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풍’, ‘감풍’, 그리고 ‘국풍’
정치공작이라는 국정원의 태생적 DNA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되살아났다
진실의길 강기석 칼럼
- 2016년 3월 2일 -
정말 더민주당은 국정원을 이렇게 무소불위의 괴물로 만들어 놓고도 총선에서 이기고 정권교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정상적인 의회정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학비리 끝판왕 수원대 비리를 다루고 있는 한겨레신문 지난 토요일판 2회째 기사제목은 “국정원 간부가 불러 골프장 갔더니 그가 있었다”였다. 여기서 ‘그’라고 지칭한 사람이 이인수 총장이다. 그럼 국정원 간부가 이인수 총장을 만나라고 부른 이 사람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수원지검장도 아니고 검찰총장! (☞기사 바로가기)
대한민국 검찰은 웬만큼 법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들 중에서는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수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도 있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과 기소 독점권, 기소 재량권과 형 집행권 등 동서고금에 유례가 드물 정도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런 막강한 권력기관의 총장이 일개 국정원 간부가 부르면 부르는 데로, 누구하고 골프 치는지 물어보지도 못하고 쪼르르 달려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검찰보다 훨씬 윗길에서 노는 국정원의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정보다. 정보를 독점하고,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때때로 정보를 조작하기도 하고, 정보를 조작해도 누구로부터도 견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힘 덕분에 자기 조직은 철저히 보호하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상대방을 묵사발 낼 수 있는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대통령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국기문란범 원세훈에 대한 재판이 오리무중 상태이다. 이를 밝혀 내려던 검찰총장은 혼외자 파동으로 이미 오래 전에 옷을 벗었다. 국정원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있다. 국정원의 원세훈 졸개들은 줄줄이 기소조차 유예되고, 이들을 수사해서 잡아넣으려 했던 윤석열과 박형철만 물먹었다. 원세훈과 남재준 등이 국가 기밀문서를 유출하고, 더구나 이것을 왜곡 조작해서 정치에 이용해도 아무도 그 반역죄를 묻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국정원이 딱 한 번 호되게 당한 적이 있긴 하다. 97년 대선 때 북풍공작을 벌였던 권영해 안기부장-박일용 1차장-101실장 등 간부들이 국가안전기획부법(정치관여 금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후보자 비방 등) 통신비밀보호법(통신비밀 공개금지) 위반 혐의로 줄줄이 구속기소됐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원 발 북풍과 세풍 등 정치공작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정치공작이라는 국정원의 태생적 DNA는 이명박 정권과 함께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정권교체를 걱정할 필요도 없이 더 마음껏 활개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풍공작이 위세를 떨었던 97년 안기부 제2차장이었다. 비서실장에 오기 직전에는 국정원장이었다.
이제 다음 선거 때는 ‘테러방지법’의 ‘테풍’이 불 것인가, 감청의 ‘감풍’이 불 것인가. 국정원 자체의 ‘국풍’이 불 것인가.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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