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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대통령인데..." 차갑게 식은 박근혜 떡국

irene777 2015. 1. 5. 15:42



"그래도 대통령인데..." 차갑게 식은 박근혜 떡국

안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박근혜-새누리당 외면


- 오마이뉴스  2015년 1월 1일 -




"오늘로써 이유도 모른 채 자식을 잃은 엄마아빠의 단식과 눈물 젖은 날이 261째 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억울하게 떠나간 내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 앞에 모두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묻기 위한 새로운 날로 기억하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 2015년 1월 1일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중에서


2015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11시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시민 등을 초청해 떡국을 대접하는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세월호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유가족과 시민들의 새해 첫 합동분향소 조문으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 외면




▲ 그래도 대통령인데...

2015년 1월 1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련한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빈자리에 떡국과 

과일 등을 차려 놓았으나 차갑게 식어 가고 있다.   ⓒ 박호열




▲ 2015년 1월 1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마련한 

‘세월호 엄마들의 따듯한 밥상’ 떡국 나눔 행사에서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 등이 준비한 떡국을 시민들이 맛있게 먹고 있다.   ⓒ 박호열



유가족들은 떡국 나눔 행사를 하기에 앞서 분향소 앞마당에 식탁과 의자를 준비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의 이름표를 식탁 위에 부착했다. 유가족은 지난해 12월 23일 박 대통령과 국회의원 295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하지만 김명연(안산 단원갑) 의원만 참석했을 뿐,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마련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빈자리에는 유가족이 정성스레 끓인 떡국과 김치, 과일 등이 덩그러니 놓인 채 칼바람에 차갑게 식어갔다. 반면 시민 200여 명은 유가족과 엄마의 노란손수건 회원들이 준비한 떡국을 맛있게 나눠 먹었다. 


새해를 맞아 아이들과 합동분향소에 분향을 하러 왔다가 떡국을 먹게 됐다는 최영훈씨는 "맛있는 떡국을 주신 유가족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새해가 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진상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는 만큼 시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면서 작은 행동이라도 유가족과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등은 오전 10시경 분향소 앞에서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11시경에는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10여 명과 제종길 시장, 성준모 안산시의회 의장 등 안산지역 시·도의원 20여 명이 참석해 떡국을 먹었다. 



"세월호 원형 그대로 인양해 국민들에게 마지막 이야기 들려줘야"




▲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을미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2학년 8반 

고 안주현군의 어머니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 있다.   ⓒ 박호열




▲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한 을미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명선 위원장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과 함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박호열



단원고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김영호 안산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많은 정치인들이 아침부터 분향소를 찾아 주었으나 세월호 참사를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로 임해 결국 알맹이 없는 특별법 제정으로 2014년을 마감했다"고 비판했다. 


정세경 엄마의 노란 손수건 공동대표는 새해 인사에서 "아이들의 영정 앞에서 사골 국물을 내고, 떡과 김치를 썰었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기 위해 정치인들을 초청해 기자회견을 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어떨까… 정치인 여러분들이 2015년에 그런 마음으로 진실을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세월호 유가족 6인 합창에 이어 발언에 나선 박래군 국민대책위 운영위원장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새해 복은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의 세 가지 복"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2015년에 힘든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람, 책임이 밝혀지길 두려워하는 사람과 세력들이 유가족과 우리의 귀를 막을 것이다. 그때마다 지난해처럼 좌절하지 말고 두 손 굳게 잡고 함께 나가자. 그럴 때 우리가 만들 큰 복,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새해 첫날 자식을 위해 지어야 할 밥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치인을 위해 지어야 하는 유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오롯이 담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단원고 2학년 8반 고 안주현군의 어머니가 낭독했다. 


"저희는 엄마아빠의 이름으로 국민의 자격으로 오늘도 우리를 외면하고 진정한 가족 사랑과 어진정치가 무언지 모르는 당신께 부탁드립니다. 첫째, 세월호 선체인양 제대로 해서 남은 실종자 수습과 진상규명에 적극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둘째, 진상조사활동에 방해를 하는 어떠한 개입도 하지 말아주십시오. 셋째, 국민이 원하고 서민이 바라는 대통령상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아주십시오. 넷째, 새해 첫 밥상을 당신을 위해 차리고 떠나간 자식의 넋을 위로하려는 애간장 터지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끝으로 2015년은 제발 관대한 정치, 어진 정치 부탁드리며, 세월호 참사 앞에 정직한 국가의 모습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발효에 따른 진상규명을 위한 대국민 신년 메시지를 전하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인양과 관련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국민 여러분 2015년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팽목항에는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아직 바다 속에서 진실을 감추고 있는 세월호와 증거를 지키기 위해 진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남은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15년 올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진도 깊은 바다 속에 쓰러져 있는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인양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과 수많은 침몰 원인을 담고 있는 세월호는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올라 국민들의 눈앞에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실종자 가족들의 바램이고 유가족들의 바람입니다."



- 오마이뉴스  박호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