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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소설> 노란리본의 분노⑦ - 저격 당한 대통령과 극비회동

irene777 2015. 3. 18. 06:28



<세월호 소설>


저격 당한 대통령과 극비회동

[노란리본의 분노] 운명이 걸린 질문


- 오마이뉴스  2015년 3월 16일 -




2018년 2월 25일 05 : 38 PM. 


현관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보니, 꽃샘추위 탓인지 하늘에선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봄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아직은 추운 겨울날씨. 봄은 아직도 그렇게 멀었었단 말인가….


대통령 수행비서는 이미, 차량에 시동을 건 채 대기하고 있었다. 차량이 출발을 하자마자, 민혁은 곧바로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 가는 목적지는 어딥니까? 그러니까 현재 대통령님 계신 곳은 대체 어딘…"


"국군수도병원입니다."


"아, 국군수도병원!" 


'아차! 그렇지…. 거기라면 군 병력들이 배치되어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을 테니, 그곳으로 가는 게 당연했을 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나저나 대통령님 상태는요?"


"저, 죄송하지만 저도 장소만 알지, 아직까지 대통령님의 자세한 상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직접 가까이에서 모시는 친구들까지 이럴 정도면, 그토록 언론이 깜깜 무소식이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군.'


안산에서 성남 분당에 있는 국군수도병원까지는, 평상시라면 대략 차량으로 5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속력을 내다보니, 불과 40여 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을 한다. 차창 너머 병원 정문에는, 특전사 병력과 더불어 장갑차까지 배치된 채…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모습. 이윽고 검문을 통과한 뒤 병원건물 7층 VIP 병동에 올라가니, 신형철 보좌관이 엘리베이터 입구에 마중을 나와 있다. 정문 위병소에서 연락을 한 모양이다.


"어서 오십시오. 강 교수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 네… 신 보좌관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대통령님 상태는 어떠신가요?"


"강 교수님. 그건… 그냥 직접 확인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네? 아… 직접…."


여러 명의 청와대 경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복도를 지나, 마침내 어느 병실 문 앞에 도착을 한다. 그곳 역시, 두 명의 경호원들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구를 지키고 서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가니, 병원 특유의 소독 냄새가 코끝으로 확 밀려온다. 그리고 멀리 어두침침한 조명아래에 놓여있는 병원침대…. 거기에, 대통령이 힘없이 누워있었다. 창백한 안색에 왼쪽 팔에는 깁스를 한 모습. 


그리고 침대 곁에서, 경호실장 내정자가 간호장교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민혁은 천천히 다가가서, 경호실장 내정자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넨다.


"수고 많으십니다. 경호실장님. 인수위 때 뵀었던 강민혁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찾으신다는 말씀 듣고 달려오는 길입니다만, 지금 상태는 좀 어떠신지요?"


"네, 병원에 도착을 하자마자 수술에 들어가서 지금은 회복중인 상태입니다. 수면중이신거지요. 아마도 곧 깨어나실 겁니다."


"TV로 보기에는 왼쪽 팔하고 오른 쪽 가슴, 두 발의 총격을 입으신 것으로 보이던데… 수술은 어떻게 잘 끝났습니까?"


"네. 다행히도 수술은 아주 잘 됐습니다. 왼쪽 어깨 부위를 총알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살점이 찢겨나갔지만, 뼈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다만 사건현장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출혈이 좀 심하셨는데, 오는 도중 수혈도 하고 해서… 그 부분도,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이구, 천만 다행이군요. 그런데 어째 가슴 부분은…"


"아, 그 점은 나중에 대통령님께 직접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 드리기엔 좀."


"네? 아…." 


주고받는 얘기소리에 깨어났는지… 순간, 대통령이 갑자기 눈을 뜬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고 애를 쓰다가… '억!'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상체를 구부린다. 동시에 급하게 오른 손으로 깁스를 한 왼팔 어깨 쪽을 감싼다. 


"안 됩니다. 대통령님. 그냥 누워계셔야만 됩니다!"


