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려놓고 퍼즐을 짜깁기했다

irene777 2014. 12. 24. 07:03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려놓고 퍼즐을 짜깁기했다


이재화 변호사 (통합진보당 소송대리인단)


-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23일 -





▲ 이재화 변호사 (통합진보당 소송대리인단)



너무나 순진했다. 증거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합리적인 설명을 하면 헌법재판관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받아보고 필자는 그것이 과도한 욕심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판결문이 아니라 상상에 기초한 한편의 ‘삼류 공안소설’이다. 증거가 아닌 ‘독심술’로 사실을 인정하고, 이렇게 인정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비약된 논리로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5년간 지속되어온 대중정당의 목적을 당의 강령에서 찾지 않고 ‘주요 구성원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판단했다. 강령에 목적을 공개하고 그 목적대로 활동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얻는 공개적 대중정당에 무슨 숨은 목적이 있다는 것인가. 대중정당에 숨은 목적이 있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헌법재판소는 ‘퍼즐 맞추기’를 통해 ‘숨은 목적’을 찾아내야 한다고 논리를 전개했다. 퍼즐 맞추기는 ‘증명되어야 할 것이 참’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선후가 전도된 논리다. 이미 통합진보당의 은폐된 목적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는 퍼즐을 맞출 수 없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결론을 내려놓고 구미에 맞는 ‘퍼즐 조각’을 찾아내어 자신들이 가공한 후, 가공된 그 퍼즐 조각을 짜깁기해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라는 ‘숨은 목적’을 그려냈다. 그들이 찾아낸 ‘숨은 목적’은 ‘원석’이 아니라 8명의 재판관이 가공한 ‘가공품’인 것이다.




▲ 지난 19일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판결 후 결의대회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헌법재판소는 누가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인지를 확정하고, 그들의 이념적 지향점을 밝힌 다음 그들이 인식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의미를 추론해냈다. 그런데 이 추론의 출발점인 ‘주도세력’이라는 개념은 너무 자의적이다. 무엇을 주도한다는 의미인지 밝히지 않았다. 당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라면 이들이 당의 의사결정기관인 최고위원회, 대의원대회의 의사결정을 실제로 주도하였는지, 어떤 경로로 주도하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 이를 밝히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라는 민혁당 세력이 어떻게 경기동부연합 등을 장악했는지 아무런 논증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편견으로 경기동부연합 등이 당의 주도세력이라고 단정해버렸다. 이것은 증거재판이 아닌 ‘관심법 재판’이다.


헌법재판소는 주도세력의 이념적 성향을 10여 년도 더 지난 국가보안법 위반 형사판결로 분석했다. ‘과거 한때 주체사상을 신봉한 자들은 전향하지 않은 한 생각이 변할 수 없다’고 단정해 버렸다. 헌법에서 명시한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무시무시한 ‘독심술’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할 헌법재판관이 반헌법적 발상을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주도세력이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였다고 단정했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정부와 같은 강도로 비난하지 않으면 북한을 추종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8명 재판관의 시각이야말로 헌법에 명시된 사상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파시즘적 사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종북 성향의 자주파가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에 도입하였기 때문에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이루는 자주적 ‘민주정부, 민중주권주의, 민중중심의 자립경제’ 등은 결국 폭력혁명을 통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내용들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했던 2011년 6월 강령 개정 당시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라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강령에 있던 것들이다. 2011년 6월 강령에서는 단지 종전 강령에서 ‘사회주의적 요소’만 삭제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었다. 똑같은 강령인데, 당의 주도세력이 바뀌었으니 그 의미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강령이 ‘카멜레온’이라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통합진보당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은 상황에서 사실을 짜깁기하고 억지논리로 포장한 ‘기획된 결정’이자 ‘의도된 오판’이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