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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심을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irene777 2015. 1. 2. 03:31



“진심을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이 ‘불행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을 봐야 할까요?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4년 12월 30일 -




저는 대통령 선거 캠프와 국회의원 선거 캠프에서 각각 2회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선거라는 것이 마치 전쟁과도 같아서 실시간으로 긴박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다 보니, 매뉴얼이 있어도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후보는 후보대로 득표를 위한 행보를 해야 하는데,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의 경우 어떻게든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고 눈도장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캠프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조직은 조직대로, 일정은 일정대로, 공보는 공보대로 어쩔 수 없이 악역을 자처하게 되지요. 그렇게 ‘문고리 권력’이 본의 아니게 탄생하게 됩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문고리 3인방’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공식 직함이야 어떻든 간에 일정을 맡고 있는 안봉근, 공보와 메시지를 맡고 있는 정호성, 그리고 조직과 민원을 맡고 있는 이재만 등의 역할도 여느 선거 캠프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따라서 단지 이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고리 권력’이니 ‘십상시’니 하는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떠한 정치인이 되었든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곁에 두어야만 하니까요. 자신이 모시는 정치인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비난을 받고 있으니,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유독 이들을 향해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는 것일까요? 문제의 본질은 ‘문고리 3인방’이 아닌 이들이 모시는 분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제가 선거캠프는 물론, 공조직의 비서실에서 일하다 보니 제가 모시는 어른을 꼭 만나고 싶다며 제게 부탁해오는 분들이 많지요. 물론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모시는 어른의 일정, 동선, 그리고 정무적 판단까지도 고려하여 상당부분은 제 선에서 알아서 커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해당 인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제가 모시는 분에게 감정을 폭발시키며 저에 대한 험담을 털어놓지요. 그거 피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만약 제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소신껏 판단한 것이라면 모시는 분으로부터 어떠한 질책을 듣더라도 저는 당당합니다. 더 나아가 저와 모시는 분 사이의 신뢰관계가 있다면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저대로 외부 인사들과 소통하고 모시는 분과도 소통하고, 어른은 어른대로 외부 인사들과 소통하고 저와도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저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분들도 다소 누그러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어쨌든 소통은 했으니.


그런데 만약 모시는 어른이 외부 인사들과 거의 소통을 안 하고 저 이외의 다른 참모들과도 거의 소통을 안 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제가 만고의 역적이 될 것입니다. 어른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어른이 자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고, 또한 어른이 저를 얼마만큼 신임하고 있는지도 가능하기 어렵지요. 그러니 각자가 느낀 그대로 감정을 점점 키워나가고 누군가를 향해 그 분노를 쏟아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저 이외의 다른 참모들 또한 저를 향해 질시의 시선을 보내면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카더라’ 통신에 대해 무감각해지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윤회 문건’ 사건의 핵심은 과연 부당한 거래가 있었느냐의 문제입니다. 만일 정윤회씨 혹은 ‘문고리 권력 3인방’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대통령 몰래 어떠한 청탁을 받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했다면 그것은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대형 스캔들로 발전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끝내 그와 같은 일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들이 자행(?)했던 월권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려워집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간 크게 부정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일전에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를 거쳐 간 분들은 하나같이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한 때 친박계 좌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졌던 김무성,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리에서 중도하차한 허태열, 청와대와의 의견충돌로 보건복지부 장관을 그만둔 진영, 그리고 인사 갈등으로 옷을 벗게 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리고 대선캠프에서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뛰었지만 결국 내부갈등으로 튕겨져 나간 박선규 전 인수위 대변인과 백기승 전 홍보기획 비서관… 이들 모두 가슴 속에 응어리 진 것들이 참으로 많을 것입니다.


왜 이와 같은 처참하고도 불행한 이별이 반복되는 것일까요? 대통령이 이들과 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통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을 정치적 동반자 혹은 함께 일하는 동료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서 청와대 참모들과 내각의 총리와 장차관들은 대통령의 신하가 아닙니다. 이들은 정치적 동반자이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팀원입니다. 그리고 이들간 팀워크를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바로 소통이죠.


바로 이 부분을 박근혜 대통령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박근혜 대통령 곁을 떠나간 사람이건, 그의 곁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이건 온통 억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입니다. 대통령이 소통을 하지 않으니 참모들과 핵심일꾼들이 불행해지고, 그들이 불행해지니 그들이 운영하는 국정의 영향을 받는 대한민국 국민들도 덩달아 불행해지게 됩니다. 이 ‘불행의 악순환’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것을 봐야 할까요? 이 모든 불행의 출발점이 박근혜 대통령이니 당신이 “참 나쁜 대통령”일 수밖에요.


한 때 당신을 모셨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대선에서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진심을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575&table=byple_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