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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시간 ‘청와대 어디 있었나’에 검찰 “답변 부적절”

irene777 2014. 10. 10. 04:49



박근혜 7시간

‘청와대 어디 있었나’에 검찰 “답변 부적절”


산케이 기소…요미우리

“박근혜 정권 비판 뒤집어쓸 것...조선일보 경위설명 기사에 없어”


- 미디어오늘  2014년 10월 9일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과 관련해 전 측근인 정윤회씨와 만났다는 풍문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지국장에 대해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근거없이 여성 대통령의 남녀관계를 거론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당사자인 산케이신문은 물론 일본 매체들이 일제히 비판했으며, 일본 외상까지 유감을 표명하는 등 문제가 더 커졌다. 검찰은 이번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정윤회의 주장과 청와대의 해명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으나 박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 경내의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는 박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사실조사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휴일(한글날) 전날 밤인 8일 밤 기자실에 보낸 설명자료를 통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설명자료에 이렇게 썼다.


“지난 8월 초 3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여 수사를 진행한 결과, 가토 당시 지국장은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당일 일정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이후 조선일보의 7월 18일자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칼럼에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 답변을 계기로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는 등의 글이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가토 지국장이 그 소문의 진위에 대해 당사자 및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노력 등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칼럼을 일부 발췌 인용하면서 출처 불명의 소식통을 빙자하여 마치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를 만났다거나 정윤회 또는 최태민과 긴밀한 남녀관계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 검찰 로고

 


검찰은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고, 정윤회는 청와대를 출입한 사실이 없는데다 외부에서 자신의 지인을 만나 점심식사를 같이 한 후 귀가 했으므로 함께 있었던 사실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에 대해 검찰은 “가토 지국장이 당사자 및 정부관계자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증권가 관계자’, ‘정계 소식통’ 등을 인용해 마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정윤회와 함께 있었다거나 최태민과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거짓 사실을 적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문제삼은 가토 지국장의 칼럼 주요 대목은 아래와 같다.


“(7월 마지막주 박 대통령 지지율 40%대로 추락한 것을 제시하며) 대통령의 권위는 이제 볼품 없게 됐음을 말하는 결과가 됐다. 이렇게 되면 나오게 되는 것이 대통령 등 권력 중추에 대한 진위불명의 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여객선 침몰사고 발생당일인 4월 16일, 박 대통령이 낮동안 7시간에 걸쳐 소재불명으로 돼 있었다는 ‘팩트’가 불거져 나와, 정권의 혼미한 모습이 두드러지는 사태가 되고 있다.”

“증권가의 관계자에 의하면, 그것은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상대는 대통령의 모체(母体), 새누리당의 전 측근으로 당시는 유부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증권가 관계자는 그 이상 구체적인 것으로 되면 입이 무거워진다. 또한 ‘소문은 이미 한국의 인터넷 등에서는 사라져 읽을 수 없다’라고도 한다. 일종의 도시 전설화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가 말하는 바로는, 박 대통령의 ‘비선(秘線)’은 정씨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박 씨와의 긴밀한 관계가 소문으로 된 것은, 정씨가 아니라 그의 장인 최목사 쪽이다’고 밝힌 정계의 소식통도 있어,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기사 내용이 객관적인 팩트와 틀린 허위사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여성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 관계가 있는 것인 양 허위로 적시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 △당사자 등을 상대로 사실 확인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 등 취재 근거 제시 부재 △23년간의 기자생활, 근 4년에 이르는 한국 특파원 생활로 국내사정을 잘 아는 점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이나 사과,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벌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분명히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고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는 말 한마디 뿐이었다. 박 대통령이 정씨를 만났다는 말이 허위이려면 정씨의 소명 뿐 아니라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명이 일치해야 하는데도 검찰은 이를 어떻게 수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이와 관련해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문자메시지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이 사고 당일 경내 어디에서 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 “답변하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또한 신 차장검사는 ‘소문을 근거로 보도한 행위를 자초한 책임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는 점은 기소결정을 판단하는데 고려했는지’, ‘사고당일 여성 대통령의 남녀관계 언급이 명예훼손이라는 판단이 다른 국민들의 의혹제기에도 해당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연합뉴스

 


한편, 산케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들과 일본 정부도 이번 기소 결정을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밤 온라인판에서 “박 대통령에 관한 보도를 둘러싸고 해외 보도기관 종사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청와대의 최종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박근혜 정권은 안팎에서 강한 비판을 뒤집어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는 이와 관련해 9일자 온라인판에서도 “산케이를 적대시하는 청와대 의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보도의 자유를 요구하는 일본정부와 외국의 단체의 경고를 뿌리치고 강경자세를 관철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한국의 사법부관계자가 지난 8월 27일 한 말을 빌어 “이번 사건은 정치적 안건이기 때문에 기소할지에 대한 판단은 검찰의 손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기시다 외상도 8일 밤 도쿄도내 기자회견에서 “한국측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해왔으나 언론의 자유와 한일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몹시 유감이고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대응”이라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또한 요미우리는 9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도 비평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요미우리는 외국기자(특파원)을 기소한 것은 한국에서 처음 있는 일(중앙일보)이며, ‘처음부터 이번 수사는 무리였다’(경향신문)는 평가를 내놓은 중앙일보·경향신문과 달리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조선일보는 사실관계를 담담히 보도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문제가 된 가토씨의 칼럼 주요 부분은 먼저 게재된 해당 신문기자의 칼럼을 인용해 집필됐지만 이러한 경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내에 있는 외신기자 단체인 서울외신기자클럽도 8일 밤 김진태 검찰총장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긴급이사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다음 공개 서한을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의했다”며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과 이번 기소 결정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외신기자클럽은 “특정 기사와 관련해 진행된 이번 수사 과정과 그 결과 내려진 이번 기소 결정 등으로 그 동안의 노력 덕분에 많은 개선을 이룩한 대한민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검찰과 대한민국 관련 당국이 위와 같은 외신 언론인들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할 것을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절차를 모쪼록 개선 추세에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외신기자클럽 회장단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 건과 관련해 검찰총장님과의 만남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 지난 4월 16일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다음은 서울외신기자클럽이 8일 밤 김진태 검찰총장에 전한 공개서한 전문이다.


서울외신기자클럽 공개서한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긴급이사회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다음 공개 서한을 토론과 표결을 거쳐 결의하였습니다.

 

김진태 검찰총장 귀하,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은 회원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카토 타쓰야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과 이번 기소 결정이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대한민국은 그 동안 언론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런 가운데 전세계 주요 매체 소속인 저희 클럽 회원들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세계 독자들에게 공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기사와 관련해 진행된 이번 수사 과정과 그 결과 내려진 이번 기소 결정 등으로 그 동안의 노력 덕분에 많은 개선을 이룩한 대한민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외신기자클럽은 검찰과 대한민국 관련 당국이 위와 같은 외신 언론인들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할 것을 희망하며 앞으로의 절차를 모쪼록 개선 추세에 있는 대한민국의 언론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또한 외신기자클럽 회장단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 건과 관련해 검찰총장님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2014. 10. 8 사단법인 서울외신기자클럽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