체코는 달랐다. 미렉 토폴라넥 이전 총리는 “미사일방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체코의 안보 이익을 증진시킬 것”이라며 미국 편을 들고 나섰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오히려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사일방어 기지가 1차 타격 목표가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을 위한 레이더 기지가 체코에 들어서면 체코의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야당은 MD 기지 반대를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승리해 중도우파 정부는 붕괴하고 말았다. 같은 시각, 오바마로부터 전화를 받은 당시 얀 피셰르 체코 총리가 단순히 ‘알았다’고 답한 이유이기도 하다.




▲ 2014년 11월 11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세션1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시스



폴란드와 체코의 서로 다른 선택


사실 미국(오바마)의 관심은 폴란드 보호나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있지 않았다. 오바마는 그해 3월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밀 서한을 보내 ‘동유럽 MD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거래를 시도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오바마의 전격 철회 선언은 오바마가 직접 주재하는 ‘핵비확산 및 핵군축에 관한 유엔 안보리 회의’ 1주일 전 그리고 이란과 P5(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독일 사이의 핵 회담을 2주일 앞둔 시점에 나왔다. 러시아는 미국이 동유럽 MD를 철회해야 실질적인 핵감축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유럽 MD 체제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도발'이라는 러시아의 최대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양보 카드를 던진 것이다. 즉, 이란 핵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의 보다 강력한 역할을 주문하고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등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작전이었다. 한 마디로 미국의 동유럽 MD 정책이 대러시아용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미국의 보호를 철석같이 믿고 있던 폴란드만 배신당한 이유이다.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불거지면서 러시아에 불안감을 가진 폴란드는 다시 미국의 MD 정책을 받아들이면서 2015년부터 미국의 MD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동유럽에 MD 시스템을 배치해 러시아에 위협이 된다면 우리는 이를 무력화시킬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핵공격 불사론마저 제기하고 있다. 선제 타격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폴란드 국민들이 미국만 그저 바라보면서 평생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 MD의 상대는 중국과 러시아 뿐


이제 다시 한반도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인 사드(THAAD) 배치가 추진되고 있다. 추진 명분이 ‘이란의 위협’에서 ‘북한의 위협’으로 그리고 미국과 맞장을 뜨는 주 대상이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 이외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제 미국과 중국이 따로 정상 회담을 하는 ‘G20 정상회의’도 앞두고 있다. 오바마가 중국에 양보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낙동강 오리알’이 됐음을 알리는 전화가 갈 수도 있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제 ‘언제 갑자기 철회할지도 모른다’는 폴란드 국민과 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미국의 입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미사일방어(MD)가 강대국 간의 싸움임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자칫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거나 평생 중국과 러시아의 원수지간이 되는 길로 몰아가고 있다. 이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나 알려줄 사실이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설치하든, 철회하든 그 나라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 이유도 없다.) MD 자체가 러시아와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직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상을 하고 필요하면 배치하고, 필요하면 또 철회한다. 사드는 미국의 핵심 MD 중의 하나일 뿐이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1&table=newyork&uid=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