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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논쟁서 시작된 ‘문재인 대세론’ 대 ‘절대불가론’

irene777 2016. 10. 27. 17:59



<성한용의 정치막전막후 99>


경제논쟁서 시작된

‘문재인 대세론’ 대 ‘절대불가론’


- 한겨레신문  2016년 10월 16일 -





지난 8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민주 대표급 정치인들의 불꽃튀는 경제논쟁

정권교체 희망 속 ‘문재인 불가론’ 맞딱뜨려

문 전 대표의 경제개혁은 시작도 전에 끝 보였나



경제와 안보는 보수가 잘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지요? ‘부패했지만 유능한 보수와 깨끗하지만 무능한 진보’라는 말도 들어보셨지요?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프레임입니다.


제가 이 프레임을 허구라고 단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경제와 안보는 국정의 핵심입니다. 경제와 안보에서 무능한 집단은 보수든 진보든 집권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둘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진보정당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기득권 세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자꾸 진보세력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좌파라고도 합니다. 말이 안되는 주장입니다.


기득권 세력이 허구의 프레임을 만들어 유포시키는 이유가 뭘까요? 간단합니다. 자신들이 계속 권력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새누리당도 이 프레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경제는 새누리당’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옵니다. 선거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와 안보에서 업적이 거의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하고 청년실업률은 자꾸 올라가고 있습니다. 정말 무능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정권입니다. 노동개혁을 하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노동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대타협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야당과 노동계의 양보와 굴종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스캔들에 대처하는 정부 여당의 자세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 정부의 최대 관심은 경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정작 경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야당입니다. 야당에서는 최근 치열한 경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김종인 전 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급 정치인 세 사람이 벌이는 공방이 볼만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논쟁의 폭은 넓고 깊습니다. 어떻게 해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인지, 또 어떻게 해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공정성장을 주장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새누리당 비주류의 정책통인 유승민 의원도 가세하고 있지만, 일단 더불어민주당 세 사람의 논쟁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논쟁을 격발시킨 계기는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이었습니다. 10월6일 자신을 지지하는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심포지움 기조연설에서 ‘경제 교체’과 ‘국민성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몇 대목만 간추리겠습니다.


“지금의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와 함께 반드시 ‘경제교체’가 이뤄져야 합니다.”


“‘경제교체’를 통해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을 국가나 기업에서 국민 개인과 가계로 바꿔야 합니다. 이를 통해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성장’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경제의 중심이 국민 개개인과 가계가 돼야 합니다. 국민들 지갑이 두툼해져야 소비가 늘어납니다. 그래야 내수가 살아나고, 그 혜택이 기업에게 돌아갑니다. 국민성장을 통해 서민경제가 살아납니다. 국민이 성장하면, 자영업자·전통시장·중소기업이 살아나고 결국 대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되려면 성장으로 생기는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 부채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재벌은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불공정경제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재벌의 과도한 수직계열화와 문어발식 확장이 국민경제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해칠 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에 안주해 재벌기업집단 내부의 혁신까지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부당한 재벌지배구조와 특권구조를 개혁해야 합니다. 독립감사위원회 도입, 지주회사 의무소유비율과 행위규제 강화, 대표소송 활성화 등 지금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 법안들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기조연설을 마친 뒤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이런 대화를 주고 받았습니다.


-국민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경제민주화도 성장의 한 방법이죠. 성장과 경제민주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패러다임으로 더 이상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민주화입니다. 오늘 국민성장은 경제민주화까지 포함해서 제가 종합하고 만든 담론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국민성장론이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다른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김종인 전 대표는 닷새 뒤인 10월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비판하고 자신의 경제민주화가 올바른 대안임을 강조하는 글을 띄웠습니다.


