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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이 불행한데 행복한 대통령은 없다

irene777 2014. 12. 9. 01:10



국민이 불행한데 행복한 대통령은 없다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대통령은 반드시 스스로도 불행의 길을 걷는다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4년 12월 8일 -




필리핀은 두 번이나 ‘피플 파워’로 정권이 바뀐 다이내미즘을 자랑하는 국가죠. 첫 번째 ‘피플 파워’는 21년간 독재권력을 유지해오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1986년의 시민항쟁이었습니다. 반대진영의 상징적 인물 베니그노 아키노(현 아키노 대통령의 아버지) 상원의원이 필리핀 공항으로 귀국할 때에 암살함으로써 필리핀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거지요. 그 결과 아키노의 부인 코라손 아키노가 항쟁의 중심인물이 되어 1986년 대통령에 당선되게 됩니다.


두 번째 ‘피플 파워’가 바로 2001년 에스트라다 정권의 부패와 무능에 분노한 필리핀 국민이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내고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한 사건입니다. 상원의원, 국방장관, 부통령을 역임한 데 이서 에스타라다 대통령의 사임으로 대통령직까지 승계한 아로요는 강도높은 부패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정치제도 개혁을 내세워 필리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지요.


그런데 문제는 바로 집권 2기였지요. 2004년 재선에 나선 아로요 대통령은 110여만 표의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바로 다음 해에 대선 당시 아로요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장에게 100만 표 이상의 차이로 당선되도록 득표 조작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처럼 들리는 통화 내역이 공개되어, 퇴진 운동이 본격화되었습니다. 퇴진운동에 시달리던 아로요 대통령은 대단히 역설적으로, 제1차 피플 파워 20주년인 2006년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 후 군에 의존한 통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참혹했습니다. 사실상의 군부통치 과정에서 무려 1000여 명의 시민단체, 야당 성향 인사들이 사망 혹은 실종되었고, 아로요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기소되었습니다.


두 차례나 ‘피플 파워’가 위력을 발휘하며 아시아 민주화의 성공모델로 칭송받았던 필리핀의 사례를 통해 성숙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피플 파워'가 정치적 아이콘인 필리핀도 계엄령 선포를 통한 민주주의 후퇴를 막지 못했습니다. 스스로가 ‘피플 파워’의 중심인물이었고,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소명이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로요는 그 상징성과 시대정신을 허물어가며 실패한 대통령, 불행한 대통령으로 역사의 평가 앞에 서게 되었죠.


그런데 왠지 제게는 이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지금처럼 강(强)대 강(强)의 극한 대결이 계속되게 된다면 자칫 예측불허의 긴급 상황(언론사 압수수색, 검찰 조사 중 피의자 자살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세월호 참사 1주년, 노동절 대규모 투쟁과 대학 축제기간이 겹치는 오는 5월에 1987년 6월 항쟁과 같은 사회적 흐름이 형성되고,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가 보수층의 지지를 등에 업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10년전 필리핀처럼 말이죠.


혹자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군부가 통치의 전면에 나설 수 있겠냐고 말하겠지만, 지금 적지 않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불신과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지금의 불통정치와 공안정국이가 끝까지 지속되어 끝내 파국적 상황이 도래하면 과연 그 탈출구는 무엇이겠습니까?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거나, 아니면 제2의 6.29선언이 나와 헌정중단 사태가 벌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이 두 가지 모두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지요.





이 같은 불행한 시나리오를 피할 방법이 아직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수용하여 진심으로 사과하고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면 됩니다. 더 나아가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등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미국 헌정사에서 두 번 도입된 특별검사에서 한 번은 대통령이 사임했고, 또 한 번은 대통령이 재선되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그 결정적 차이는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보여줬다는 거지요. 바로 첫 번째가 닉슨의 ‘워터게이트’였고, 두 번째가 클린턴의 ‘지퍼게이트’였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역사적 사례와 교훈은 이미 차고도 넘칩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 뭔지만 보면 되지요.


십 수년 전에 개그맨 이휘재씨가 나오는 ‘인생극장’이라는 코너가 있었지요. 두 가지 상반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각각 어떻게 결정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정반대로 바뀌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 앞에도 동일한 상황이 놓여있습니다. 그가 마음 속에서 외치는 “그래 결정했어!”가 비극적 엔딩이 아닌 해피 엔딩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요. 국민이 불행한데 행복한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대통령은 반드시 스스로도 불행의 길을 걷는다는 사실을.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528&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