간호장교가 나지막이 소리를 지르며, 다급히 제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은 고집을 부린다.


"아… 됐어요.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다고 죽지 않아요."


희미하게 웃고는 있지만, 힘없는 대통령의 목소리…. 하긴, 총격을 입고 많은 피를 흘린 데다, 이제 막 수술에서 깨어난 사람이니…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엔 아직은 무리겠지.


"아이고! 강 교수 오셨네? 허허허." 


침대 벽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르던 대통령이, 민혁을 발견하고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가만있자. 내가 그동안 오래 누워있었나? 지금 몇 시인가요, 경호실장님?"


"네, 지금 오후 6시 35분입니다."


"아, 그래요. 시간이 제법 흘렀군요. 흠… 그럼 말이죠, 내가 지금 강 교수하고 긴히 해야 할 얘기가 있으니, 경호실장님하고 간호장교는 잠시 자리를 좀 비켜주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뭐 또 다른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아니요. 지금은 됐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곧바로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럼 말씀들 나누십시오. 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경호실장과 간호장교가 밖으로 나가자, 대통령이 민혁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한다.


"대통령님. 통증이 심하신데, 말씀 괜찮으시겠습니까?" 


"허허. 이 사람들이 거 참. 내가 명줄이 길어서 그런지, 총을 맞고도 이렇게 멀쩡하지 않… '헉!'…"


또 다시 통증이 밀려온 모양이다. 몇 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아이고, 그것 보세요! 대통령님! 안 되겠습니다. 말씀은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일단 좀 쉬십시오!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님 걱정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알고나 계십니까?"


몇 시간 동안이나 마음을 졸이며 대통령 신변에 대해 걱정을 했던 탓인지,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큰 목소리를 내고 만다.


"허… 거 참. 강 교수. 살살 얘기해요. 문제가 생긴 건 팔이지, 귀가 아니거든? 나, 아직 보청기 낄 나이 안 됐어요."


"어이쿠,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제가 대통령님 걱정하느라 너무 노심초사를 했던 탓인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괜찮아요. 괜찮아…. 아, 내 걱정 하느라 그랬다는데, 오히려 고맙지. 하하하. 그런데 말이오, 강 교수.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나하고 강 교수는 지금 얘기를 해야 돼요. 앞으로 서둘러서 판단하고 진행해야 될 일들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단 말이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정권과 나라의 운명과도 직결된 촌각을 다투는 일들…. 


바로 그것 때문에…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내가 강 교수를 비밀리에 모시고 오라고 지시를 내렸던 거요."


"네? 그런데 대통령님,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이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대통령님의 상태가 과연 어떤지, 그게 제가 제일 노심초사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대통령님을 직접 뵙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낫겠다 싶었지만, 다음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도대체 이 상황에서… 왜 하필 저를 찾고 계실까'였습니다."


"그럼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지금은, 굳이 말할 것도 없는 비상시국이오. 이 상황에서 내가 과연,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차례차례 진행을 해야 할지에 대해… 강 교수 생각을 한 번 듣고 싶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도 괜찮소."


느닷없는 질문에, 민혁은 내심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어쨌거나, 대통령은 지금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앞으로 대통령이 어떤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취하느냐에 따라, 정권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일.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오늘 일어난 대통령 저격사건 같은 일은, 평소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민혁은, 역시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일단 정부와 청와대 조직이 출범을 한 상태라면, 모든문제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즉 NSC(National Security Council) 에서 논의가 될 사안들입니다. 아시다시피 NSC는 대통령님을 의장으로 하고,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통일·외교통상·국방부 장관들과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NSC 사무처장을 맡게 되는 청와대 국가안보 보좌관 등 총 8명으로 구성이 됩니다. 그런데 현재 각 부처 장관은 고사하고, 청와대의 기본 조직조차 구성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NSC의 가동은 불가능합니다."


"맞아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거예요. 왜 하필 지금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참 막막한 생각이 들어요."


