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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가 계속 웃을 수 있을까?

irene777 2015. 1. 6. 05:32



[이태경의 돌직구]


박근혜가 계속 웃을 수 있을까?

공포와 편가르기만으론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해


- 미디어오늘  2015년 1월 2일 -




2014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사람은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라는 미증유의 위기에도, 정윤회와 십상시와 박지만 사이의 궁중암투에도 불구하고 별 어려움 없이 순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의 여왕답게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도 대승했다. 비선논란과 지록위마 정국은 통진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과 뒤이은 공안몰이로 완벽하게 덮었다. 노련한 솜씨고 탁월한 감각이다.


박근혜는 피아(彼我) 식별을 통치의 기본으로 삼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그녀는 체제 외부에 존재하는 북한이라는 적이 지닌 위협을 늘 강조하며, 북한과 내통하거나 북한을 추종하는 체제 내부의 적을 끊임없이 찾는다. 일단은 통진당이 박근혜의 일차적인 목표가 되어 말 그대로 해산되었다. 유우성 간첩사건이 상징하듯 필요하면 간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정치는 적(敵)과 아(我)의 구별 작업이다",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다"라는 칼 슈미트의 정치철학을 현실 정치에 가장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근혜다. 박근혜는 분단과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에 적아(敵我) 구분 프레임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남북 분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북한은 김씨 일가가 다스리는 폭압적 전제군주제 국가이니만큼 적아(敵我)프레임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 청와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에 대한 정부의 해산심판청구와 헌재의 해산결정, 뒤이은 공안기구들의 공안몰이도 적아(敵我)프레임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어차피 통진당은 고사당할 처지였다. 다음 총선에서 통진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통진당은 이석기 사건 이후 유의미한 정당의 지위를 상실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굳이 구했고 해산에 성공했다. 최소한의 양식과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반헌법적 폭거에 격렬히 반대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노리는 건 그게 아닐까? 통진당 해산에 반대하는 사람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 일상(日常)과 선거에 계속 우려먹겠다는 발칙한 기획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분명한 건 경제에 전적으로 무능한 박근혜와 새누리는 대대적인 종북몰이와 각종 대립구도-노동(대기업 노동자VS중소기업 노동자, 정규직 노동자VS비정규직 노동자)간의 대립, 호남 고립 등의 지역 간 대립 등-을 이용해 정국을 운영하고 정권재창출을 노릴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공포와 편가르기도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포와 편가르기가 끝없이 심화될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불만과 분노를 언제까지고 잠재울 순 없다. 그건 천하의 박정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정희도 가파른 경제성장이라는 당근이 없었더라면 공포만으로 18년 동안 집권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야당이 환골탈태해 광범위할 뿐더러 더 심화될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불만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고, 선거에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다. 공포의 여왕 박근혜가 그 때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