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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소설> 노란리본의 분노⑥ - 검찰의 수사발표, 대통령의 비밀호출

irene777 2015. 3. 18. 06:07



<세월호 소설>


검찰의 수사발표, 대통령의 비밀호출

[노란리본의 분노]


- 오마이뉴스  2015년 3월 13일 -




2018년 2월 25일 02 : 43 PM


한가한 일요일 오후. 그러나 서울 광화문의 총성이 대한민국의 평온한 일상을 깨트렸다. 대통령 저격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경기도 안산 중심가의 한 식당에 있던 손님들 역시 일제히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민혁과 민혁의 스승 역시 그 식당 안에 있었다. 이제는 다들 누구랄 것도 없이, 일제히 TV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놀라서 큰 소리로 고함을 치던 사람도 있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다. 


마침내 충격적인 장면들이 지나간 뒤, 대통령 차량행렬이 광화문 광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때, 식당 구석 쪽 손님 두 명이 정적을 깨고, 낮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얘기소리가 들렸다. 


"저거 혹시, 북한 무장공비들이 쳐들어 온 거 아이가?"

"응? 뭣이여!? 에이 설마~? 무장공비믄 워째서 총이 두 자루밖에 안 되는디?"

"맞나? 하긴 무장공비가 가스통을 무기로 쓴다 카는 것도 쪼매 이상키는 허제?"

"그나저나 대통령 상태가 워쩐지 그것이 참말로 문제구먼. 안 그려? 임자도 대통령이 총 맞는 모습 똑똑히 봤제 잉? 시방, 인자부터 뭔 일이 벌어질지… 앞으로 그것이 문제랑께?"


충격에 빠지기는 민혁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저격당하는 장면이 TV에서 나오던 순간, 민혁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차 한 잔을 마시며 스승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상태. 그저 화면만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스튜디오와 전국 각지의 현장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모습들을 연출하더니, 이제 TV에서는 긴급 속보들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오후 1시 40분쯤, 대통령 취임식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광화문 광장에서, 오늘 취임한 새 대통령께서 괴한에 의해 총격을 받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오늘 오후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저희 SBC는 긴급 속보 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자세한 소식들이 들어오는 즉시, 저희는 시청자 여러분께 그때그때 신속한 소식을 전달해 드리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참변이란 말인가…?" 


민혁의 스승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그러게 말입니다. 대통령께선 무사하신지, 정말 무엇보다도 그게 걱정입니다."

"이거 보게! 자네 여기서 이러고 있을게 아니라, 이곳저곳 연락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네 스승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일어나시죠. 어디, 댁으로 모실까요?"

"아니야, 수련원으로 가는 게 좋겠네. 생각 좀 차분히 정리해보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련원으로 모시겠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운전을 하는 내내, 두 사람 다 아무 말이 없다. 각자 깊은 생각에 빠져서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20여 분쯤 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건물 2층에 '정좌수련(靜坐修練) 여민원(如民院)'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과 창문글씨가 보인다.


"그냥, 내리지 말고 어서 가보게."

"네, 그럼 연락드리겠습니다, 스승님."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곧바로 집으로 향한다. 얼마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맥을 총동원하여 정치권과 언론사에 있는 모든 지인들에게 연락을 취해본다. 그러나 별 소득이 없다. 그저 다들, "잘 모르겠다"는 말뿐이다.


무엇보다 우선, 대통령의 행방이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이 도로를 통제했기 때문에 언론사 차량들은 대통령 경호행렬을 쫓을 수 없었고, 심지어 방송국 헬기마저 수방사에서 통제를 하는 바람에, 공중에서의 취재 역시 막히고 말았던 것이다. 행방을 모르니, 대통령의 상태를 파악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한 일. 모든 언론은, 정부와 청와대 발표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TV를 틀어보니, NBC, ABC, CBS 등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 3사를 비롯하여, 영국의 BBC, 중국의 CCTV, 일본의 NHK 등 전 세계 모든 주요 방송사들이, 광화문 광장의 저격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며 톱 뉴스로 방송하고 있다는 속보가 나온다.


현재시각 PM. 03 : 58. 그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저 혹시, 강민혁 교수님 핸드폰입니까?"

"네, 제가 강민혁 입니다만,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아! 교수님! 저 대통령님 보좌관으로 일하던 신형철입니다. 대선캠프하고 대통령직 인수위 때 뵀었죠?"

"아이고! 신 보좌관! 지금 어디예요? 대통령님 상태는요?"

"저… 교수님 죄송한데, 대통령께서는 병원에 도착을 하자마자 수술에 들어가셨다는 것 외에는… 저도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저 역시 조금 전에야 연락을 받고, 급하게 대통령님 계신 곳으로 달려가는 중이니까요."

"연락을 받아요? 누구한테? 혹시 대통령님이 직접 연락을 하셨던가요?"

"아니요, 경호실장 내정자가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 네… 경호실장 내정자….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저한테는 어쩐 일로 전화를 다?…"

"교수님, 지금 대통령님께서 교수님을 비밀리에 찾고 계신다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지금 곧바로 이동 가능하신지 여쭤보려고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만."

"저를요? 대통령님이? 음… 바로 이동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제가 지금 대통령님 계신 곳을 전혀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아 그러세요? 교수님, 지금 혹시 안산에 계십니까?"

"네, 지금 집에서 대통령님 소식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넣고 있던 참입니다."

