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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열풍 잇는 ‘제1회 그네문학상’

irene777 2015. 6. 27. 23:05



‘오마주’ 열풍 잇는 ‘제1회 그네문학상’


- 시사IN  2015년 6월 22일 -




‘두 사람 다 건강한 양심의 주인은 아니었다. 그들의 베끼기는 격렬하였다. (중략) 그 붙여넣음은 글을 쓰는 여자의 원고지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표절을 하는 게 아니라 표절이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기뻐한 건 물론 출판사였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을 패러디한 댓글이 인기다. 문제가 된 소설의 한 구절을 차용했다. 누리꾼들은 ‘원작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묘사’라고 평가했다. 표절 의혹에 댓글 작가 ‘seo4****’는 “<전설>은 모르는 작품”이라 항변했다고 전해진다.


‘오마주’ 열풍도 뜨거웠다. 온라인 웹진 ‘직썰’은 6월18일까지 ‘제1회 그네문학상’을 개최했다. 주제와 분량은 자유. 형식은 박근혜 대통령 화법인 ‘그네체’이다.


주최 측은 ‘정신을 차리고 나가다 보면 잘 쓸 수 있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주의 기운을 얻어 확실하게 배출되게 이번 공모전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인생은 나그네길, 길면 기찬데 기가 찰 만한 일들을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것은 제가 알겠어요. 또 기차는 빠르니까 경제성장을 빨리 이렇게 이뤄서 가고, 빠르면 비행긴데 이건 미국 순방 갈 때 타고 갑니다’(아이디 Hyunsu Park) 등의 수준 높은 글로 화답했다.


위험 부담도 있다. 문학상의 권위가 실추될 정도로 재미없는 댓글은 ‘핵노잼 상’을 받는다. 상품은 박 대통령 자서전이다.




▲ ⓒ 연합뉴스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원본의 아우라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6월16일 박 대통령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안심할 수 있어야 안심하고”라는 말을 남겼다(사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굉장히 철학적인 분이신데 제가 오해했다’ ‘불교의 선문답같이 깊은 깨달음을 준다’며 간증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라는 건 중동식 독감이라 매년 연례행사같이 퍼진다”라고도 설파했다. 삼성서울병원도 항복한 신종 바이러스를 독감이며 연례행사라 부른 게 참신하다. 내년에도 일개 독감은 국민 1만2000명을 격리하고, 2900개 학교를 휴업시킬 예정인가 보다. 하기야 세월호 참사도 교통사고라 불렸다.


메르스가 독감 치명률 130배라는 사실쯤은 대통령의 창조 명명 앞에 무의미하다. 정치 지도자의 낙천적 시국 인식 덕에 남은 2년8개월도 ‘안심’이다.



- 시사IN  이상원 기자 -



<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