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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철희 - 대선주자 황교안?

irene777 2015. 9. 15. 04:25



[이철희의 정치시평]


대선주자 황교안?


- 경향신문  2015년 9월 7일 -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다음 대선과 관련해서만 보면 여권이 불리하다. 우선 선두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문제다. 안정적 지지세를 보여주긴 하지만 확장성이 없다. 새누리당 지지층이나 보수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선 유력주자이나 중도층이나 무당층에서 지지기반을 넓힐 가능성까진 아직 못 보여 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로서 보여준 승리전망(electability)에는 역부족이다. 박빙의 접전이 불가피한 게 대선이기에 심각한 약점이다.


새누리당이 대선과 관련해 직면한 더 큰 문제는 김무성 대표 외에 다른 주자들이 너무 약하다는 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전 지사의 지지율은 너무 미미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잠재적 폭발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나 아직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낮다. 문재인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등 탄탄한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는 야권에 비하면 상당한 열세다. 필승의 후보도 없고 후보군마저 약해 신경이 쓰이는데, 여기에 친박 후보가 하나도 없으니 박 대통령으로선 불안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전망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대선 과정과 그 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본인 캐릭터가 그렇고,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가진 유일한 보수 정치인이기 때문이란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누군가를 대선주자로 육성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럼 누굴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있고, 최경환 부총리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반 총장은 박 대통령과 무관하게 이미 지지율 1위의 위상을 갖고 있어 박 대통령의 조력이 절실하지 않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최 부총리는 아직 깜냥이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문득 황교안 국무총리의 이름이 떠오른다. 요즘 황 총리는 뉴스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장관 때와 달리 아예 언론 노출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박 대통령이 황교안 카드를 선택했을 때 정치권에서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그에 비춰보면 의아할 정도로 적은 노출에다 미미한 역할이다. 북한의 지뢰도발이나 노동개혁, 심지어 제2의 사정 드라이브에서도 그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부패척결을 주도하다가 역풍 맞는 이완구 전 총리를 타산지석으로 삼더라도 너무 약한 존재감이다. 있는 듯 없는 듯했던 정홍원 전 총리에 버금갈 정도다. 총리의 숙명 때문에 이럴 수도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워낙 권력을 나누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황 총리가 의도적으로 몸을 확 낮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 예상과 달라 다른 ‘소설적 상상’을 자극한다. 황 총리가 현안으로부터 비켜서서 조용히 대선주자로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시간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박 대통령이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를 ‘깜짝 놀랄 후보’로 육성한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주자군(群)이 너무 얕고, 친박 주자가 없다 보니 황 총리의 성장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는 있다. 기대대로 커주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손해날 일이 없다. 대선주자군이 풍부해지면 현직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좋다. 정권재창출의 확률이 올라가는 데다 여러 주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자신의 영향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는 박 대통령의 골수 지지층은 약 30% 정도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육성하는 그림이 구체화되면 이들이 황 총리를 대선주자로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케이스가 있긴 하나 무의미한 예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도움으로, 혹은 총리로서 성공해 대통령이 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가 아니다. 대선게임에 미칠 영향이다.


19대 대선의 객관적 조건도 새누리당에 불리하다. 보수정부 10년의 피로감에다 내세울 만한 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8·25 남북 합의로 인해 대박이 나긴 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흔히 선거의 펀더멘털이라고 하는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 박 대통령이 자신이 ‘만들어낸’ 대선주자와 함께 대선게임에 뛰어드는 구도는 여권에 치명적 해악이 될 것이다. 다음 대선의 키워드는 보수정부 10년의 공과를 넘어 박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되고, 계파 간 난투극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누가 박 대통령을 제지할 수 있을까.


대저 새누리당의 최대 난제는 ‘박근혜 중독’이다.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509072134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