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분명한 변화를 외면, 호도하지 말라
너희는 언제 한 번이라도 호남 유권자처럼 투표해 본 적이 있냐?
진실의길 김갑수 칼럼
- 2016년 4월 10일 -
20대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4.13 총선이 바야흐로 본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선거 일주일 전인 4월 7일부터 새로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에 앞서 4월 6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한꺼번에 봇물 터지듯이 공개되었다. 이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과 정의당 3당이 정체 또는 퇴조를, 국민의 당과 민중연합당 2당이 약진 또는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8일과 4월 9일 이틀 간 사전투표가 실시되었다. 여기에서도 이채로운 현상이 나타났는데, 호남과 세종시 등의 서부권 투표율이 부산 등지의 동부권 투표율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과거에 없었던 획기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목격된다는 점이다. 그 중 가장 특기할 만한 변화는 야권의 터전이었던 호남에서 권력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듯이 호남은 1971년 대선 이래 40년이 넘도록 민주개혁세력만을 압도적으로 선택해 왔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집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호남의 몰표였고,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48% 이상 득표하는 선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90%에 육박한 호남의 맹렬 지지 때문이었다.
이런 호남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승한다고 주장해 온 더민주당이 제1당의 권좌를 신생 국민의 당에 내주게 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이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런 혼란상은 선거를 총지휘하는 김종인과 엇박자를 빚으며 어렵게 선택한 문재인의 광주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단 문재인의 광주행에 대한 친문과 비문의 득실 평가가 거의 상반되게 나타난다. 조중동과 한경오의 평가도 크게 다르다. 같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도 평가가 대조되는 것은 어느 한 편도 사심 없이 공정한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문재인의 광주 방문과는 상관없이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지리멸렬하고 말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호남 발 변화가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측될 정도이니, 이것은 경위야 어떻든 한국 야당사에 불어 닥친 엄청난 변화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문재인도 고백했듯이, 한국의 야당이 호남을 빼앗긴다는 것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상실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사태를 문재인보다 더욱 심각하게 진단한다. 여전히 지역패권이 고정상수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서 호남이 가지는 의미는 지역구 28석의 의미보다 몇 배는 더 크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투표는 거주지별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출신지별로 행사된다. 줄잡아 호남인과 호남 출신자의 총수는 1,000만 ~ 1,300만으로 한국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지역 기반이 없는 정당은 사멸한다. 과거의 꼬마민주당이 그랬고, 거대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망한 것도 지역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새누리당은 가장 큰 지역정당일 따름이다.
이토록 심각한 국면에서 더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참으로 졸렬하다. 그들은 국민의 당은 ‘새누리 2중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는 누가 보아도 국보위 출신 인사를 당 대표로 영입한 더민주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안철수더러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말도 한다. 일찍이 이런 말은 조중동이 김대중에게 했던 것 아닌가? 정치인이라면 대권을 꿈꾸는 것이 의당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그들은 ‘안철수는 이명박과 한패’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참여정부 말기에 노건평과 이상득의 밀실 야합을 폭로한 추부길의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가장 희극적인 것은 문성근이다. 그는 문재인과 5.18묘역에 동행한 김홍걸에게서 “김대중의 향기가 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다수 국민은 이런 말이 얼마나 얍삽한 인격을 드러내는지를 헤아릴 줄 안다.
이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더민당 지지자들이 호남 유권자들을 마치 무슨 악마에게라도 현혹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반응들은 대단히 신경질적이거나 아노미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그나마 작은 공감도 얻지 못한다.
더민주당 지지자들이 호남 유권자를 탓하는 태도는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어 갈 뿐이다. 호남인과 더불어 많은 국민은, “너희는 언제 호남 유권자만큼 잘 투표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이른바 ‘심판론’이다. 이번 선거가 집권당 심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은 25%에 불과한 반면, 집권당과 제1야당 동시 심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은 무려 45%로 나타난 것이다.
나는 오늘(9일) 사전 투표를 했다. 정당 투표는 가장 부당하게 탄압 받는 민중연합당을 선택했다. 그런데 내 지역구에는 민중연합당 출마자가 없었다. 한동안 고민하다가 나는 국민의 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20개월 남은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야당끼리 공정하게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끝으로 한경오프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 문재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파시즘이다. 당신들의 극렬한 태도는 ‘박근혜에게 맞서면 김무성도 유승민도 죽여 버려야 한다’는 박근혜 파시즘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많은 국민이 이것을 피부로 감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출처 :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table=c_booking&uid=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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