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있다
새누리당 ‘세금도둑’ 발언에 공무원 철수 지시까지...
특위 올스톱, 유가족들 다시 나서나
- 미디어오늘 2015년 2월 3일 -
지난 1월 29일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광화문에 농성을 벌인지 200일이 되는 날이었다. 특별법 제정에도 여전히 농성을 풀지 못하는 유가족들의 모습처럼, 특별법 제정에도 세월호 진상규명의 길은 요원하다.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가 출범 전부터 갖은 방해공작으로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측 위원들은 공식논의를 뒤집는 단독 행동을 하거나 회의에서 훼방을 놓는 방식으로 특위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세월호 특위는 2월 말 출범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올스톱 됐다. 가장 큰 원인은 설립준비단에 파견된 공무원들이 철수했기 때문이다. 준비단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3명과 행정자치부 소속 공무원 1명이 지난달 23일 해당 부처로 복귀했다.
공무원들의 철수는 새누리당 추천 위원인 조대환 특위 부위원장(당연직 사무처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 부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를 저질렀다. 같은 날 여당 추천 민간위원 3명도 출근하지 않으면서 특위 업무는 그야말로 마비됐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준비단이 어느 정도 임무를 이행했으니 임무 종료에 따라 해산하고 공무원들은 복귀시키자는 내용의 안건을 발의했다. 조사위 17명 중 3명만 찬성해 이 안건은 부결됐다.
▲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인 이석태 변호사(오른쪽)가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김무성 대표와의 면담을 시작하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사건은 그 후에 벌어졌다. 조 부위원장이 자신의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해수부 등에 연락을 해 철수를 요청한 것이다. 다음 날인 22일 행자부와 해수부가 복귀 명령을 내렸고, 담당 공무원들은 23일 상임위원회에 철수 사실을 알렸다. 이를 모르고 있던 상임위원회는 발칵 뒤집혔고, 조 부위원장은 ‘공무원 파견은 사무처장의 권한’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이석태 위원장 명의로 공무원들의 재파견을 요청했으나 아직 재파견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조대환 부위원장의 행동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부위원장의 주장은 ‘공무원 파견은 사무처장의 권한’이라는 것이지만, 세월호특별법에 따르면 공무원 파견은 위원장 권한이다.
설립준비단 대변인 격인 박종운 변호사(특위 상임위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특별법에 의하면 공무원 파견에 관한 것은 위원장 권한으로 돼 있고 사무처장도 위원장 지시를 받아 지휘감독 하게 돼 있다”며 “상임위 내에서도 위법적인 행위, 월권행위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조 부위원장은 아직 임명장도 받지 않은 상태다.
조대환 부위원장은 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위) 내부의 일이다. 취재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는 말만을 남겼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권한도 없는 조 부위원장의 요구로 공무원들이 철수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소극적인 대응으로 세월호 특위 구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해양수산부가 특위 위원들의 임명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해수부가 여야와 유가족 등이 추천한 17명의 특별조사위원에 대한 대통령 임명장 수여를 별 이유 없이 한 달 째 손 놓고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별법 부칙 제3조는 ‘이 법에 따라 최초로 임명된 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이 법의 시행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1조에는 ‘이 법은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위원들은 2월이 넘은 지금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설립준비단에 ‘왜 임명 요청 공문을 보내지 않느냐’고 전화를 건 뒤에야 해수부가 인사혁신처에 임명 관련 서류를 넘기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담당 공무원은 조 부위원장 지시로 해당 서류를 들고 돌아가 버린 상태다. 관련 서류가 해수부 직원에게 있는 데다 공무원이 아닌 이들이 공문 작성과 발송 작업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대환 부위원장의 돌발행동 이전에도 여당 추천 위원들의 특위 발목 잡기는 횡행했다. 지난달 21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추천들의 주장으로 설립준비단을 해체하자는 안건이 발의됐다. 준비단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다른 위원들이 해수부가 세월호 특별법 부칙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으나 주장은 반복됐고, 결국 다수결로 이들의 주장은 부결됐다.