“따라서 경제 운용의 시스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하는 것은 모든 성장과 복지 정책의 전제인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으나, 이미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와 전반적 성장 정체 현상을 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어유희로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노벨경제학상의 ‘계약이론’이 한국경제에 의미하는 바는 ‘경제민주화’가 한국경제 전체의 기반의식구조 변화에 불가피함을 경제이론을 통해 지적하는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는 기업의 효율적 경영과 책임경영은 물론 시장경제의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시장경제 행위가 투명할 경우 모든 거래 자체가 공평하고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정의로울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 같은 성장변형론이 아니라 경제운용의 시스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비하는 경제민주화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입니다. 박영선 의원도 11일 아침 라디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비판했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국민성장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애매모호하다.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불분명한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안으로 ‘균형성장론’을 주장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경제적 불평등이기 때문에 앞으로 2017년 대선의 화두로선 경제에 있어선 균형성장을 해야 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재벌 대기업에는 돈이 너무 많고 일반 서민들의 주머니는 너무 빈약하고 또 그 재벌 대기업이 벌어들인 그 성장이 일반 서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있는 이런 구조, 이런 악순환을 고치기 위해선 우리는 균형성장을 해야 되고 균형성장론을 펴가야 된다, 저는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큰 틀의 경제정책 운용과 관련한 거대담론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박영선 의원의 균형성장론이 경쟁하는 구도인 것 같습니다.


각론에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세 사람의 견해 차이도 흥미롭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와 관련해 10월13일 오전 김종인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띄웠습니다.


“삼성 갤럭시노트7의 실패가 국가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작금의 상황을 보며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킬 ‘경제 민주화’가 시급함을 절감합니다. 우리나라 삼십대 상장기업 순이익의 80%를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그 중 5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중의 반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것이 절대위기에 취약한 우리 경제구조의 단면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갤럭시 공화국인 것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이고 그 파급 효과가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합니다. 이런 시대에는 공룡과 같은 조직문화는 발빠른 대응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굴지의 대기업은 이미 몇대에 걸친 황제 경영으로 탑다운의 조직 문화에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경제민주화’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으로 국가경제의 성쇠를 좌우하는 열쇠입니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경제 전반에 뿌리내리고 우리나라 전체의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더이상의 성장은 요원하다는 것을 느낄 상황들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의 원인은 대기업의 하향식 조직 문화이며 역시 경제민주화가 해결책이라는 처방입니다. 두 시간 뒤 이번에는 박영선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띄웠습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문재인 전 대표의 ‘4대 기업 경제연구소 간담회’를 겨냥한 것입니다. 박영선 의원은 “참여정부 5년의 유산이 삼성공화국이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의 ‘재벌관’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변하지 않은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1)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를 꺽은 노무현 대통령 참모들은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때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앞에 선언했다. 그러나 5년 임기가 끝났을 때, 어느 누구도 참여정부에서 재벌개혁이 이루어졌고, 비정규직의 삶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참여정부 5년이 남긴 유산은 ‘삼성공화국’이었다. 참여정부 출범때만해도 삼성은 조금 덩치가 컸을 뿐 재벌들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one of them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뒤 삼성은 재벌위의 재벌이 되었다. 재벌개혁은 재벌유지와 강화로 나타났고, ‘삼성공화국’이 만들어졌다.


그 첫 걸음은 대통령 당선자 책상 위에서 시작됐다. 당선자 책상위에 놓인 것이 정권인수위가 만든 참여정부가 추진할 정책백서가 아니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만든 정책집이었다.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대통령의 책상에 재벌이 만든 정책집을 올려놓은 측근 참모들....


60여년동안 ‘재벌에 의한 수출주도 성장’을 핵심으로 한 한국경제 틀을 바꾸는 것은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모든 관계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측근이 삼성의 이해를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은 대통령 취임전부터 실패를 전제하고 있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들 중에서 가장 앞선 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13일 오늘 4대기업 경제연구소장과 오늘 간담회를 갖는다고 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은 여전히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기부하면서도, 중소기업과의 공생이나 자사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에는 눈감고 있는 대기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건강한 경제질서를 만들기 위해서 국회에서 싸우고 있는데 그 대기업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미 문재인 후보의 경제개혁은 시작도 전에 끝을 보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하루종일 야당의원들이 전경련과 대기업의 정경유착 문제로 각을 세우며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시는지?


둘째. 성장이 중요하다지만 타이밍이 있습니다. 의원들은 전경련 해체 주장하며 경제정의 논하는데 이런 행보는 스스로 경제철학 부재를 고백하는 것 아닌지?


셋째. 참여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와 손잡고 집권후반 재벌개혁 타이밍을 놓쳐 결국 정권실패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또 그 길을 반복하시겠다는 것인지?


