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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온 김영오씨 “현실에 무관심한 제가 딸을 죽였다”

irene777 2014. 11. 14. 17:54



광주 온 김영오씨 “현실에 무관심한 제가 딸을 죽였다”

‘세월호 참사로 바라본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치유의 마당’ 초청강연


- 민중의소리  2014년 11월 12일 -





▲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11일 밤 광주 서구문화센터에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의 강연에 앞서 광주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46일 동안 단식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광주를 찾아 특별법 통과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시행령에 들어가면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지금까지 외쳤던 것보다 더 크게 외쳐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오씨는 11일 오후 7시30분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시민상주모임)이 주최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의 ‘세월호 참사로 바라본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치유의 마당’ 초청강연에 앞서 세월호 특별법 통과 이후 시민들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줄 것을 호소했다.



김영오씨 “현실 외면한 제가 딸을 죽였다…이제는 방관자가 되지 말자”




▲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11일 밤 광주 서구문화센터에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의 강연에 앞서 광주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김씨는 이날 강용주 소장의 강연에 앞서 “오늘 (세월호) 선장, 선원들 36년 때린 거 다 보셔서 아실 거다. (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참사다. 그런데 살인죄가 안됐다”며 “사형을 때려도 속이 안 풀린다. 그런데 36년 때린 것 보면 유가족들은 원통할 뿐”이라며 이날 1심 선고가 내려진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재판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이어 “(특별법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것을 요구했지만) 특검을 통해서 수사권을 줬다”며 “특검을 통해 수사권을 받게 되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러면 진상을 밝히기도 전에 은폐될 거다. 정부가 이걸 자꾸 이용한다”며 세월호 특별법에 얽혀 있는 문제를 꺼내들었다.


김영오씨는 현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던 것이 딸을 죽게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제가 제 딸을 죽였다. 4.16 참사 일어나기 전에 저는 대한민국 현실에 눈을 감고 살았다. 토요일, 일요일 없이 그냥 계속 일만 했다. 빚에 허덕이다 보니까 빚을 갚으려고. 그 무관심이 제 자식을 죽인 것”이라고 고백한 뒤 “이제는 방관자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사건, 참사가 많이 일어날 텐데 그때는 우리 모두 외쳐서 전원 구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자.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유가족이 진실을 얘기하는데, 계속 폄훼하고 외면하고 있다. 지금 순회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말 실수 한 걸 보도해서 까고 있다. 언론이 진상을 묻고 있다”고 언론을 비판한 뒤 “여러분들이 언론이 돼서 주변분을 한 사람, 한 사람 깨워주시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이후 남은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더 큰 지지와 관심을 당부했다. 김씨는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된 거다. 시행령 되고 나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을 구성해야 되는데 중립인사 말고 여당 쪽 인사가 배정된다면 진실은 또 묻힌다”며 “중립적인 인사를 위원장부터 해서 구성하려 한다. 이걸 유가족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며 “책임자 처벌해야 안전한 사회 만드는 거고, 안전한 사회는 유가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강용주 소장, “국가폭력,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치유 앞서 진실 밝혀야 한다”




▲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이 11일 밤 광주 서구문화센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로 

  바라본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치유의 마당’을 내용으로 강연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한편, 이날 광주시민상주모임은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 타이틀을 달았던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의 강연을 마련했다.


강용주 소장은 “광주 5.18이 직접적 국가폭력이라면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부작위에 의한 간접적 폭력”으로 규정하면서 “광주와 세월호는 똑같이 개인, 가족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다. 광주가 겪었던 집단적 트라우마를 세월호에서도 똑같이 겪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트라우마는 우리 영혼을 깨뜨리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세포, 우리 몸 하나하나에 각인되어진다”며 광주의 경험을 되돌아본 뒤 “광주에서 1차적 외상보다 더 무서운 2차적 외상이 가해졌다. 침묵, 고립, 배제 등. 광주가 겪었던 것과 똑같이 세월호도 2차적 외상을 입혀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국가폭력으로부터 치유되려면 강용주 소장은 “권력자들은 끊임없이 지우려 하고 잊자고 한다.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려는 것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는 저항”이라며 기억을 통한 투쟁을 해줄 것과 함께 “치유에 앞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진실을 밝히지 않는 치유는 곪은 종기에서 고름은 짜지 않고 화장하는 것”이라며 진실규명을 강조했다.


시민상주모임은 지난 9월엔 서화숙 한국일보 기자, 10월엔 승현아빠 이호진씨 초청강연을 진행한 바 있으며, 오는 15일 출발해 광주 곳곳을 도는 ‘1000일 순례’에 나설 예정이다.




▲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 소장이 11일 밤 광주 서구문화센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로 

  바라본 국가폭력과 트라우마, 치유의 마당’을 내용으로 강연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