▲ 텅 빈 세월호 특위 사무실. 뉴스타파 1월 30일자 보도 갈무리
여당 추천 황전원 위원은 일찍이 설립준비단 해체를 주장한 적이 있다. 황 위원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적 권한도 없는 위원장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설치한 설립준비단은 정체불명의 조직이므로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준비단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도 전문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황 위원의 행동이 특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운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 여당 추천인 위원들한테 견해를 전달하고 같이 논의하면 된다”며 “그런 식으로 혼자 나가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세월호 특위에 분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특위에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가서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황전원 위원은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발목잡기로 비쳤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말은 전혀 온당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황 위원은 “지금 설립준비단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고, 상임위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해 비상임위원들도 같이 논의해야한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위원은 또한 “진행 중인 사안을 왜 (밖에다) 이야기하느냐는 말도 있는데, 큰일 날 소리”라며 “그럼 다 확정되고 나서 우리들한테 일방적으로 전하겠다는 거냐. 더 위험한 발상이다. 문제제기를 딴지걸기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특위 흔들기는 여당에서 시작됐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원내수석부대표)은 지난달 16일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위를 ‘세금도둑’이라고 비난하며 “이런 형태의 세금도둑적 작태에 대해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핵심 관계자가 예산과 직제 등을 협의 중인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하면 정부부처가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재원 의원이 설립준비단 내부의 정보를 취합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 의원은 세금도둑 발언의 근거로 기자들에게 특위 조직 구성안 등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보냈다. 그러나 이 문서는 상임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문건이 아니라 내부 직원이 만든 것이었다.
당시 특위의 한 위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세월호 예산이 얼마고 조직이 어떻다는 정보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준비단과 협의 중인 정부 혹은 준비단 내의 누군가가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와 특위 내부 조사결과, 조대환 부위원장의 지시로 해수부 공무원이 이 문건을 작성했으며 조 부위원장이 이 문건을 김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부위원장은 ‘여당의 협조를 구해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협의 없는 단독행동이었다.
김재원 의원 측의 정보 수집이 수시로 이루어졌다는 정황도 나왔다. 김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위 규모가 ‘13개과’라고 말했으나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는 과가 14개라고 나와 있다. 조직 규모를 13개로 할지 14개로 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간 정보까지도 김 의원 측에 전달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 의원의 ‘세금도둑’ 발언 이후 정부와의 직제·예산안 논의도 중단됐다. 박종운 변호사는 “조직의 직제와 관련해 행자부와, 예산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 중인데 여당의 핵심인물이 그런 발언을 하면 아무래도 정부부처는 움찔할 수밖에 없지 않나”며 “실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와 훼손 없는 인양을 촉구하며 종로로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정리하자면 밖에서는 여당이, 안에서는 여당 추천 위원들이 특위를 흔들고, 정부가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1일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새누리당이 국민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세월호 참사 조사를 위한 특별법에는 합의해줬지만, 어떻게 하던지 흙탕물을 튀겨 특위를 방해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적법하게 만들어진 특위 준비단에서 공무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킬 수 있는 권한도,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며 세월호참사의 진상조사를 지연시킬 권한도 정부여당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여당의 방해공작으로 진상규명이 가로막히면서 결국 유가족들이 다시 나서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25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 가족협의회)’를 구성하고 26일부터 세월호 인양 및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가족협의회는 전체회의가 열리는 4일 국회 앞과 새누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 위원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등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법안인데,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이나 새누리당 수석부대표가 나서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특위 활동을 무력화시키고 언론을 통해 왜곡시키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세월호의 진실을 어떻게든 축소하고 은폐하고 특위 발족을 방해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유가족들을 가슴 아프게 하고, 우리가 요구하는 진상규명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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