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대 vs 60대 이상...대통령에 대한 관점
60대 이상에서만 ‘긍정 62% 부정 27%’로 박 대통령 긍정평가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5년 1월 21일 -
<한국갤럽> 주간정례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35%로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다음 날인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나 급락한 35%를 기록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죠. 특히 부정평가가 55%를 기록하면서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부정-긍정 평가 격차가 처음으로 20%포인트로 벌어진 거죠.
주목할 대목은 60대 이상에서만 ‘긍정 62% 부정 27%’로 박 대통령 긍정평가가 높았다는 점입니다. 90%라는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박근혜 당선의 1등 공신이었던 50대에서도 긍정(43%)보다 부정(50%)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미래세대인 20대와 30대에서는 각각 13%와 20%로 전체 평균(35%)보다 월등히 낮게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국정을 끌고 가는 대단히 위태로운 모습이죠.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란 최근 영화 ‘국제시장’에 나오는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을 의미합니다. 이분들이 살아온 시기를 보니 아동기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였고, 청소년기에는 이승만 정부와 한국전쟁이 있었고, 20대부터 40대까지는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이 있었지요. 그리고 50대가 된 90년대 중반까지 한 번도 정권교체를 경험하지 못합니다. 그런 가운데 50대 중반인 1997년에 IMF 직격탄을 맞고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하여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 모든 것을 무책임한 민주화세력 혹은 좌익세력 탓으로 돌리면서 지금까지 왔을 겁니다. 보수언론이 그들의 바이블이 되었구요.
한 때 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었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10년 “민주주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며 “(박근혜가)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더 나아가 박근혜계 및 박근혜 지지자들에 대해 “이걸 고쳐야 한다고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근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다.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탁월한 선견지명이며 가히 ‘빙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르신들 중 상당수가 대통령을 절대군주와 동일시하는 프레임 속에 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이 전주 이씨임을 앞세워 조선왕조의 적통임을 은연중에 강조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 하에 절대군주제와 사실상 구별이 안 되는 유신독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봉사했던 그룹들은 그 후 15년간 더 정권을 잡았고,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새누리당 내에서 의미 있는 세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일탈도, 국정원의 일탈도, 검찰의 일탈도, 안행부의 일탈도, 해수부의 일탈도, 해경의 일탈도, 이들과 동일한 멘탈리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때 이해가 되죠.
그런데 지금의 20~30대(10대를 포함)는 사실상의 절대군주제에 대한 학습과 경험 자체가 없습니다. 80년대 이후에 태어나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 세대는 민주주의를 일종의 공기와 같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통령 혹은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거리낌 없이 합니다. 이들은 국민이 주권자이고 대통령과 정부는 그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는데 왜 국민이 그들을 우러러 모셔야 하고 왜 그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지금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SNS 상에서 종북 몰이를 하고 있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았거나 일당을 받고 움직인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분 입장에서는 누가 감히 대통령을 욕하고 비난하냐며 분노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당시 교복을 입고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으로 나간 수많은 청소년들 또한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았거나 일당을 받고 움직이지 않았겠지요. 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생각해온 대통령의 모습, 정부의 모습, 공무원의 모습, 어른의 모습과 세월호 참사를 통해 실제 목격한 대통령의 모습, 정부의 모습, 공무원의 모습, 어른의 모습이 너무도 다르기에 분노하고 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생각이 옳은 것일까요? 대한민국 헌법을 배우고 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청소년과 2030세대가 대통령과 정부에게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행동을 하고 국가를 운영해나가도록 요구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일까요? 분명 헌법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유언비어 단속이라는 미명 하에 이를 통제하고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분명 헌법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도 수십 년 간 개선되지 않았죠.
이제 50을 바라보는 저는 물론, 저보다 선배들인 50대 기성세대들도 청년기와 장년기에 민주화의 물결을 경험했습니다. 과연 이분들은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대통령은 무조건 옳고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일까요? 아니면 대통령과 정부가 헌법에 입각하여 국정을 이끌어야 하고 이와 다른 길을 갈 경우 그 책임을 묻고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일까요? 어쩌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관점이 무엇인가에 달려있는 지도 모릅니다. 20~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의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관점… 그 향방이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601&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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