"그러면, 교수님. 앞으로 제 밑에서 청와대 제 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할 친구가 하나 있는데, 지금 교수님 댁으로 바로 출발을 시키겠습니다. 보시면 아마 낯이 익으실 겁니다. 대선 때 그 친구가 대통령님 수행을 담당했으니까요. 지금 청와대에서 출발을 하면, 아마 교수님 댁에는 대략 5시 반쯤 도착을 할 겁니다. 그 차를 타고 이동하시면 어떨까요?"

"아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교수님. 그럼 그렇게 하시는 것으로 알고, 보고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교수님, 이따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대통령 보좌관의 말을 찬찬히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대통령이 아니라, 경호실장 내정자가 보좌관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대통령에게 정말로 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이 이 긴박한 상황에서 나를 찾는다는 것은, 또 무슨 뜻이지? 왜 하필 나를? 게다가 비밀리에 찾는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일까?' 


머릿속에서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잇고 있을 즈음, '일단은 판단중지!'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뒤 PC를 킨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라와 있는 '대통령 무사기원 촛불집회'라는 문구였다. 알고 보니 누군가 트위터에, 새 대통령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촛불집회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상에서도, 대통령의 무사함을 기원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었다. 민혁은 한동안 그 글들을 일일이 읽어본다. 대부분 나라의 장래와 대통령을 걱정하는 글들. 그런데 간혹 가다, '거 참 잘됐다. 속이 다 시원하네! 종북 대통령 죽어라!'와 같은 악성 댓글들도 있다.


갑자기 TV에서 또 다른 뉴스 속보를 알리는,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시청자 여러분!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이번 대통령 저격사건과 관련하여 긴급히 꾸려진 검경합동수사본부의 발표가, 잠시 후 4시 50분부터 생중계될 예정입니다. 대검찰청에서 검찰총장이 발표하는 임시 브리핑 내용, 직접 들으시겠습니다."


이윽고 검찰총장이 단상 앞에 서는 모습과, 마이크의 위치를 아래위로 조절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소 긴장한 탓인지, 검찰총장은 발표에 앞서서… 물 컵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수사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지금 발표하는 내용은, 현재 저희가 파악한 부분들 중, 국민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실 부분들에 대해서만 임시로 발표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최종 수사결과는, 모든 수사가 충분히 진행되어 완료된 후…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니, 이 점 또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자들이 바쁘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가 없었던지, 모두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검찰총장의 발표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금일 오후 01시 40분경, 오늘 거행된 대통령 취임식 행사의 하나인 '희망리본 메시지' 전달행사장에서, 새로 취임하신 대통령께서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당하는… 매우 불행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현장에서 범행에 가담한 범인들 숫자는 총 15명. 이 중 총기를 소지한 채 대통령을 향해 총격을 가했던 세종센터 미술관 옥상 위의 범인들 두 명은 현장에서 곧바로 사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3명중 11명은, 차량 충돌과 총상으로 인해 중상을 입은 채, 현재 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수사는 나머지 2명의 범인들을 집중적으로 심문함으로써 현재 진행 중이고… 지금 말씀드리는 임시 수사 브리핑 내용 역시,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건 도중 총격을 받았던 청와대 경호원 4명 중 2명은 안타깝게도 사망하였고, 나머지 2명은 현재 중상을 입은 채 치료 중인 상황입니다."


순간, 열심히 받아 적던 기자들 가운데 몇 명이 손을 들고 질문을 하려고 한다. 그러자 "죄송하지만 아직 수사가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점,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라며 검찰관계자가 제지를 한다. 다시 이어지는 검찰총장의 발표.


"범인들은 오늘 광화문 행사장에서 자신들이 펼치며 주장했던 플래카드의 내용 그대로, '새 대통령은 종북주의자이기 때문에 결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는 다시 치러져야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자신들을 '서북청년단 재건을 위한 보수연합 동지회' 소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북청년단은 과거 한국전쟁 전에 북한에서 월남한 이북 각 도별 청년단체가 1946년 11월 30일 서울에서 결성한 극우 반공단체로서, 정식 명칭은 '서북청년회'입니다. 이들은 좌익색출의 선봉에 선다는 명분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갈취와 약탈, 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던 매우 악명 높은 단체였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했던 안두희 역시, 바로 이 서북청년단 소속이었습니다." 


또 다시 목이 말랐던지… 검찰총장이 잠시 동안 말을 끊고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 다시금 발표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1950년 이후 소멸됐던 이 단체의 이름이 다시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던 지난 2014년이었습니다. 당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조직인데, 그들은 '백범 김구 선생 암살은 의거다'라는 주장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맹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추모를 위한 노란 리본을 철거하거나, 세월호 유족들의 천막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다 경찰의 저지를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조사결과, 오늘 대통령 저격에 가담한 범인들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조직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범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보수우익진영 후보의 승리를 위해 2017년 4월에 결성, 비밀리에 활동을 해온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검찰에서는, 이들의 배후에 또 다른 어떤 세력이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계속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백범 선생을 암살했던 놈이나, 그걸 의거라고 주장했던 놈들… 어쩌면 오늘 범행은 혹시 모방범죄가 아닐까? 백범 선생의 암살을 그대로 흉내 낸….'이라는 생각을 막 하고 있던 순간,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대통령 보좌관이 집으로 보내겠다던 바로 그 청와대 행정관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후보시절, 수행 비서를 했다더니… 역시 낯이 익었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상황이 급하니, 준비되셨으면 지금 곧바로 출발하는 게 어떠신지요?"

"그래요, 어서 출발합시다."


현재시각 05 : 35 PM. 사건발생 이후 3시간 55분경과.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태. 사상초유의 대통령의 부재상황으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었다. 


대체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을까? 앞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민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대통령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제발 무사하기를….



- 오마이뉴스  정소앙 기자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9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