"대통령님. 개인적으로는 물론 좀 이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범인들은 오히려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지금을 범행시기로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야말로 출범 초기, 힘의 공백으로 인해… 혼란에 빠지기 딱 좋은 시기니까요. 때문에 정권의 안정과 국가안보를 기본 목표로 삼고, 가장 먼저 신속하게 취해야 할 조치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어서 얘기해 보시오."


"우선 북한이 오판을 해서 무력도발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매우 섬세하고도 적절한 수위의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비상경계령을 내리면서도, 동시에 적절한 수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건 무슨 뜻인가요?"


"네, 우선 우리 군에는… 군단급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대로 알려진 1군단이 있습니다. '광개토 부대'라는 별명으로도 부르는데, 경기도 고양시에 주둔하면서 주로 경기도 서부전선을 방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전방 지역 방어를 위해 강원도 인제에 위치하고 있는 3군단이 있고, 그리고 인천과 경기도 남부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안양시에 주둔하고 있는 수도군단, 그리고 또, 청와대와 서울시 내곽을 방어하는 수도방위사령부 등이 있는데, 이 모든 부대들에… 진돗개 둘을 발령해야 합니다." 


"진돗개 둘? 하나가 아니고?"


"제가 앞서, 적절한 수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진돗개는 간첩이나 무장공비 등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불순분자의 침입이 발생했을 때, 혹은 국지적인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발령하는 경보조치입니다. 일단 평상시에는 진돗개 셋을 유지하는데… 만약 북한의 침공이 예상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진돗개 둘을 발령합니다. 


그리고 전면전 돌입 직전이나 적의 침투가 확실할 경우에는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게 됩니다. 그런데 오늘 벌어진 사건은, 북한과의 연계가능성이 밝혀진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면전 돌입 직전이라고 판단할 근거도 아직은 전혀 없습니다."


"맞아요. 아직은 민간 극우단체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북한과 연계된 일이라고 일찍부터 그렇게 단정 지을 수야 없는 일이지…." 


"대통령님. 민간 극우단체의 소행인지의 여부도… 아직은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이 점은 정말로 중요한 부분인데… 대통령님께서도 꼭 신중하게 판단하셔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 시점에서 진돗개 하나를 섣불리 발령할 경우… 전쟁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을 하고, 환율흐름이 매우 불안정 해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불안심리가 형성되면서, 자칫 사재기 현상 같은 것이 벌어질 수도 있고… 때문에 물가불안과 인플레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비록 대통령님이 저격을 받은 사상 초유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진돗개 하나가 아니라 둘이 맞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흠… 듣고 보니, 그렇군요. 지나치게 과도한 조치를 취하면,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확산시켜서 경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 얘기지요?" 


"네 맞습니다.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서… 우리의 여유 있는 대응자세와 올바른 메시지를 꼭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코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돗개 발령과 더불어, 동시에 고려해야 할 점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추가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 교수, 어서 계속 하시오."


대화를 시작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민혁과 대통령 사이에는 그야말로 무겁고도 진지한 얘기들이 숨 막히게 오가고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틈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던 것.


그것 때문인지, 대통령은 이제 통증도 아예 잊은 것 같은 표정이다. 민혁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섭게 몰입을 하면서, 대통령은 다음 얘기들을 서둘러 재촉하고 있었다. 주고받는 대화의 무게가 어느 순간 확,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민혁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긴장감을 느낀다. 


'지금 병원 밖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뢰밭을 건너듯, 한 치라도 삐끗해서는 안 될 절체절명의 상황. 말문을 열기는 했으나, 다음 얘기가 쉽게 나오질 않는다. 민혁은 또 다시, 잠시 동안이나마 생각들을 정리할 여유를 갖기 위해, 몇 초간 창문 밖을 바라본다.


거기엔 어느새,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민혁의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알 수 없는 불안감처럼… 매섭고 차가운 기운이 유리창에 부딪치며, '휘이잉! 휘이잉!' 스산한 칼바람 소리를 날카롭게 내고 있었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는…"



- 오마이뉴스  정소앙 기자 -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9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