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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삐라 수사? 朴 12년전 김정일에 “거침없고 솔직”

irene777 2014. 12. 30. 18:01



박근혜 삐라 수사? 朴 12년전 김정일에 “거침없고 솔직”


朴 과거발언 빗대 “누가 종북인가” 

마포서 “강력계 배당 건조물침입...언론 때문에 수사”


- 미디어오늘  2014년 12월 28일 -




박근혜 대통령이 12년 전 북한을 다녀온뒤 당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두고 “한국 정치에 해박하다”고 호감을 표시한 내용을 담아 ‘진짜 종북은 누구인가’라 씌어진 삐라(전단) 살포사건에 대해 경찰이 강력계에 배당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삐라 내용이 대부분 박 대통령이 직접 방북기에 작성하거나 인터뷰에서 발언한 사실인데다 실제 자신의 자서전에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해 더 큰 호감과 신뢰를 나타내는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자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정식 마포경찰서 형사과장은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26일 저녁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관 또는 김정일관과 현재의 종북관을 비교 풍자한 전단이 살포된 사건과 관련해 강력계에 배당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주 과장은 “현재까지 특이사항이 나온 것은 없지만, 강력팀에서 초동조치를 했고 다른 명예훼손 등 법리 검토하고 있으나 건조물 침입은 의율할 수 있으나 그 외엔 의율할 만한 것이 없어 우리 형사과 소관인 건조물침입으로 보고 강력계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주 과장은 “현재 전단을 뿌린 피의자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CCTV를 확보해 분석중이나 아직 용의자가 안나타난 상태”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도 수사할 예정인지에 대해 주 과장은 “피의자 검거라도 해야 뿌린 의도라도 들어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명예훼손 수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삐라 내용이 과거 박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거나 썼던 내용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밝혔다.




▲ 홍대입구에 뿌려진 박근혜 전단지.   사진=27일 방송된 KBS <뉴스9> 캡처

 


대규모 홍보성 유인물 전단지 살포가 공공연히 일어나지만 일일이 다 건조물침입 혐의 수사를 벌이지 않는데도 이번 건에만 유독 과도하게 혐의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주 과장은 “언론이 사회적 이목이 끄는 사건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 과장은 “지금같은 경우, 기자들이 언론에 내니 사회 이목을 집중시켜, 수사를 안할 수 없는 상태”라며 “언론에서도 조용하고 별 일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자꾸 부각시켠서 왜 수사를 안하느냐고 해 (불가피하게) 심도있는 수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과장은 “의율할 법률이 건조물 침입 뿐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경찰까지 나서서 박 대통령 삐라 살포 사건에 법적 책임을 물으려는 것과 관련해 정작 삐라 내용이 어떻길래 그런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삐라 내용은 박 대통령이 과거 북한을 다녀와 쓴 방북기와 언론인터뷰, 기자회견 내용의 일부를 채록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전단지엔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의 경제난 때문인만큼 경제를 도와줘야”, “북한이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한 듯 보였다”, “제가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상 2002년 박근혜 방북기 중) 등이 적혀있다. 이 글귀 아래엔 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단독 회담을 하는 사진과 함께 ‘진짜 종북은 누구인가?’라는 굵은 글씨가 적혀있다. 


또한 전단지의 뒷면엔 김 위원장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2007년 6월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발언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2007년 7월 신동아 인터뷰 내용이 적혀있다. 그 아래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종북?”이라는 풍자성 비판이 씌어있다. 대체로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지적받았던 북한관, 방북관, 김정일관 등의 이중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이 것보다 훨씬 큰 호감과 신뢰감을 나타내는 표현을 자신의 자서전에 남겨놓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7월 펴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라는 자서전에서 당시 단독면담을 했던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그는 “간단하게 인사말을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불쑥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던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김 위원장이) ‘당시 극단주의자들이 일을 잘못 저질렀습니다.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 일을 저지른 사람들은 응분의 벌을 받았습니다’라고 하자 김 위원장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화법과 태도를 인상적이었다”고 극찬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2년 

단독면담을 했을 때의 장면.   사진=박대통령 자서전

 


‘이산가족 문제와 6·25 전쟁 때 행방불명된 국군과 민간인 생사확인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하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하루빨리 설치했으면 한다’고 제의하자 김 위원장이 동의한 것을 들어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는 굉장히 필요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서 북한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였다”며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은 이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우리의 대화는 금새 속도가 붙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금강산댐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자는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김 위원장의 ‘동의’, 남북한 철도연결하자는 데 대한 김 위원장의 긍정적 반응 등을 소개하며 박 대통령은 “한 시간 가량의 대화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 나는 많은 약속을 했다”고 썼다.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내용을 언론에 투명하게 밝히고 싶다고 하자 ‘알아서 하세요’라 답한 김 위원장에 대해 “신뢰감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또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북한이 실종된 군인을 찾자고 제의한 것’, ‘자신이 북에 건네준 77세 고령 할아버지 가족 생사를 북이 확인해준 소식’이 전해지자 박 대통령은 “너무나 기뻤다”고 썼다. ‘평양산원에서 초음파 검사기기를 비롯해 고장이 난 뒤 부품이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던 기기 등의 물품이 통일부를 통해 전달됐다’는 보고를 듣고 박 대통령은 “더없이 좋았다”고 했으며, ‘남북통일축구가 12년 만에 재개되면서 단절됐던 스포츠교류도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이끌어낸 약속들을 가능한 한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고 썼다. 북한에 갔다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북한에 대해 큰 신뢰를 안고 돌아왔다는 것을 박 대통령 스스로 기록한 것이다.


 

-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