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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재정 - 사드 반대가 아니라 비핵화다

irene777 2016. 9. 28. 18:34



<세상읽기>


사드 반대가 아니라 비핵화다


- 한겨레신문  2016년 8월 31일 -





▲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단순한 불안요인이 아니라 안보에 매우 심각한 현재의 위협”이라며 북한을 현 핵무기 보유국가로 공인했다. 사실 한·미 양국은 이미 이전부터 행동으로 북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지난 7월8일 한·미 양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다며,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을 그 이유로 내세우지 않았는가. 북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던 이전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말로, 행동으로 자인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는 대신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국론을 사드 찬성과 사드 반대로 분열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제3지대 검토로 반대파를 또 분열시키고 있다. 사드 포대 2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핵잠수함 필요론까지 나오고 있다. 김정은 정권 위기론이 유포되고, ‘정권 교체’가 새로운 목표로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의 와중에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시나브로 잊히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무능하면서도 유능하다. 북의 핵무장을 손 놓고 보고 있을 정도로 무능하지만,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유능하다. 호미로도 막을 수 있던 ‘북핵 문제’를 이제는 가래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키운 것이 문제의 본질이지만, 사드 배치 반대는 국론분열이라며 ‘되치기’를 하고 있다. 마치 국내정치에서 민정수석이 문제라는데, 특별감찰관이 국기문란이라며 되치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국내정치에서 되치기는 그것이 성공하는 경우에도 모든 국민이 그 뻔한 내막을 알지만, 안보 문제가 걸린 남북관계에서는 되치기를 당하면서도 그것이 되치기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모인 야당들에서도 사드 찬성이냐 반대냐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모습을 보라. ‘특별감찰관’이 잘못했느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은 하되 정작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말할 생각조차 못하는 꼴이 아닌가. 왜 대북정책과 안보의 실패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는가. 사드 배치를 둔 찬반논란은 정부의 되치기가 제대로 먹히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드 배치는 ‘물타기’이기도 하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틀 전인 7월6일 북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해 중대한 정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며 선대의 권위를 불러들인 것은 물론 노동당과 군, 인민의 의지까지 내세우며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다. 물론 무조건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다섯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 조건들이란 것이 이전에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에서 합의되었던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상투적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남조선에서 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하라는 것으로 대폭 완화했다. 한국에서 핵사용권이 없는 미군의 주둔은 괜찮다는 것인지, 미군의 철수를 ‘선포’만 하고 실질적 철수는 없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해석의 여지를 두었다. 이러한 가능성을 열어둔 북의 제안은 사드 찬반 논란 속에 잊혀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사드 찬반 논쟁은 위험하다. 수구의 되치기와 물타기가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당하면서도 당하는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북의 제안이 완벽하게 잊히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확인해야 할지, 논의 자체가 원천봉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논하라.



<출처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93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