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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리아 난민, 미국-서유럽 정책실패 산물

irene777 2015. 9. 15. 03:49



<논평> 시리아 난민, 미국-서유럽 정책실패 산물


- 정상추 / 뉴스프로  2015년 9월 5일 -




시리아 난민, 미국-서유럽 정책실패 산물


- 내전, 미국 패권주의, 국제사회의 무관심 어우러져


Wycliff Luke 기자





▲ 전 세계를 울린 아일란 쿠르디



국제사회의 눈과 귀가 시리아 난민에게로 쏠리고 있다.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건너가려다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만 목숨을 잃은 시리아의 세 살 바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한편 이슬람 국가(IS)는 4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을 틈타 동부를 장악하고 온갖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중이다. IS는 시리아 고대도시 팔미라의 고대 유적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가 하면 50여 년 동안 시리아 고대유적을 보존하는데 앞장서온 고고학자 칼리드 알 아사드를 참수했다.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와 IS의 무차별 준동 – 얼핏 두 사건은 동떨어져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두 사건은 동일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바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의 정책 실패다.


먼저 IS의 준동을 살펴보자. 수니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IS는 원래 이라크내 알 카에다 조직으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알 카에다에 협력했다. 그러다가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고 시아파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시아파 편향정책을 펼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IS는 군사력으로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장악해 사실상의 국가로 행세하는 중이다.


난민 하면 얼른 가난하고, 내전의 직접 피해를 입은 일반 국민을 떠올린다. 2011년부터 4년째 이어져 온 내전으로 인해 고향을 등진 시리아 난민 대부분이 그렇다. 그러나 최근 시리아를 빠져나오는 난민들의 면면은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9월 4일 자에서 “비교적 안전지대에서 지냈던. 친정부적인 중산층이나 부유층들이 난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고향을 등지는 이유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IS의 준동 때문이다. NYT 보도 일부를 인용한다.


“자말은 최근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 팔미라에서 카페를 경영했던 그는 정부 지지자였다가 IS가 팔미라를 장악하자 탈출했다. 다른 시리아 난민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보복이 두려워 자신의 성만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종합하면 4년 동안 이어진 내전, 그리고 IS의 준동이 시리아 국민으로 하여금 고향을 등지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어떤 정책을 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제정치의 오작동, 시리아 난민 사태 불러


미국은 석유에만 눈독을 들였을 뿐, 정치와 종파가 복잡하게 얽힌 중동의 정치적 장래엔 무관심했다. IS가 준동할 토양을 제공해준 장본인도 미국이었다. 서유럽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리아인들이 서유럽행을 택하는 이유는 인접국인 레바논이나 요르단이 이미 난민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사정은 더욱 참담하다. UN 인도주의 조정관 야코브 엘 힐로는 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시간당 6만 8천 달러를 들여 IS 공습에 나서는 전투기를 운용한다. 반면 UN은 시리아 난민을 돌보는데 필요한 예산 가운데 절반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구호 시스템은 붕괴지경(breaking point)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다른 국제기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현지시간으로 4일(금) “기금 부족으로 식량구매권(푸드바우처)을 지원받던 시리아 난민 중 약 3분의 1이 9월부터 구매권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WFP의 결정에 따라 요르단 난민 수용소에 있는 약 22만9000명의 시리아 난민들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됐다. 아베르 에테파 WFP 대변인은 “기금 고갈 위기는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돼 온 문제”라며 “이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더 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우리 언론은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해 서유럽과 동유럽, 그리고 서유럽 내부의 갈등으로 치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속살은 그렇지 않다. 시리아 난민 사태는 불안한 중동정세와 미국 및 서유럽의 무관심, 국제기구의 무능이 합쳐져 생긴 결과이고, 이 사태는 끝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을 불러왔다.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은 국제사회의 양심을 일깨웠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난민 수용에 미온적이던 영국도 입장을 바꿔 수 천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현지시간으로 3일(목)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시리아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미국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난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시리아 난민 사태의 본질은 정치다.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난민 문제가 전향적으로 해결될 계기가 마련됐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동과 이 지역에 심각한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 그리고 서유럽과 국제기구가 모두 나서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특히 미국은 중동정세 불안의 원인 제공자이기에 난민 문제를 서유럽에게 떠넘기고 뒷짐 지고 있으면 안 된다.


국제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 모든 당사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아일란 쿠르디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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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thenewspro.org/?p=1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