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오만- 야당 무개념이 정계개편을 부른다
박대통령이 끌어들인 두 사람이 각자 여야의 ‘트로이 목마’가 되어 맹활약
이진우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KPCC) 소장
- 진실의길 2016년 3월 16일 -
Scene 1: 잘 아는 선배(전 국회의원) 중 보수여당에 대한 자부심이 그 누구보다도 강해서 절대로 탈당 같은 것은 안 할 것 같은 분이 끝내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루겠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선배(현 국회의원)는 당내 막후 실력자로부터 사실상 탈당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 선배 역시 절대로 탈당 같은 것은 안 할 사람인데,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물갈이도 좋고, 개혁공천도 좋고, 보수혁신도 좋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서 권력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며 노른자만 차지하던 사람들이 당 주인 행세를 하면서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동지들을 쫓아내는 모습이 왠지 황당하고 꼴불견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게 된다. 도대체 정당이라는 것은 어디로부터 왔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싫어도 강제로라도 답을 해야 될 시점이 곧 온다.
Scene 2: 사자가 독단적으로 밀림에 군림하며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는 통에 자연의 균형이 무너졌다며 표범이 정든 밀림을 떠나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표범을 따라 늑대도 떠났고, 여우도 떠났고, 불곰도 떠났다. 위기에 직면한 사자는 이미 오래 전에 은퇴했던 늙은 호랑이를 끌어들였다. 자신에게 향했던 비판의 화살을 깜짝쇼로 모면하자는 속셈이었다. 그런데 늙은 호랑이가 들어오자마자 사자 새끼들을 한두 마리씩 내쫓더니 끝내 사자의 친형까지 벼랑에서 밀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밀림은 하이에나와 원숭이가 지배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밀림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다 사라졌다.
당명을 바꾸고, 당 색깔도 바꾸고, 당의 노선을 수정한 것까지도 그나마 봐줄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야당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조병옥, 신익희, 정일형, 김대중, 노무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여당은 그렇게 욕먹으면서도 지금까지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을 붙잡고 있는데, 야당은 스스로 잔 꾀에 빠져 누구 탓을 할 것도 없이 스스로 모든 끈을 놓아버렸다. 그것도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머리를 맞댄 것도 아닌 갑자기 등장한 나그네 한 사람에 의해 전광석화처럼 버려졌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오직 생존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는데, 그것 때문에 도리어 생존과 승리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걸 두고 자승자박이라 한다.
Scene 3: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김종인 전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위촉하여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자 박근혜 후보의 경제 스승이었던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가 자신과 김종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박 후보에게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종인 위원이 경제민주화에 반기를 드는 이한구 의원을 정리해달라고 박근혜 후보에게 강력히 주문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마되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2주 가까이 김종인과 이한구 두 사람 모두 태업(Sabotage)을 했다. 어려운 선거를 치루고 있는 와중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그 두 당사자가 지금 여야의 막후 최고실력자로 공천의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대한민국 정치 또한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끌어들인 두 사람이 각자 여야의 ‘트로이 목마’가 되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야의 이 같은 덤앤더머(Dumb and Dumber)식 3류 코미디야말로 제3 정당 출현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물론, 지금 당장 안철수와 국민의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여야의 무소속 후보들이 4월 총선에서 선전하고, 국민의 당이 원내교섭단체 수준의 선전을 펼친다면 바로 이들에 의해 정계개편의 서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및 자유선진당이 50여 석을 차지했는데 이번 총선 또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 당시에는 이들 모두가 한나라당으로 흡수되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독자세력으로 합쳐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유승민, 천정배, 진영, 박지원, 이재오, 정동영이 같은 세력으로 뭉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이 1997년 DJP연대의 한 축이었던 자민련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치를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여당의 오만과 야당의 무개념으로 정계개편의 방아쇠가 당겨진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출처 :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960&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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