박영선 의원은 이 글의 제목에 (1)이라고 번호를 붙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조윤제 ‘정책공간 국민성장’ 연구소장과 함께 삼성, 현대, 에스케이, 엘지 경제연구소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여전히 재벌 대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삼성이 갤럭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국민들은 삼성전자가 국가대표 브랜드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문제기도 합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7 문제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서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재벌 대기업이 자신의 성장이나 이익만을 도모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공정한 경제로 만들고 우리 경제를 혁신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그런 노력을 해주십사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노력을 함께 해주신다면 국가나 정부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에 전경련에서 미르재단이나 케이스포츠재단을 비롯한 이런저런 재단에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을 걷은 사실 드러났습니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앞으로는 법인세를 낮추어주며 뒤로는 막대한 돈을 준조세 형식으로 걷어가는 것은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반기업적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없어져서 기업들이 경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기업환경을 함께 만들어야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소장님들이 기탄없이 말씀하시면 경청해서 정책 공약을 만드는 데 잘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시간 정도 간담회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온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오늘 간담회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인가?


=우리 경제가 대단히 어렵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표현하는 장기복합불황 그 시기에 돌입하던 그때보다 우리 경제상황이 더 나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를 함께 걱정하며 어떻게 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느냐에 대한 대화를 격의없이 나눴다. 유익한 대화였고 기업연구소 쪽 의견을 경청했다. 이런 행보가 외연 확장이냐 중도로 가는거냐 이렇게 말할 문제는 아니고 그냥 실용적인 태도다.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필요한 것은 실용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참여정부가 삼성공화국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왔는데?


=이번에 전경련이 보여준 행태는 아주 잘못됐다고 본다. 국가가 앞으로는 법인세를 낮춰주면서 뒤로는 준조세 성격의 막대한 자금을 걷어간 것 아닌가. 그것은 반기업적인 행태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 전경련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 경제에서 큰 역할하는 대기업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고 합의점을 찾는 노력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전 대표와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 간담회의 내용은 한참 뒤 서면 브리핑으로 나왔습니다. 양쪽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서 그런지 표현이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와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 조윤제 국민성장 소장은 간담회를 통해 경제 주요현안에 대해 격의 없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 전 대표와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들은 ‘한국 경제 저성장의 주요 원인이기도 한 저출산-고령화는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로서 한국 사회가 정파를 떠나 장단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세워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문 전 대표와 경제연구소장들은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문 전 대표와 경제연구소장들은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도록 산업정책을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관련 규제를 비롯한 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공감했다.


문 전 대표와 경제연구소장들은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문 전 대표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같이 노·사·민·정이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뤄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국에 나갔던 기업도 국내로 돌아와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이에 대해 경제연구소장들은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자’고 응답했다.


문 전 대표와 경제연구소장들은 ‘모든 영역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에 모두 공감했다. 문 전 대표와 소장들은 ‘갈등을 협의하고 조정해 나가야 할 리더십 없이는 우리 사회가 한발도 못나간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문 전 대표와 경제연구소장들은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문제에 대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로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셋째)가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대 기업 경제연구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소장, 황규호 에스케이(SK)경영경제연구소장, 

문 전 대표,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장, 김주형 엘지(LG)경제연구원장. 오른쪽 끝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의조윤제 연구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어떻습니까? 사실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이날 간담회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국민들의 다수는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입니다. 그런데도 2017년 12월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당선된다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문재인 절대 불가론’도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십년 동안 독점하던 권력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기득권층이 ‘노무현의 비서실장’ 문재인의 집권을 극력 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내심 ‘문재인의 복수’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적 역량이나 정책 노선을 비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색깔론까지 유포시키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했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인지 중도 성향 유권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문재인 전 대표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로서는 기득권 집단의 이런 격렬한 저항을 어떻게든 돌파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들과의 만남을 ‘실용주의’로 설명하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의 이런 시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첫째, 그 정도 발언과 이벤트로 기득권 세력이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릴까요? 기득권 세력은 머리가 좋고 이해타산에 밝은 사람들입니다.


둘째, 문재인 전 대표는 지속적으로 박영선 의원처럼 재벌개혁론자들의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삼성공화국을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박영선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런 이중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대선주자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가경제와 성장론, 재벌 대기업의 역할과 개혁 등 쉽지 않은 쟁점을 놓고 벌이는 김종인-문재인-박영선 등 야당 사람들의 경제 논쟁은 당분간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잘 지켜보고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 -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7658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