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대변인의 고백
"노무현 존경한다 했다가 낙천"
[인물탐구②] 새누리당 추천 세월호 특위 황전원 위원
- 오마이뉴스 2015년 1월 29일 -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8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겪은 일화를 올렸다.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낙천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이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구냐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노 대통령은 지역 통합을 위해서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출마한 사람이다', '불리한 줄 알면서 자신의 소신을 위해 불이익을 감수했다는 점에서 존경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부 공심위원들의 비아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더니 그 사람은 결국 1차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접니다. "
이어 그는 "현직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이유로 4년 전 공천에서 탈락했다"면서 "미련스럽게 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려고 한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나라당 공천 신청자가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예외적인 일이었다. 관심을 받기 위해서였을까. 그의 고백은 당시 언론이 주요하게 다뤘다. 그럼에도 그는 낙천했다.
잊혀 가던 그가 다시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세월호 특위)의 조직안과 예산안이 터무니없다며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추천한 세월호 특위 위원 황전원(53)씨다.
한국교총 대변인에서 박근혜 캠프 공보부단장으로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조달청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추천을 받은 황전원 비상임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본래 이름은 황석근이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진주 대아고를 졸업했다. 1986년 부산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9년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한국교총) 사무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한국교총 조직과장·교원정책과장·정책교섭부장·교권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1년부터는 한국교총 대변인을 맡으면서 언론에 이름이 오른다.
당시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날을 세우던 한국교총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전교조에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전교조의 활동이 헌법을 위반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교원단체가 미성숙한 학생들을 특정한 이념에 치우쳐 교육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교육계에서 전교조의 반전·반미 교육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교총을 떠난 그는 당시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로 발탁된 이군현 당시 한국교총 회장과 함께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2006년부터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보부단장이 됐다. 당시 이명박 후보를 저격하는 역할이었다. 함께 입당한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은 이미 2004년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고 지금은 3선의 중진으로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당시 정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는 "미국 대통령 43명 중 기업인은 2명, 일본 총리 27명 중에는 1명뿐으로 국가지도자 중에 기업인 출신은 거의 없다"며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드물다는 논리를 펴며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또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연설을 비하하는 인신 공격을 하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간절한 호소를 희화화시키는 망발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배지 도전했지만 줄줄이 낙천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간담회가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조달청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추천 받은 차기환, 황전원 비상임위원이
간담회 시작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정권이 교체되자 그는 '금배지'에 도전한다.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에 출사표를 낸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낙천했다. 3년 뒤인 2011년, 김해을에 보궐선거가 치러지자 공천을 신청했지만 김태호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에게 밀렸다.
그 사이 2009년부터 고용노동부 산하 인력양성전문학교인 한국폴리텍대학 동부산캠퍼스의 학장을 맡았다. 이름도 예전에 쓰던 황석근에서 황전원으로 개명했다. 개명 이유에 대해 그는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밝히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였다. 그는 공천 신청을 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18대 총선 낙천 일화를 소개했다. 자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말을 했다가 낙천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는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출마의 변에서 "우리 사회는 보수 진보가 양 축을 이루면서 가야된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보수적 가치 또한 소중하게 여기기에, 그리고 한나라당이 수구 꼴통만 있어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한나라당과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이번에 또 도전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결과는 보궐선거와 같았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공천되자 그는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고, 공천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며 경선 불복을 선언했다. 그가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면 새누리당 텃밭인 김해을에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역 정가에서 일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무소속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며 "당선 가능성도 없는 터에 유권자들의 심판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출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공개 지지...정치적 중립 의무 가능할까
▲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여당 추천 인사인 황전원 조사위원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체불명의 세월호조사위
설립준비단 해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이같은 정치 이력 때문에 그의 임명이 세월호 특위 위원으로서 적절한지 논란이 돼 왔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아래 세월호 특별법)'에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했다. 특별법 제4조(위원회의 독립성)에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 '제11조(위원의 결격사유)'에 정당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음을 명시했다. 그는 스스로 당원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 새누리당에서 자신의 이력을 키워왔다. 특히 그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합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치 이력 때문에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새누리당의 흠집내기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세월호 특위가 '세금도둑'이라며 비난한 발언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처한 그는 "특위 설립준비단이 정부에 요구한 예산액이 241억 원이라고 한다"라며 "세월호 특위 위원조차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금액으로 황당하고 터무니없다"라고 주장했다. 특위 설립준비단이 준비한 조직안에 대해서도 "국장, 과장 제도는 관료조직의 전형으로 세월호 특위와 같은 한시적 기구의 직제로 적합하지 않다"라며 "고위직 중심의 국장, 과장을 폐지하고 실무자 중심의 팀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 관련기사: 세월호 여당 조사위원마저...특위 '흠집내기' 논란)
세월호 특위 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위원 선출 당시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제대로 밝힐 의지도,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의지도 전혀 없다"며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위를 어떻게든 축소하고 어떻게든 은폐하고 어떻게든 빨리 무마하고자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역 인사들은 그의 세월호 특위 위원 지명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전직 지방의원은 "성격이 온순한 편이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았다"면서 "세월호 특위 위원을 할 인물은 아니다, 의외의 일"이라고 말했다.
김해 지역 언론사에서 일했던 전직 기자는 "지난 2012년 총선에서 낙천한 뒤로, 부산·경남지역 정계에서 그의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세월호 특위 위원으로 선출된 것을 계기로 정계 진출에 마지막 희망을 걸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강민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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