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서 '노란리본 공작소'를 보셨나요?
아주 특별한 성탄 트리가 광화문 광장에 만들어집니다
- 오마이뉴스 2014년 12월 17일 -
▲ 바느질 중인 공작소 멤버들
노란 뱃지를 달고 마음을 담아 한땀 한땀 바느질하는 자원봉사자들. ⓒ 이명옥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까.
광화문 광장에서 작은 날갯짓으로 보이지 않는 연대의 끈을 단단히 조여가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바로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라는 자원봉사 단체다.
'광화문 노란 리본공작소'는 '서명대'와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과 가장 오래 함께한 자원봉사 단체다. 세대행동과 촛불이 주축이 된 '서명대'와 달리 순수한 개인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둘 리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세월호 이전에 단 한 번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살던 직장인, 주부들이다. 미안한 마음에 광화문 광장에 들러 김영오씨와 다른 유가족에게 인사라도 하려고 들렸다가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이라 강남도 있지만 용인, 안양, 김포, 인천, 의정부와 서울 외곽지대 등 거리상으로도 광화문을 오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전업주부는 한 명뿐이고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한다.
자기 돈을 들여 리본 재료를 사온다. 리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을 준비해서 광화문 광장에 나와 리본 천을 자르고, 글루건으로 붙이고, 포장을 하거나 고리를 끼우는 작업을 한다. 그래서 광장을 지나던 사람과 서명대에 전해주던 것이 '광화문 노란리본 공작소'의 출발점이다.
리본을 만들다가 목걸이를 만들고 팔찌를 만들고 휴대폰 고리와 가방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올라와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에서 서명이나 모임에 필요한 리본을 받아 가지고 갔다가 동대문 시장에 올라와 재료를 사서 자체 제작을 해서 카페, 서점, 음식점 등에 나누는 공작소 지점도 생겨났다.
▲ 울산 노린리본 공작소에서 만든 물건들
울산의 이연씨는 사비를 들여 목설이 팔찌 등을 만들어 김미화씨가 하는
호미 카페, 제주, 울산 바보 주막 등 곳곳에 보내고 있다. ⓒ 이연
울산의 이연씨는 1백만 원 이상 들여 금형 제작을 했고 그것으로 열쇠고리를 만들어 후원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물론 자비를 들여 만든 휴대폰 고리, 목걸이, 팔찌 3종 세트는 무료로 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단가가 너무 높은 열쇠고리의 경우 금액에 상관없이 후원하는 분들이나 단체에 나눠주고 있다.
사회 문제에는 관심을 돌린 적이 없는 양승미씨는 미안한 마음에 리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뉴욕, 호주, 캐나다 등에 세월호를 기억하는 집회와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뉴욕에서 집회에 노란 리본을 달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 승미씨는 혼자 리본을 만들어 포장하고 알음알음 어렵게 노란 리본을 뉴욕에 보냈다. 뉴욕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모임 사람들은 리본을 달고 집회하는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담아 보냈고, 세월호 유가족과 상황실 상근자를 위해 겨울 코트를 마련해 보냈다.
양승미씨와 다른 공작소 멤버들은 리본, 목걸이, 휴대폰 고리를 만들어 국내·외에 보내고 유가족 간담회 등에 필요한 리본이나 목걸이 휴대폰 고리 등을 만들어 보내고 있다.
광화문에 아주 특별한 성탄 트리 장식품이 만들어진 까닭
▲ 하트를 달고 시진을 찍고 있다.
예은양 엄마가 딸의 이름이 달린 하트를 트리에 달고 사진을 찍고 있다.
ⓒ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
광화문 광장에는 손바느질로 만든 304개의 노란 하트, 304개의 노란 모자 노란 목도리, 노란 강아지, 빨간 강아지, 보라 강아지, 연두색 강아지로 장식하는 아주 특별한 트리가 세워진다.
▲ 아이디어를 낸 김덕희씨
가운데가 김덕희씨로 수시로 광화문 노란리본공작소에 들러 리본을 만들고 있다.
ⓒ 광화문노란리본공작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공작소 멤버인 김덕희씨다. 덕희씨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의미가 담긴 트리가 광화문 광장에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사이트를 뒤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304명이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며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노란 하트에 이름을 적어 가족과 시민들 손으로 트리에 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트를 만들고 아이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강아지를 만들어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빨간색과 보라색 연두색 강아지를 만들어 이름도 공모했다.
▲ 네 가지 색의 강아지
정성들여 바느질한 강아지에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광화문 노란리본 공작소
노란색 강아지는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잊지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빨간색 강아지 한 개는 진실을 밝혀 잘못을 바로잡고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아 '바꾸마'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보라색 강아지에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홉 분을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담아 '함께하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두색 강아지는 그들이 못다 펼친 꿈과 희망을 미래의 아이들이 펼칠 수 있도록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담아 '지키마'로 이름 지었다.
▲ 유예은
맑은 아이들 영혼처럼 이슬이 눈물처럼 맺혀 있다. ⓒ 이명옥
그렇게 노란 하트 304개, 네 가지 종류의 강아지, 트리모양, 버선 등을 바느질해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는 영석 아빠와 민우 아빠, 세월호 유가족, 광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손으로 장식하도록 준비했다. 양승미씨는 밤새워 하트를 포장하며 사랑을 만드는 법이라며 이렇게 적었다.
▲ 사람을 마음을 담는 법
사랑을 담아 바느질한 하트를 젖지 않게 포장하고 있다. ⓒ 양승미
사랑을 만드는 방법
1. 포장봉투에 하트를 넣습니다.
2. 세워도 리본이 눌리지 않게 글루건으로 고정시킵니다.
3. 테이핑
4. 종을 달아요.
5. 반별로 누락된 이름이 있는지 확인, 분류합니다
트리를 광화문 노란리본 공작소에서만 준비한 것은 아니다. 공동운영위원장인 최헌국(예수살기, 촛불교회) 목사는 4미터에 달하는 트리와 전구 기본 장식물을 준비했고, 천주교 신자들은 304개의 노란 모자를 떠서 장식할 예정이다.
상황실은 시민들이 하늘로 보내는 기억의 한 마디를 적어 트리에 달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 광화문 광장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누구든 자신들이 준비한 장식물을 트리에 달 수 있다. 콘셉트는 세월호로 희생자를 기억하는 노란색으로 만들어진 것이면 더 좋겠다.
- 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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