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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꼭 찾아야 사는데, 정부는 왜 도와주지 않는지"

irene777 2015. 2. 4. 04:02



"널 꼭 찾아야 사는데, 정부는 왜 도와주지 않는지"

세월호 실종자 허다윤양 언니 허서윤씨가 쓴 편지


- 오마이뉴스  2015년 1월 30일 -





▲ 세월호 참사로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29일 <오마이뉴스>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걸려 있는 허다윤양의 얼굴이 담긴 그림.   ⓒ 소중한



"다윤아, 네가 그 찬 바다에 있다고 생각하면 맨날 울어도 속이 안 풀려."


세월호 참사 이후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29일 <오마이뉴스>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허씨는 지난 27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진도 팽목항으로 떠나는 도보행진 (☞ 관련기사 : "전두환 때도 이러진 않았다" 세월호 유족, 팽목항까지 20일 행진)에 참여한 뒤, 동생 사진 뒤편에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허씨가 <오마이뉴스>에 편지를 보내온 건 지난해 추석에 이어 두 번째다. (☞ 관련기사 : "비스트 사진 찍어놨어, 어서 나와 이것아")  허씨가 편지지 삼은 사진엔 동생 다윤양의 유치원 시절 모습이 담겨 있다.




▲ 동생 사진 뒤에 눌러 쓴 언니의 편지 

세월호 참사로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29일 <오마이뉴스>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허씨는 27일 직접 

안산 합동분향소~진도 팽목항 도보행진에 참여한 뒤, 동생 사진 뒤편에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   ⓒ 허서윤



노란 옷에 곤색 가방을 맨 다윤양은 키작은 나무 사이에 서 손으로 브이(V)를 그리고 있다. 아직 어려 손가락을 움직이는 게 익숙치 않아 검지, 중지와 함께 엄지 손가락도 편 모습이다. 


허씨는 "도보행진 하면서 내 동생 꼭 찾아달라고 기도했어. 울컥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내 동생 생각하면서 힘냈지"라며 동생을 향한 애절한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도보행진을 하는 등) 힘 내고 있는데 왜 국가와 정부는 도와주지 않는지"라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허씨는 세월호 참사 300일째 되는 다음달 9일에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있는 '하늘나라 우체통'에 이 편지를 담을 계획이다.




▲ 동생 위해 도보행진 한 언니... "다윤아, 널 꼭 찾아달라고 기도했어" 

세월호 참사로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29일 

오마이뉴스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허씨가 편지와 함께 보내온 도보행진 동영상이다. ⓒ 소중한


http://youtu.be/ncRQc9V9GMk



한편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지난 26일부터 19박 20일 일정으로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안산 합동분향소~진도 팽목항(약 450km) 도보행진에 나섰다.   


허다윤양을 포함한 세월호 실종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일반사회)·고창석(체육) 단원고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51)·권재근(52)씨와 권씨의 아들 권혁규(6)군 등 9명이다.


아래는 허씨가 동생 다윤양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이다.




To. 내 동생 다윤이에게♡


내 동생 이쁜 다윤아. 언니가 또 편지써~ 


언니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도보행진을 했어. 널 포함한 (실종자) 9명이 남은 진도 바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다 힘 내고 있는데 왜 국가와 정부는 도와주지 않는지…. 너무 화나. 우리는 널 꼭 찾아야 사는데…. 보고 싶다 다윤아.


언니가 도보행진 하면서 내 동생 꼭 찾아달라고 기도했어. 네 사진 보면서 걷고, 아빠랑 힘내려고 손 잡고 걸으면서 울컥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 하지만 아빠도 힘드시고 아픈데 언니가 더 힘내야 할 거 같아서 내 동생 생각하면서 힘냈지~


너무 후회되더라. 언니는 항상 너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야. 언니가 잘해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후회만 되고 아직도 네가 그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맨날 울어도 속이 안 풀려. 


그래도 엄마, 아빠가 더 힘든 거 아니까 언니도 힘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 매일 네 생각하고 도보행진하면서 힘들고 아픈 거 너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니까 계속 언니도 힘 보탤 수 있는데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너를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어~


곧 언니가 팽목항 갈 거니까 기다려♡ 정말 보고싶다. 깜비(허다윤양이 기르던 강아지)도 잘 지내고 있어. 언니랑 엄마, 아빠 모두 깜비한테 맨날 네 얘기해. 깜비가 너 없어서 심심한가봐~ 언니가 깜비랑 더 잘 놀아주고 아껴줄게~ 네가 깜비 사랑한 만큼.


♡언니, 엄마, 아빠 다 널 기다려.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 세월호 참사로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언니 허서윤씨가 

  29일 <오마이뉴스>로 편지 한 통을 보내왔다. 사진은 허씨 메신저 프로필로 지정돼 있는 

허씨의 가족사진. 오른쪽 아래가 허다윤양이다.   ⓒ 소중한



- 오마이뉴스  소중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