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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 박 대통령 째려보니...살벌한 국무회의

irene777 2015. 7. 10. 17:58



웃어? 박 대통령 째려보니...살벌한 국무회의


   '심기 건드리면 안 돼', 고립 자초하는 대통령...

‘자기정치 금지’, ‘브레인스토밍 안 되는 스타일’


- 미디어오늘  2015년 7월 10일 -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들이 있었다. 


#1

지난 5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연금 여야 햡의문 중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명기 문제를 질타하면서 "아휴, 이것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와요"라고 말했다. 


언론은 박 대통령이 여야 협상에 심기가 불편한 모습으로 국무회의 ‘한숨’ 발언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는 한숨을 쉬고 다음 장면에서 적나하게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 합의안을 비판하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한 국무위원이 소리를 내서 웃었고, 박 대통령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웃었던 국무위원을 째려봤다. 박 대통령은 잠시 고개를 숙였고 일순간 국무회의는 침묵이 흘렀다. 카메라를 통해 봤던 장면이었지만 국무회의 분위기는 충분히 살벌함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 같은 장면에 주목했던 일요신문은 박 대통령의 '레이저'를 맞은 국무위원이 최경환 경제부총리였고 당시 이완구 전 국무총리 후임 인사가 한창이었는데 최 경제부총리가 일부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최 경제부총리 역시 총리 후보군에 올라와 있었는데 총리 자리로 가고 싶지 않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형태로 자신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돌려말하면 박 대통령의 심기가 국정 운영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2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누르기 논란으로 묻혔지만 지난 7일 국무위원들에게 던진 박 대통령의 발언도 주목해봐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께서도 국민을 대신해서 각 부처를 잘 이끌어주셔야 한다"며 "여기에는 개인적인 행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각을 다잡기 위한 원론적인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의 발언은 유승민 원내대표에 이어 국무위원들에게도 '자기 정치'를 하지마라는 엄포성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무위원들 중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그리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새누리당 의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출마를 한다면 내각을 구성한 국무위원 중 약 3분의 1이 정부 조직을 떠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내년 총선 출마 금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박 대통령 스스로 만든 것이다. 시한부 장관일 수 있는 사람들을 내각으로 구성하면서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냈고 국정 운영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개인의 욕심을 버리라고 한 꼴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

 


#3

지난달 26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로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이 교수는 "대선 때 역사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 인혁당·정수장학회 등등. 그걸 맡아서 준비한 게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었다. 과거사를 사과하는 메시지를 만들어줬는데, 정작 기자회견에서 엉뚱한 걸 읽더라. 막판에 엉뚱한 쪽지를 써줬던 게 정호성(3인방 중 메시지 담당자)이라는 거다"라고 말해 비선권력의 위력이 다시금 회자됐다.


그런데 이 교수의 인터뷰 내용 중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자기 스타일을 바꾸기엔 자존심이 너무 세다. 틀렸다고 인정하는 거니까 너무 상처를 받는다. 브레인스토밍이 안 되는 스타일이다. 여러 사람 의견을 두루 듣는 게 안 되니까 옆에 누가 지키고 서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옆 인물이 괜찮으면 의외로 잘 갈 수도 있는데, 지금처럼 가면 굉장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 조직에서 종종 골치 아픈 일 중 하나가 상하 관계가 놓인 구성원들 사이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회의를 하더라도 어느 사람의 존재 하나만으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브레인스토밍이 되지 않는 사람. 그들은 보통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분위기 자체를 형성하지 못한다. 능력은 물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정해져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닫아버린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도 이 같은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상돈 교수의 주장이다. 


김철근 교수(동국대 정치외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승민 찍어내기 사태의 본질도 소통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원래 집권여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협상을 할 때 청와대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것도 흔하다. 하지만 이 정권에서 전혀 그런 협조가 없는 상태다. 정무수석, 비서실장 등이 있지만 활용하지도 않는다. 역대 대통령과 전혀 다른 소통 방법이다. 그런 게 바로 문제"라고 지적했다. 


#4

집권 초기만 해도 박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소신있는 정치인",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평가할 때 '고집', '불통' 등의 단어가 튀어나온다. 정책의 일관성보다는 박 대통령의 개인 스타일이 국정운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정치학자는 "박 대통령이 오히려 스스로 고립시키는 정치적 환경을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 옆엔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뜻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고 혹여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춰질까 노심초사하며 멀뚱히 서 있는 사람만 보인다.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박 대통령 주변에 이 같은 사람마저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도 자신의 스타일을 국정운영에 반영시켰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오히려 말이 많아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케이스였다. 박 대통령과 비교하면 ‘소통의 과잉’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점점 ‘독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독재라는 말은 매우 다의적(多義的)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에 의거한 민주정치 ·입헌정치에 대하여, 의회제민주주의 ·권력분립제 등 민주적 체제를 갖지 않고 한 개인 또는 그를 둘러싼 소수자를 정점으로 하는 집권적 전제정치, 헌법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의하지 않은 권력적 ·자의적(恣意的) 지배를 강행하는 정치”


두산백과사전에 나온 독재의 정의이다.



-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