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떠나 자신에 갇힌 대통령의 기자회견
국민이 못 믿겠다는 검찰 수사에 발 디디고 선 박근혜
진실의길 육근성 칼럼
- 2015년 1월 13일 -
2014년. 탈도 많고 변고도 많았던 한해였다. 갈등과 대립, 분열과 불통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여당 내에서도 팽배한 상태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만큼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예상을 내놓은 언론들도 있었다.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신년회견 내내 기자와 국민은 없었다. 단지 자신의 입장에만 매몰된 대통령이 있었을 뿐이었다.
‘나’를 내세운 대통령에 의해 잘려나간 국민
집권 3년차이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번을 포함해 단 두 번. 두 번째 회견은 더 심각했다. ‘대통령만 입장만 있는 회견’이었다. 국민의 요구나 기대는 물론 기자들의 시각과 판단까지 ‘나’만를 내세운 대통령에 의해 모두 잘려 나갔다.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국민의 그것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박 대통령: “(정윤회 문건 파동과 관련해서) 검찰이 과학적 기법까지 동원해 철저하게 수사를 한 결과 모두 허위이고 조작됐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 반박: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결과를 굳게 믿어 ‘조작-허위’라고 단정하지만 국민 정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JTBC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3.7%가 정윤회 문건 관련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28.2%에 불과했다. 검찰이 발표 직후 실시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은 검찰 수사를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데 박 대통령만 나 홀로 믿겠다고 저런다.
박 대통령: “세 비서관(3인방)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언론, 야당 이런데서 무슨 비리가 있나하고 샅샅이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나.”
=>반박: 해도 너무한다. 3인방에 대한 의혹은 단순 비리가 아니라, 구중궁궐에서 이뤄지는 인사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이다. 그래서 증거와 단서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언론과 야당이 권력의 심장부에 앉아 있는 저들을 어떻게 뒤질 수 있겠나. 3인방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어떤지 보자. 리서치뷰-팩트TV 여론조사에 의하면 ‘3인방 사퇴에 반대’하는 국민은 16.8%에 지나지 않는다. 62.2%가 3인방이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 리 없지 않은가. 국민 절대 다수의 생각이 곧 민심이다. 민심에 반하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국민이 못 믿겠다는 검찰 수사에 발 디디고 선 박근혜
박 대통령: “(정윤회 문건과 국정농단 의혹 관련해) 특검 해야 할 사안인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문건도 조작으로 밝혀졌고...엄청난 비리를 저질렀거나 그런 때 특검했는데 의혹만 갖고 특검하면 안 좋은 선례 남기게 돼...”
=>반박: 자신의 시각으로만 3인방을 평가하려 든다. 국가 최고의 공인이 제 사람만 두둔하는 건 못난 짓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3인방과 정윤회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청문회와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62.2%나 된다. 특검 반대 의견은 22.6%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눈에는 ‘3인방’이 괜찮아 보일지라도 국민들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 정도라면 ‘3인방’ 편에 서는 발언 정도는 자제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무례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 “정윤회 씨는 떠난 사람...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 없다...문체부 인사개입 의혹 보도는 터무니 없이 조작된 이야기...”
=>반박: 왜 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뛸까. 정 씨 관련 논란은 이미 국민적 의혹이 된 지 오래다. 국민 절대다수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문제라면 대통령도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무조건 조작이고 허위이며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한 이가 그 누구도 아닌 직전 장관이다. 정말 조작된 거라면 왜 유진룡 전 장관을 고소하지 않는 걸까. 고소-고발을 맛있는 간식 먹듯 즐기는 정권 아닌가.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말보다 유 전 장관의 증언을 더 신뢰한다.
10명 중 7명이 요구해도 ‘안 돼’... 무례한 대통령
박 대통령: “세월호 유족 여러 번 만났다...진도도 내려가고 팽목항도 내려가고 그 분들과 얘기도 하고 애로사항도 듣고, 적극 반영하고... 지난 번 못 만났던 이유는 법안이 여야 간 합의를 위해 논의 중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반박: 거짓말이다. 유족들은 대통령을 진도에서 한 번, 청와대에서 한 번 등 딱 두 번 만났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아니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에 반대한 건 박 대통령이다.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만나는 것이 국회에 대한 간섭으로 비칠 수 있어 만남을 피했다고 말하는 박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울화통 터진 이가 얼마나 많았을까. 공무원연금법 등 다른 법안과 관련해서는 국회를 향해 ‘조속한 처리’를 밥 먹듯 외치면서도 유독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입법부 존중과 불개입’을 강조한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것도 유분수다. 생중계 되는 카메라 앞에서 보란 듯이 두말 하는 대통령을 바라봐야 하는 유족과 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뿐이다.
박 대통령: “국민과 소통 중요하다고 생각... 현장에 직접 가서 터놓고 얘기 듣고...여야 지도자 분들을 청와대에 모시려 했는데 여러 차례 딱지를 맞았다...”
=>반박: 현자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전파나 인터넷으로 국민과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가졌어야 했다. 일정이 바쁜 대통령이 현장 출동이라는 아날로그 소통방식을 자랑하는 것도 꼴불견이다. 집권 3년차인데 기자회견은 달랑 2번. 이런데도 소통해 왔다고 큰소리 친다. 야당이 초청을 거부해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니. 일취월장한 유체이탈 화법이다. 야당이 왜 거부했는지 그 이유를 정말 모르나. 큰일이다. ‘내 입장’에 매몰돼서 남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권을 3년 더 맡겨야 하다니.
세월호 질문에 거짓말도...지역편중엔 ‘TK-PK’ 우월론 주장
박 대통령: “(정부 요직과 청와대 참모진이 특정 지역 출신 일색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능력 있고 도덕적으로 문제없는 그런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유능한데도 특정지역 이라고 해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지역 편중 인사에 대해) 왜냐하면 인재 위주로 하다보니 그렇다.”
=>반박: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TK와 PK에 편중된 이유가 능력과 도덕성 위주로 인사를 하다 보니 그리 된 거란다. 그럼 TK와 PK 출신들이 타지역 출신들에 비해 더 능력있고 훨씬 도덕적이란 말인가? 내 실수이니 앞으로는 인사 탕평책 펴겠다 이렇게 답하면 될 것을 왜 저럴까.
많다. 아주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신년기자회견에 등장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체이탈 화법과 내가 최고라는 오만, 자신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려는 아집으로 가득 차 있다. 국민을 떠나 자신에 갇혀 진행한 신년기자회견이었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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