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생각해보기

<칼럼> 사교육비 근절,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④

irene777 2015. 8. 29. 17:59



사교육비 근절,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④


진실의길  김용택 칼럼


- 2015년 8월 27일 -




전국에 초ㆍ중ㆍ고교가 1만 84개인데 사설학원은 16만 2441개로 학원 수가 학교 수보다 16배나 많은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2014년 초중고교 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68.6%로 연간 사(私)교육 시장 규모가 올해 국가 예산(375조 4천억 원)의 8.8% 수준인 33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통계를 보면 2014년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약 18조 2천억 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2천 원… 2014년 초중고교 학생 사교육 참여율은 68.6%,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은 5.8시간… 이라고 발표했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에게 1인당 1달 사교육비가 24만 원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아파트 열쇠를 목에 걸고 아침부터 2~3, 많게는 5~6개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보내는 학부모들에게 이런 통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올까? 정부가 발표한 통계수치를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하더라도 이 통계수치에는 방과후학교나 어학연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리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까지 포함한 수치라니 신빙성이 있을 리 없다.

 

‘영어 학원(25만 원), 수학 학원(15만 원), 태권도(11만 원), 피아노(11만 원), 학습지(11만 원), 미술 과외(5만 원).’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회사원 A(40)씨는 이렇게 매달 78만 원씩을 자녀 사교육비에 쓰고 있다. 그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직 버틸 만하지만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담이 커질 것 같다”면서도 “주변에서도 다들 이 정도는 시키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런 기사를 보면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학부모들을 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 부모들같이 사교육을 시키는 나라가 있을까? 오죽하면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공부한다는 말이 나왔을까?


‘새벽 2시30분에 잠들어 아침 7시에 깨어나기. 오전 8시에 등교해서 오후 3시 하교. 3시간 더 영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식사. 밤 10시까지 수학학원.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 2시30분까지 영어·수학학원 숙제에 피아노, 한자, 중국어 공부…’ 이 정도가 아니다. ‘3시간밖에 안 자기’ ‘새벽 4시까지 안 자기’ ‘친구와의 약속 깨기’ ‘지하철에서 공부하기’ ‘일어나자마자 공부하기’ ‘도서관 끝날 때까지 공부하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

 

정말 이래도 되는가? 이건 교육이 아니다, 아동학대요, 사랑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폭력이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을까? 학교 숙제는 안 해도 학원숙제를 해 가는 아이들…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학교도 학원처럼 입시문제를 풀이하는 곳이 됐지만,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낙오자가 된다는 것은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정치인 중에서도 43%가, 500대 기업 CEO의 50.5%, 국내 총 25개 신문과 방송, 통신사의 편집·보도국장과 부장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38명(36.5%)이 SKY출신이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28명(26.9%)과 12명(11.5%)으로 언론사 주요 간부의 75%가 SKY 출신이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자의 39.2%가 SKY출신이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임용된 신규법관 660명 중 340명(51.5%)이 고려대는 135명, 연세대는 52명이나 된다.





2014년 현재 정부부처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출신대학을 보면 1,476명 중 서울대가 435명으로 29.5%를 차지했고 △연세대 152명(10.3%) △고려대 133명(9%) 순으로 나타났다. 3개 대학의 비율만 48.8%다. 대학의 모교순혈주의도 참으로 가관이다. 서울대는 전임교수 중 모교 출신이 1,543명(84.1%)이요, 고려대 920명(58.6%), 연세대 1,351명(73.9%)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명확하지 않은가?


우리사회의 연고주의를 비롯한 부정부패, 사회 양극화 등 모순의 구조적인 원인은 학벌에 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원정출산이며 기러기 아빠가 되는 이유도 스팩을 쌓지 않으면 취업조차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들이 없다. 내 아이가 캥거루족이 되는 걸 바라는 부모는 이 세상에서 한 사람도 없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에서 이겨 자녀를 출세시키겠다는 것이 이 땅에 사는 부모라면 모를 리 있겠는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교육 개혁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소리다. 


현대판 카스트제도가 된 학벌사회를 두고 개혁이니 혁신이라는 말은 위선이요,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람의 가치까지 출신학교로 서열 매기는 데 어느 부모든 사교육에 목매지 않겠는가? 학벌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평등세상은 꿈도 꾸지 말라. 일류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 받고 버젓한 직장을 구해 결혼도 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데 그걸 마다할 사람이 누구겠는가? 교사들을 교육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어떻게 교육 살리기가 가능하겠는가?



[진실의길. 기고 글&기사제보 : dolce42@naver.com]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yt_kim&uid=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