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죽을 만큼 보고 싶다"...눈물의 안산 크리스마스

irene777 2014. 12. 25. 18:38



"죽을 만큼 보고 싶다"...눈물의 안산 크리스마스

안산 합동분향소 앞 200여명 유족·시민들 성탄추모 문화제


- 오마이뉴스  2014년 12월 24일 -




"아버지, 오늘이 벌써 네 번째 분향이네요. 그 곳에서 얼마나 춥고 배고프세요. 빨리 나오셨으면 좋겠지만...서두르지 않으셔도 돼요. 언제까지나 기다릴 테니까요...엄마랑 누나는 너무 걱정 마세요, 제가 아버지 몫까지 잘 보필 할게요. 그리고 자주 말하지 못해 죄송했던 말...사랑합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분향소 한 가운데에는 이전에는 없었던, 허다윤·남현철·박영인·조은화(단원고 학생)와 양승진·고창석(단원고 교사) 등 실종자 6명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이들 사진에는 죽음을 뜻하는 검은 리본은 달려있지 않았다.




▲ 성탄절 앞둔 안산 합동분향소..."얘들아 사랑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의 풍경은 

 평소와 달랐다. 분향소 안에는 단원고 학생·교사 등의 유가족이 직접 만들고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도 새로 들어왔다. 250여명에 달하는 영정사진 앞에도 

가족·친구들이 쓴 성탄카드와 선물이 놓여있었다.   ⓒ 유성애



특히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고창석 교사의 사진 앞에는, 아들로 보이는 남성이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 사랑한다"고 자필로 쓴 쪽지가 붙어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분향소 안에는 단원고 학생, 교사 등의 유가족이 직접 만들고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도 새로 들어왔다. 250여명에 달하는 영정사진 앞에도 가족, 친구들이 쓴 성탄카드와 선물이 놓여있었다.       


며칠간 뜸하던 추모객들의 발길도 이 날만큼은 분향소를 향했다. 분향소 내부 전광판에는 "얘들아, 내일 크리스마스야. 너희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늘에서 친구들, 선생님과 잘 있는 거지?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등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문자들이 번갈아가며 떴다. "중신아, 아빠 엄마가 죽을 만큼 사랑해... 보고 싶은 우리아들." 유족이 직접 남긴 편지도 있었다.


이 날 오후 7시, 분향소 앞 광장에서는 안산시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주최로 '시민과 함께 하는 4·16 문화제-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열렸다. 성탄절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이 날 추모문화제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족 80여명과 시민 120여명 등 200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 "함께 눈물 흘린 국민들 덕분에...그간 감사했습니다"




▲ 추모 문화제 참여한 시민들, '노란물결 합창단' 

24일 오후 7시, 안산분향소 앞 광장에서는 안산시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주최로 '시민과 함께 하는 4·16 문화제-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열렸다. 

성탄절을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이 날 추모문화제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족 80여명과 시민 120여명 등 200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   ⓒ 유성애




▲ "국민들께 감사... 함께 했기에 고통 이겨낼수 있었다" 

단원고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는 단상에 올라 그간 함께 해온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씨는 "그간 진상규명을 위해 앞만 보며 달라오다가, 어제 웅기의 

영정사진을 보며 4.16 참사를 되돌아봤다"며 "우리 아이들을 팽목항에서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을 때 주변에 계셨던 많은 봉사자들, 함께 눈물 흘린 국민들 덕분에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유성애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씨는 단상에 올라 그간 함께 해온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씨는 "그간 진상규명을 위해 앞만 보며 달려오다가, 어제 웅기의 영정사진을 보며 4.16 참사를 되돌아봤다"며 "우리 아이들을 팽목항에서 기다리며 울부짖고 있을 때 주변에 계셨던 많은 봉사자들, 함께 눈물 흘린 국민들 덕분에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날 문화제에서는 유족의 문화공연도 있었다. 이번 참사로 동생을 잃은 권오현씨는 "아직도 (동생을) '볼 수 없다', '보지 못한다'는 글을 읽을 때마다 울컥하곤 한다, 먼저 하늘에 가있는 동생이 제가 그곳에 갈 때까지 잘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며 가수 조성모의 'To Heaven(천국으로 보낸 편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단원고 2학년 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는 실종자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제일 바라는 것은 (세월호 선체)인양"이라면서 "저희는 그래도 아이들을 보고 싶으면 납골당에 가서 만져볼 수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그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마지막으로 정부를 믿어보려 한다, 진짜 미안한 마음이라면 인양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가만히 있어도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 야외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사람들은 행사장 뒤편에서 따뜻한 오뎅 국물과 떡을 먹으며 추위를 견뎠다. 세월호 유족을 지원하는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 20여명이 먼저 도착해 300여명분의 음식을 준비한 덕분이었다. 운영진인 김미금(42)씨는 "성탄절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축제와도 같은 날인데 아이들이 없지 않냐,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에겐 소소한 일상, 유족들은 모두 처음 겪는 일...끝까지 옆에 있겠다" 


문화제 참여를 위해 서울에서 안산까지 온 고다현(23)씨는 "가족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생일이나 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우리에겐 당연하고 소소한 일상이지만 유족들에게는 모두 아이를 떠나보내고 처음 하는 일일 것"이라며 "봄부터 겨울까지, 이런 거리에서 축제 아닌 축제를 하는 분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 "잊지 않을게요... 끝까지 함께할게요" 

문화제 참여를 위해 서울에서 안산까지 온 고다현(23, 사진)씨는 "가족들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생일이나 

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우리에겐 당연하고 소소한 일상이지만 유족들에게는 모두 

아이를 떠나보내고 처음 하는 일일 것"이라며 "봄부터 겨울까지, 이런 거리에서 

축제 아닌 축제를 하는 분들을 보며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 유성애




▲ "실종자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24일 오후 7시, 안산분향소 앞 광장에서는 안산시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주최로 '시민과 함께 하는 4·16 문화제-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열렸다.

 행사 시작에 앞서 200여명 참가자와 유가족들이 세월호 실종자들을 위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는 모습.   ⓒ 유성애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유가족 단식과 십자가 도보순례, 안산에서 청와대까지 도보행진까지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국가는 없었지만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박진 인권운동가의 말에 다 같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2시간 가량 문화제를 마친 후에는 다 같이 희생자 분향소에 들어가 헌화하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분향을 마친 어머니들은 서로를 감싸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단원고 2학년 1반 고 김수진 학생의 아버지 김종기씨는 행사 후 기자와 만나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나지만 어찌됐건 유가족들이 견뎌야 할 일이니 견뎌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도 적용됐으면 좋겠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 생각은 더하기만 한다"고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화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분향소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 4호선 고잔역 앞에서는 "내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따뜻한 밥 지어 함께 먹고 싶어요,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이라고 쓰인 노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 5반 김완준군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부모 김필성·한해영씨의 간절한 소망이 쓰인 현수막이었다.




▲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따뜻한 밥 한끼 먹고 싶다" 

분향소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4호선 고잔역 앞에서는 "내 아이가 다시 

돌아온다면 따뜻한 밥 지어 함께 먹고 싶어요,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이라고 쓰인 노란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 5반 

김완준군을 세월호 참사로 잃은 부모 김필성·한해영씨의 

간절한 소망이 쓰인 현수막이었다.   ⓒ 유성애



-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